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진 목사(산돌교회)

  오래전,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던가?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지방으로 볼일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때가 되어 점심을 먹으려고 한가한 해장국집에 들어갔다.

  “아주머니, 해장국 한 그릇 주시구요. . . 투표는 하셨어요?”
  “에이구, 악마를 뽑는 투표를 뭐하러 해요..?”

  깜짝 놀라서 주인 아주머니를 쳐다보고는 꾸역꾸역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나온 기억이 새롭다. 바꿔놓으니 또 그렇고 다시 바꿔 놓으니 또 그렇다면서 답답해하는 아주머니의 심사가 어렵지 않게 읽혀졌었다.

  지난 9월 7일과 8일, 감리교회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후보자들이 등록을 함으로 공식적으로 막이 올랐다.

  어떻게 하면 악마를 뽑는 선거를 지양하고 기대감이 있는 즐거운 투표를 경험하며 좋은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을까? 유권자들이 잘못된 지도자를 선출함으로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망가지면 그것은 꽤 많은 부분을 유권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단의 정치적인 지형 때문에, 그리고 어떤 패거리(학연, 지연, 혈연등)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상황 때문에 후보자들의 성품과 인격, 살아온 여정의 공과를 생각하지 않고 지도자를 뽑아서 우리의 삶의 자리가 고단해진다면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유권자들이 깨어나야 한다.
  입술로만 패거리 문화와 금권선거를 극복하자며 구호를 부르짖는 수준을 넘어서서, 발품을 팔며 좋은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지평을 확보하기 위한 수고를 해야 한다. 단돈 10-20만원에 자신의 고유한 선거권을 포기하는 값싼 선거문화에서 자신의 한표가 돈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신중히 생각하며, 바른 투표를 하기 위하여 정보를 찾아다니는 성인된 유권자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일부 우리들의 모습은 선거철을 기다렸다가 자기가 속한 단체의 이익을 위해 후보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는데 익숙한 모습이었다. 행사를 하기 위하여 후보자들에게 스스럼없이 후원을 요청하는 모습이었으며 그렇게 받은 후원금 몇 푼을 받아들고 천박한 웃음을 지으면 만족해 하는 모습이 있었다.

  이제 유권자된 우리는 그깟 몇푼에 흔들리는 표심을 단호히 거부하고 패거리의 논리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금권과 패거리의 힘에 의지해서 당선되어 권력의 자리에 오르려는 이들을 부끄럽게 하고 나아가 건강한 인격과 바른 양심으로 공명정대하게 교단을 이끌어갈 순결한 지도자를 뽑으려는 강력한 의지를 세워야 한다.

  이렇게 세워진 유권자의 신념과 의지가 구체적으로 실천되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거권이 얼마간의 물질에 흔들릴 수 없는 존귀한 권리임을 명확하게 인식함과 더불어서 평소부터 누가 우리를 위한 좋은 지도자인가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아야 한다. 누가 공명정대하게 우리의 공동체를 이끌어갈 사람인지, 지도자가 되겠다는 열정이외에 다른 욕심은 없는 정결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어느 후보자가 학연, 지연, 혈연을 극복하고 평등적 가치가 구현되는 감리교 공동체를 만들 적임자인지를 평소부터 눈여겨 보았다가 결정적인 한표를 행사할 준비를 꾸준히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자 가운데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고 더 이상 그와 함께 다니지 않았다. 예수께서 열두제자에게 물으셨다. 너희까지도 나를 떠나가려 하는냐?” 요한6:66-67

  오병이어의 기적을 이루시는 예수의 주변에는 오천명도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생명을 말씀을 전하자 예수의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선거가 막바지로 흘러 갈수록 선거판은 돈을 풀어야 하는 순간을 타진하는 진흙탕이 되고 돈을 주는 사람도, 돈을 받는 사람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하여는 온갖 궤변을 늘어놓아 결국 듣는 사람이 그럴만 했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기를 합리화 한다. 이러한 삶의 자리에서 성경의 말씀은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되고 ‘너희도 나를 떠나가려 하는구나’ 라는 주님의 탄식만이 허공을 울린다.

  유권자들이 깨어나야 한다.
  흩뿌리는 금권과 몰려다니는 패거리들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가동시켜 각 후보자들의 성품과 진정성을 살펴보며 그들이 내놓은 정책과 그 실현가능성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깨끗한 선거를 만들어 내고 좋은 지도자를 뽑는 유권자의 힘이 감리교회의 힘임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