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여유로움에 대해서

어제 페이스 북에 오른 고 정주영 회장의
어록 중에서  "창조는 여유로움에서 나온다." 는 말이
나의 시선을 잠시 멈추게 했다.

깊은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나의 체험도 그렇다.
모든 창조적 아이디어는  지식(Knowledge)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감력(intuition), 영감력(Inspiration)에서 스스로
나타나는 한 현상이다.
여유로움을 한자로 소요(逍遙)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롭게 여기저기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다’ 는 의미다.
영어 Relax 와 유사한 의미다. Relax 에 대한 해석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To become inactive' 로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해야 한다.” 는
의지가 사라진 Being 에 머무는 상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현대다동차 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정주영 회장과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는 늘 산골 촌부같은 체취를 풍기는
평범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오래전 일이지만 정 회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내 입사동기가 미국 지사장으로 근무한 탓으로
식당에서 잠시 뵈온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역시 그는 한 촌부였다.
고 정 회장의 창조적 아이디어 대한 전설적 일화는 참으로 많다.
그는 한 기업가 이전에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평해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내 짧은 경험으로는 정치, 경제, 과학, 학문 예술. 종교, 철학.....등
그 어떠한 분야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의 특징은
광기에 가까운 열정으로 직감력과 영감력에
자신을 맞길 줄 아는 기인들이었다.

뉴톤은 사과가 어느 날 정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사과가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평범한 광경에 영감을 얻어
만류인력을 깨달았다.  상대성 원리를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출퇴근  기차 안에서 자기가 내려야 할 역을 망각할 정도로
여유로운 위인이었다. 반 고호는 자기의 귀를 스스로 잘랐던
미치광이었다. 

모든 인류의 천재들은  여유로움에 자신의 존재, 이고를
망각할 줄 아는 광인들이었다.
어찌 그것 뿐이겠는가?  
그리스  통 속의 철인 디오게네스는 알몸으로 땅바닥에서
일광욕을 즐기면서 천하의 영웅 알렉산더 대왕에게
감히 "제발 내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꺼지십이요" 하는 폭언을
거리낌없이 던지지 않았던가?

내가 좋아하는 동양의 도인 장자는
삶은 ‘자유롭게 여기저기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는 소요다’ 라고
깨달았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장자는 삶을 조용히 소요하며
보냈던 사람이 아니었다.  삶을 한 축제로 받아들이고
평생을 춤으로 붙태우고 간 한 위대한 춤꾼이었다.

나는 장자를 동양의 예수라고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예수는 삶은 어떠했던가?
예수는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삼년간을 호수가, 초원,
사막, 산...  들을 정처없이 소요하며
하늘나라의 시를 읋고 갔던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 시인이었다.
나는 여지껏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라는 예수의 선언이상의
위대한 시를 접해 본 적이 없다.  그 시야 말로 시의 알파이고 오메가라고
나는 신뢰하고 있다.

예수의 사도들 중에 사도 바올이라는 또 하나의
위대한 시인(?)이 있었다.

그는 베드로 처럼 "나를 따르라!" 는 예수의 카르스마에
직접적으로  감동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다메섹을 가는 도상을 소요하는 중에
예수의 음성을 듣고 회심한 사람이었다.

'회심' 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Conversion 이다. 흔이들
한국말로 회개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내가 이해하고 있는 회심의 본래 의미는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이다.
그 본래의 마음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신의 명령에
거역하고 지식의 열매를 따먹기 이전의 순진무구한 마음이다.
지식에서 해방된 空의 마음 상태다.

내가 이해있는 사도 바올은 천국을 맛본
한 위대한 붓다(깨달음을 얻은 사람)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사랑, 소망, 믿음  그들  중에서
가장 큰 의뜸은 사랑이다." 는 시를 쓸 수 있었겠는가?

나는 고린도 전서 13 장에 나오는
" 사랑은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는 사도 바올의
사랑에 대한 깨달음에  깊게 공감한다.

이를 동양적으로 이해하자면
"사랑은 소요하는 상태, 릴렉스  된 상태로
상대를 깊게 주시(Seeing) 하는 데서 나타나는
한 현상(Happening) 이다". 
사랑은 우연하게 나타나는 창조이고
Spontaneous 한 Happening 이다.   
 

08/22/2016 아침 메모

해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