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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황군의 편지와 내 답장텃밭일기(3)으로 가름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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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7월 13일 (수) 00:00:00 [조회수 : 4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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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율군
이 번엔 내가 먼저 문을 두드림세.
어쩐 일로 이번엔 꿩 궈 먹은 소식인가?
많이 바쁜가, 아니면 내게 무언가 서운한 게 있어서 삐쳤나?
하긴 내가 하도 말을 막하는 못된 구석이 있는지라,
순진한 우리 화율 군이 가끔 삐칠만도 할 것이네.
혹시, 거 형수씨가
(내가 큰맘먹고 이렇게 부르는 거니 그리 알게)
우리 집사람에게 물어 왔던 그 "껀"이 맘에 걸렸나?
"새 차라면 위로보다 축하를 먼저 해야겠다."는 내 말 말야.
새 차를 그 새 샀다면 그건 축하할 일이란 뜻이였어.
사고 나서 기백만 원이 깨졌는데
약 올린다고 생각했으면 미안허이.
나는 그렇게 많은 돈이 나가는 정도의 큰 사고였는지
몰랐네 그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이메일이라도 주고 받으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약해져 가는
우리의 우정이 지속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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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의 단서가 된 사고 차
아반떼 xd gold 1.6 vv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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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더라도 부지런히 메일 보내게.
장마철에 건강 조심하고...
2005-07-13
연금술사 황재일
[답신]
아우, 재일이 반갑네. 그리고 답장이 늦어 미안하네.
내가 그만한 일로 삐질 위인인가?
날 소심한 인간으로 보다니 망실망실이군.
굳이 변명하자면 요즘은 학기말이라 연중 두 번째로 바쁜 시즌이라우..
그 와중에도 목사인 고교동기가 운영하는
news103.ndsoftnews.com<당당뉴스 designtimesp=23749>에
잡다한 글로 도배질하느라 자네에겐 신경을 못 썼을 뿐이야.
게다가 상동 야인시대 세트장 한켠에다
무허가 텃밭의 공동운영자가 되어
오늘까지 밭을 네 개 만들었지 뭔가?
초보 농군이 되어 사람의 가장 원시적인 직업을 체험하고 있다네.
값없이 선점한 빈 땅에다 종묘상에서 구한
들깨, 콩, 피마자, 무를 심어 두었네.
밭이 학교 근처라서 출퇴근길에 오가면서
새로운 생명체들이 보답이라도 하는 듯 고개를 쏙쏙 내미는 게
하도 신기하고 자랑스러워서 마음은 온통 콩밭에 가 있다네.
어젠 밤늦게까지 쪼그려 앉아 무를 옮겨 심고
오늘도 콩을 또 이식하느라 허리가 끊어질 것 같네.
쉰 고개를 넘어서야 땅의 권능을 깨닫고
이마에 흘리는 땀의 의미를 터득해 가는 중일세.
어제와 오늘 이튿간 동료 선배 교사가
성적 처리로 귀가가 늦어지는 바람에 나홀로 밭일을 했네.
씨를 뿌릴 땐 혼자 일하면 적적해서 못 견뎠는데
무싹이 돋고 콩의 본잎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 놈들을 눈여겨 보고 매만지는 게 재미나서
배 고픔도 잊고, 다리 저리고 허리 아픈 것도 견딜만 하더군.
왜 농부들이 선선한 이른 새벽이나 해걸음에 나와서 밭일을 하는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종일 밭에 코 박고 사는지 알 것 같네.
그 때가 날이 시원하고, 농부의 책임감 때문도 있겠지만,
밭일이 얼마나 오지고 재밌는지 그것을 알기 때문일 것 같네.
게으름뱅이 나도 요일엔 평소보다 1시간 빨리 밭에 나가서
장미를 대비해 물길을 더 깊고 넓게 파 주는 일을 했지 뭔가.
누가 시켜서 그 일을 하라고 하면 벌렁 뒤로 자빠졌을 것이네.
그 일로 왼손바닥 한가운데에 물집이 잡혀 터지고 말았어도
아픈 줄 몰랐고, 불편한 모종삽도 원망하지 않게 되더군.
외곽순환고속도로변 빈들에 처음 밭을 일굴 때는
가장 먼저 키 큰 잡초를 뽑는 일부터 시작했었네.
그 다음엔 눈에 띄는 돌멩이를 주워 돌무더기 경계를 만들었지.
하루 하루 일이 눈덩이처럼 자꾸만 불어나는 거야.
잔 풀을 매 주고 호미로 밭을 갈아 놓으니 장맛비에 물밭이 된 거야.
그래서 물길을 내 주고 나니까
시청에서 경고판을 세워 씨도 뿌려 보기 전에 경작금지를 알리지 뭔가.
그래서 다시 멀찍이 야인시대 세트장 뒷켠에
새로운 밭을 만들어 씨 뿌린지 1주일이 되어 가네.
새 밭에 콩씨를 꼭꼭 심어 두었더니만 언제 냄새를 맡았는지
비둘기떼가 날아와서 말랑말랑한 똥을 싸 놓았더군.
인간 도둑놈들도 훔쳐가는 집에다 똥을 푸지게 싸놓고 가는 것은 알았지만
비둘기조차 ... 도둑놈 심보는 날짐승도 다르지 않은 것 같더군.
하지만 남의 밭에 콩 한 줌의 소출이나마 기대하고 씨를 뿌려 둔
나 같은 인간이나, 노력 없이 남의 씨를 몰래 파 먹는 비둘기나 다를 게 뭔가 싶네.
서로 주고 받는 공유의 법칙을 배워가는 시간이라고 홀가분하게 여기네.
게다가 땅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호기심을 못 이겨서 흘낏흘낏 훔쳐 보거나, 더러는 다가 와서
뭘 파세요, 뭘 심으세요 하며 묻는다네.
어제는 어느 뚱뚱한 아줌마가 내가 심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며
오늘 다시 와 상추나 심어야겠다고 우리 밭 옆에서 풀을 뽑기 시작하더군.
그녀는 지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강원도 인제에서 농사하는 친구 밭에 가서
밭일을 거든 경험이 있다는데, 농사할 때는 그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하더이.
다시 도시에 돌아와 보니 땅만 보면 심고 싶어 미치겠다는 거야.
이젠 나도 그녀의 말이 진심인 것을 알 것 같아.
농사를 지으면서부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알게 되는 거야.
서로 씨도 나누어 주고 농사일을 배우며 도움을 받고 있다네.
예전엔 상관 없던 사람이나, 하찮은 미생물들까지도
친구나 적이 되어 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 가는 게 농사야.
학교나 교실, 교회에서도 배우지 못한 나눔의 장이요,
새로운 생활의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다네.
자네도 텃밭을 가져 본다면 새로운 내 기분을 알 것일세.
출근길이 같은 동료 교사와 길벗이 되고
남들이 빈들에 심는 콩밭을 보고 마음이 맞아
생전 처음 땅을 일구어 씨를 뿌리면서
땅이 주는 매력이 무엇인지 눈을 뜨고 기쁨이여.
송글송글 어깨와 이마, 등줄기에 기분좋게 타고내리는 땀의 느낌,
그만 일 욕심을 버리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깃들어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해지는 거야.
전에는 이런 근로의 보람과 행복감을 느껴 볼 일이 없었지.
적당히 시장기가 돌면 참고 집에 가 먹는 밥이 꿀맛이더군.
어젠 나혼자 늦게까지 수고했다고 선배님이 분식집에 데려가셨어.
함께 땀 흘린 후 손과 옷에 흙을 다 털지 못한 차림으로 가서 열무냉면을 먹었네.
예전엔 허름한 차림의 근로자들이 지저분해 보이기만 했는데
이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네.
노동자의 기쁨과 삶의 희열 같은 것을
화이트칼러의 차림을 했을 땐 맛볼 수 없었지.
게다가 집에 돌아오면 잠은 또 얼마나 단지.
씻고 나서 머리를 대면 금방 잠에 빠지는 거야.
창세기에서 애덤이 타락한 후 이마에 땀을 흘려야 빵을 먹을 수 있게 한 그 저주가
말 그대로 과연 저주였겠지만, 그것을 피할 수 없을 바에는 직면하는 게 순리 같더라구.
저주의 결과가 저주로 끝나게 하지 않고,
그 노동의 결실이 먹고 심을 것을 위한 준비가 되더군.
또 일의 신성함을 깨우치고, 자신의 죄벌을 각인시켜 주는 훈계의 장이 되고,
척박한 땅을 갈면서 돌과 풀과 벌레와 비와 가뭄의 피해를 골고루 감수하게 됨으로써
인간이 하늘을 우러러보아야, 입에 풀칠을 하고
또한 수고한 보람으로 풍작도 체험케 하심으로
결국은 전능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분을 경외하도록 정하셨다는 점에서
경작, 즉 농사야말로 '천하지대본'이란
옛 어른들의 농사에 대한 인식이 정당하다고 절감하고 있네.
친구여! 내가 하찮은 일을 너무 과장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도 늙은이들 축에 들기 시작하는 50대가 아닌가?
청년기부터 변치 않는 이 우정을 잘 가꾸어 함께
인생의 전반기를 잘 마무리하고 싶으이.
지근(地近)의 시기, 머잖아 우리 몸도 다시
그 질펀한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의 영과 혼은 저 본향,
다시 말하자면 새하늘의 새땅에서 영원을 누리게 될 날이 올 것이네.
부디 이 땅에서만 아니라, 썩고 부패하는 흙에 속하지 않은
둘째 사람, 마지막 사람이신 지저스 크라리스트의 부활의 몸을 입고
그 풍요한 생명의 축복을 함께 누리기를 바라네.
내 차가 망가지기는 했지만 다행히 몸엔 이상이 없네.
나라고 해서 죽음이 피해 가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닫고
젊은 날에 갑작스런 파멸의 경고로 슬피 울던 사람,
헤지카이어스(히스기야)의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했네.
자네의 관심과 우정을 감사하며
오늘 밤도 편히 잠들게, 아우(?!)
2005-07-13 밤
일배 형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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