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는 자들에게 충고를 하려 들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들에게 멋진 설교를 않도록 주의하자---- 다만 애정어리고 걱정 어린 몸짓으로 조용히 기도함으로써, 그 고통에 함께 함으로써 우리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그런 조심성, 그런 신중함을 갖도록 하자. 자비란 그런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경험들 중에 가장 아름답고 가장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다. -피에르/공지영-

▲ 아침 대신 커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

본격적인 우기철이라 지난밤에도 수차례 소나기가 쏟아졌지요. 아침에 잠시 개인 틈을 타 어제 사두었던 커피와 설탕을 짊어지고 아이들 있는 곳으로 가니 모두들 나무 밑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아침을 먹네요. 반찬은 오직한가지 간장에 맨밥을 비벼 먹는 게 전부이군요. 가져간 커피와 설탕을 전해주고 나도 그들과 함께 앉아서 그들이 마시는 커피를 얻어 마시며 평화롭게 펼쳐진 고요한 아침바다를 바라봅니다. 배불뚝 아기의 아버지가 잠시 날이 갠 틈을 타 스쿠버 다이빙으로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고 일찍 보트를 타고 나가는 군요. 그가 멀리 수평선으로 사라진 후 다시 비가 내립니다. 아이들과 부모가 비를 피하여 꾸보로 들어갑니다. 바다에 나간 사람들은 어떻게 비를 피하며 고기를 잡는지요. 큰 태풍이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나가야 하루 끼니꺼리라도 버는 이들의 일상은 날마다 분주합니다. 그러나 어린 아기들과 학교 가는 아이들을 아무 근심걱정도 없이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시작합니다.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사는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그래서 우린 가끔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하지요. 고생하여 키우는 부모는 자식들에게 늘 부족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살고, 자녀들은 떳떳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사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이곳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아이들도 설거지를 하든지 빨래를 하든지 모두들 각자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하고 스스로 세탁한 옷을 찾아 입고 서둘러 학교를 갑니다. 조금도 자기가 할 일을 부모에게 부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라면 가족공동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먼저 돈 버는 자녀가 다른 형제를 돌보고 희생하며 사는 것을 보람으로 여깁니다. 우리도 가난하게 살던 시절엔 이들 못지않게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았었는데, 문명과 경제의 발전은 그런 여유로운 끈끈한 정을 나눌 시간을 모두 앗아가고, 상호경쟁하고 견제하며 바쁘게 살아야하는 복잡한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문명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들의 삶이 모질도록 가난한 모습이지만 정작 이들은 가난을 모릅니다. 이들이 문명화된 도시의 잘사는 사람들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기 전까지는 늘 지금처럼 가난을 모르고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가난은 부자와 비교한 후 느끼게 되는 상대개념이기 때문이죠. 이들을 돕는 것은 옷이나 쌀이나 커피 좀 사다주고 전시홍보용 인심을 쓰거나 도시문명화 시키는 것이 아니고, 이들의 삶속에 들어가 이들의 생활문화와 인격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주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평안을 끼치고, 아픈 이들이 있으면 기도해 주고 치료도 해 주며 그냥 이들의 모습대로 동행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절대 거지도 아니고 불행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기들의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가장 문제는 노동을 많이 하는 분들이라 몸이 많이 상하였지요. 그래서 이들을 돌보라고 하나님이 나를 보내신 모양입니다.

<누가10:37> 가로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

▲ 아침 대신 커피 한 대접으로 행복해 하시는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