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광화문본부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모인다 하여 본부회의실을 찾아 갔다. 회의를 하는 중이라 마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문위원장을 만났다. 찾아가 인사를 하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니까 나와는 나눌 이야기가 없단다. 잠시 황당했다.

그는 이어 말하길 ‘차목사와 내가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한 번도 찾아와 이야기를 하지도 않은 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으니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런 마음을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이같은 그의 상태에선 더 이상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어렵다 생각하여 ‘나는 나눌 내용들이 꽤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왔는데 대화를 거부하시니 나도 대화를 구걸할 생각은 없다. 나는 대화를 제안했고 위원장께서 거절하였다라고 정리 하겠다’ 하고 그 자리를 마쳤다.

그동안 내가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 한 것은 정책토론회는 불법이 아니며, 사전 여론조사도 불법이 아니니 이를 시정하고 허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향응제공 등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금권과 학연선거가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이를 조사하고 금지시키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문제제기가 사적으로 만나면 해결이 될 수 있고 공개적으로 하면 풀 수 없다는 말인가? 그래서 그는 사적으로 찾아와 의논하는 것 외에는 공개적인 것만 아니라 문건으로 정식으로 질의를 하여도, 그래서 어떠한 형식의 질의나 문제제기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인가?

나는 이런 문위원장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자신의 사적인 일에는 그리해도 된다. 문서로 공식으로 질의를 하여도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가 ‘나는 공인으로서 자격이 없소’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정부기관을 비롯하여 어느 공적인 기관이 문서로 질의한 것을 이처럼 깔아뭉갠단 말인가? 명색이 과거에 연회감독을 지낸 일정한 지도력이 있다고 하는 목사로서, 이같이 공적인 일을 사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공적인 일을, 감리교의 공식적인 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개인의 사감을 넣어 일을 처리해서는 더 더구나 안된다. 그러니 위원들이 정책토론회 자체는 불법이라 할 수 없으니 다시 총실위에 건의하자는 의견에 그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위원장이라 하더라도 이런 합리적인 제안을 감정적으로 거부해서는 안된다. 위원장의 생각이 정책토론회에 아무리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상임위에서 다시 총실위에 건의키로 한 것은 뒤늦었지만 ‘위원회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상징’이며 이를 환영하는 바이다.

그런데 위원장은 또 다시 잘못을 저질렀다. “모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펀드를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문서로 경고하기로 했다. 선거권자들이 펀드를 조성하는 것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지만 사적모임을 주선하는 행위, 변칙적 추대행위 등의 시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의 결정사항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모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했다
2)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3) 그런데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4) 다만 사적모임을 주선하고 변칙적 추대행위 등의 시비 가능성이 있어 경고를 한다

첫쩨로 정말로 모 후보가 그런 기자회견을 했는가?

아무리 그 기사를 찾아보아도 그 예비후보가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참석하지도 않은 사람이 참석하여 기자회견을 했다는 1)항은 거짓이고 모략이다.

두 번째론 펀드는 조성해도 되지만 사적모임을 주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사적모임 주선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가 유독 이 후보측(?)의 행위에만 ‘사적모임 주선행위’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가? 앞으로는 모든 사적모임을 주선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가 표명이 되면 모를까, 이처럼 특정후보만을 공격하는 행위는 불공정하다.

사적모임을 주선한다는 것은 지방이나 연회의 공적모임이 아닌 것은 다 사적모임이고 이를 주선하여 그 후보가 참석하여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 그 후보가 참석하지도 않음 모임을 사적행위 주선이라고 경고를 줄 수 있는가?

그렇다면 감리교목회자들이 특정후보에 대해서나 후보자의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다양한 모임을 하는 것은 다 불법이란 말인가? 왜 선관위원장은 침묵선거를 강요하는가? 이제는 바뀌어야 할 관행적이었던 잘못된 선거를 끊겠다는 의지도 없이 왜 또 다시 선거를  음성적으로 진행하라고 강요하는가?

세 번째론 변칙적 추대행위의 시비 가능성이 있어 경고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사 어디를 봐도 후보로 추대한다는 사항이 없다. 다만 개혁후보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이것도 문제가 아니고 후보로 추대한다는 조항도 없으니 이것도 문제가 될게 없다. 그런데 누군가가 시비를 걸 가능성이 있어서 경고를 주기로 했다면 이것은 넌센스다.

그렇다면 모 학연의 전혁직 감독들이 모여서 이제는 우리 학연에서 감독회장이 나올 때가 되었으니 모든 힘을 다해서 지원하자는 결의를 한 모임은 사적모임 주선행위가 아니며 변칙적 추대행위가 아닌가?

문위원장은 왜 이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가?
자신도 그 자리에 참여해서 그런 결의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다 친한 사람들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사적으로 양해를 얻어서 모른체 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친한 측의 행위는 모른체 하고 그렇지 않은 측의 행위에 대해서 경고를 하겠다는 것은 불공정행위가 분명하다.

특정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또 특정후보를 공격하는 이런 불공정행위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저지르고 있는 선관위원장은 공정한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선관위원회의 책임자로서 자격이 없음이 분명하다.

네번째로 이미 후보들은 뛰고 있다.

누가 추대를 했건 안했건 이미 다 뛰고 있다. 선관위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관위 모임에 그들을 초청한 것이 아닌가? 선관위가 제일 먼저 그들이 후보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것이 아닌가? 누구의 추대도 없었던 이들이 ‘당신들이 후보니 모임에 나와서 의논 합시다’라고 했던 행위야 말로 변칙적 추대행위 아닌가?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를 지적해서는 안 된다. 추대를 했건 안했건 이들은 이미 후보다. 이것은 선관위도 인정한 사항이다. 그런데 몇 사람이 모여 기자회견을 한 것 가지고 ‘사적모임을 주선했네, 변칙적 추대행위를 했네’ 하며 경고하겠다는 행위는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다섯 번째로 경고를 주려면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에게 경고를 줘야지 참석하지도 않은 후보에게 경고를 준다는 것은 그 후보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만일 선관위가 이런 식의 사고를 계속한다면 ‘상대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하여’ 몇 사람이 ‘우리는 누구를 지지한다‘라고 선언하는 사태가 여기저기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없는 사실도 있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선관위가 이런 자세를 바뀌지 않으면 상대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하여 이런 일들은 계획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이 자명함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합법이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조성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주겠다면 도대체 펀드를 어떻게 조성하라는 말인가? 이제까지의 선관위 입장처럼 아무도 모르게 음성적으로, 뒷구멍으로 조성하라는 말인가? 말이 안 된다. 선거가 투명하려면 그 비용을 조성하는 것도 투명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 문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선관위가 무엇을 해야 하며 위원장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서 무지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정책토론회를 불법이라 했고, 언론 등에서 후보들의 정책비교를 막았으며 유권자들의 여론동향을 살피는 여론조사 조차를 불법이라 주장하는 탈법적이고 독선적인 행위를 일삼았다. 그런데 그의 이런 행위들이 결국은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또한 개혁적 후보를 공격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로 귀결되고 있음을 보게 될 때 참으로 불쌍한 마음마저 들게 된다.

이제 선거는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번 선거가 감리교의 변화와 혁신의 기로점에 있음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선거는 깨끗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 선거를 깨끗하게 하고 공정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문위원장은 그 자리에 계속 있어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감리교회를 생각한다면,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엄중히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