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펜젤러 “더없이 용감한 일”이라고 감동
“한국 첫 개신교 결혼식” 1888년3월14일 저녁, 아펜젤러 일기 밝혀
첫 기독교가정으로, 한글 결혼예식서 첫 사용
기독교가 한국사회와 삶 속에 뿌리박고 꽃피며 결실 맺고 있어
 

노 종 해 목사(말레이시아 선교사)

 기독교신앙에 입각한 결혼예식이 언제 있었는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도 궁금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결혼식은 봉건적 전통과 습성에 젖어있는 한국사회에서 양성평등에 입각하여 가정을 이루고, 기독교 신앙이 삶 속에 뿌리박고 결실 맺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의 최초 결혼식에 대해서는 아펜젤러(H.G. Appenzeller) 목사의 “1888년 3월 15일, 일기”에 기록되어 있다. 즉

▲ Appenzeller' Diaries, Thursday, March 15, 1888, Seoul.

“어제 저녁에 우리 선교부 사람 모두와 장로교 선교부 사람 한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응접실에서 내가 결혼식을 주례하여 한용경과 과부인 박씨를 문답하고 맺어 주었다. 이것은 내가 주례한 최초의 결혼식이요, 한국개신교 최초의 결혼식(the first protestant wedding in Korea)이다”

신랑 한용경 씨는 청주 사람으로, 외교와 통산업무를 관장하는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에서 양반자제들을 입학시켜 통역관으로 양성하는 “동문학”(同文學,1883년8월1일 설립)의 학생이었다. “동문학”은 한국 최초 관립 고등교육기관으로 통변학교(通辯學校)이였다.

또한 1885년 선교 초기부터 선교사들의 어학선생과 특히 스크랜튼의 “시병원”에서 통역 등 조사로 활동한 분으로, 정동에서 가을(10월)부터 “첫 규칙적인 주일예배“와 ”성경공부“ 모였을 때도 눈여겨보며 지켜 본 분이다.

1886년 ”동문학“이 폐교되고 ”육영공원”이 설립(1886년9월23일)된 때부터는 배재학당에서 1년 영어를 더 배우며, 선교사들 특히 스크랜튼 박사의 희생적 사랑에 감동하고, 그 사랑이 기독교 교리에 있음을 깨닫고, 한문성경을 받아 공부하며 “예수 믿기로 결심”하였다. 1887년2월6일 주일에는 아펜젤러를 찾아가 신앙고백하고 세례를 자진 간청한 분이다.

▲ 한국 최초 통역관 양성 관립 외국어 학교-"동문학"(1883)-수업모습       ▲ 아펜젤러와 학생들 -뒷줄 좌측 한용경, 우측 아펜젤러

당시 선교사들은 세례 베풀기를 주저하였는데, 이는 직접선교로 인하여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는 선교의 기회를 잃고 박해나 받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에서였다. 이에 비하면 오히려 한국인들의 신앙이 더 굳고 용감한 것을 알 수 있다. 한용경 씨는 1887년10월2일에야 세례 받았으며, 스크랜튼의 병원에서 통역하며 전도활동을 하고 있는 첫 한국인 전도자로 ”권사“이였다. 1887년 11월에 부인을 잃었는데 그의 친구들의 소개와 권유로 25세의 과부인 박씨를 알게 되었다.

▲ Appenzeller' Diaries, Thursday, March 15, 1888, Seoul.

한용경 씨는 먼저 박씨에게 번역된 “마가복음”과 “십계명”을 보내면서, “이것이 내가 믿는 것”이라고 써 보냈다. 성경과 십계명을 받은 여인은 기뻐하였고 자신도 믿는다는 통지를 보내었다.(“He sent her a copy of Mark's gospel and the Ten Commandments with the word that this was what he believed. She thought it was good.”)

한용경 씨는 스크랜튼 박사와 아펜젤러 목사와 모든 예식절차를 의논하였고, 기독교 예식으로 결혼식하기로 결정하였다.

드디어 한국개신교 최초 결혼식이 서울 정동교회에서 1888년 3월 14일 수요일 저녁에 아펜젤러 목사의 주례로 열리게 되었다. 이 예식에는 감리교선교사 전원과 장로교 선교부에서 한명이 참석하였다.

아펜젤러 목사는 “이들이 사람들 앞에 나와 기독교식으로 부부가 되는 것은 더없이 용감한 일이다”고 하였다.(“nothing could have been more brave then to see these people coming to the front”)

결혼식이 끝난 후 피로연이 열렸는데, 이때 케익(떡)과 아이스크림이 차려졌고, 차를 마시며 축하해 주었다. 아펜젤러도 “이 모든 일도 역시 감사해야할 제목이다”고 하였다.

(“nothing could have been more brave then to see these people coming to the front and in a Christian way be made man and wife. The bride is 25 and did her part with much self possession. We had cake, ice-cream and tea afterwards. This is another cause for gratitude.”)

옥성득은 ‘한국인의 첫 기독교 결혼식“이, 감리교선교사 윌리암 홀 박사의 조수 박유산과 에스더(김점동)의 결혼식인 ”1893년5월24일“이라(뉴스앤조이, 2015.11.25일) 했으나, 이미 5년 전 1888년3월14일에 한국기독교의 첫 결혼예식이 열렸음을 밝혀 주고 있다.

이 결혼식은 다음 몇 가지 점에서 한국기독교사와 근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한국개신교의 첫 결혼식으로, 첫 기독교가정을 이루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한국개신교 첫 교회인 정동제일교회(1885년)에서 열렸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한국어로 번역된 예식서로 행해진 결혼식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도인 한용경은 직접 예식문을 번역하여 한글세례문답으로 세례 받았고, 한글 결혼예식서로 혼인하였다는 점이다.

셋째는 결혼 당사자들의 충분한 의사교환으로 스스로 결심하였다는 점에서 양성평등을 이념적 차원이 아닌 실제적인 생활 속에서 신앙으로 실현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넷째는 성서와 십계명을 보내어 성서적 신앙으로 가정을 이루었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첫 신식, 서구식 결혼예식이며, 기독교의 정신과 복음이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삶속에 뿌리박고 꽃 피며, 결실 맺고 있다는 점을 밝혀 주고 있다.(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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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원 자료: 한용경의 간증(1887)과 아펜젤러 일기(1888.3.15.)

1. 한용경의 간증(1887)

▲ 한용경

“나는 일찌기 외무부에서 영어를 공부했다. 미국에서 온 교사인 아펜젤러가 정동에서 살며 영어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1년간 공부했다. 선생의 활동과 매너를 볼 때, 그리고 그가 의로운 사람인 것과 그의 행위가 바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그가 무언가 위대한 교리를 배워 따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나는 천주학에 대해 들었으나 그 활동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내가 여러 가지 의구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동료 친구들이 “스크랜튼 선생이 우리에게 준 이 신약성서를 봐”라고 말했다. 그 것은 예수교 책이었다. 그들은 모두 “우리는 그것을 배우지 않겠다”고 하며 학교를 떠날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나로서는 선생에게서 나쁜 행동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을 달리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그 책을 달라고 했다. 그 의미는 잘 모르지만 나쁜 말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보고 좀 더 알고 싶었다. 나는 아펜젤러 선생과 그 문제에 대해 의논했고, 그는 내게 “신덕통론”이라는 책 하나를 주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거기에는 공자의 가르침이 들어 있었고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의 업적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들과 스크랜튼 선생을 따라다니며 그의 활동을 본 일들로 인해서 나는 그 책들의 의미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 의사 선생은 밤낮으로 불결한 종기와 위험한 질병을 가진 거지들을 불러 모았다. 마치 육신적인 친구인 것처럼 그들을 모아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주었으며 그 밖의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해에 그가 장님에게 눈 하나를 이식했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졌다.

조선 사람들은 모두 “모든 외국인들이 그 의사 선생 같다면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믿겠다”고 했다. 예수께서 능력을 베풀어 널리 병든 자를 고치시고 기적을 행하셨던 것이다! 점차적으로 사람들이 감명을 받아 감사를 표했다. 나도 그들처럼 전에는 굳은 믿음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이 일을 보고 내 마음이 내부로부터 움직였다. 나는 잠시라도 하나님의 선하심과 예수의 업적을 잊을까 두렵다. 그러나 내 육신이 약하고 특별히 내게는 성숙한 믿음이 없다. 또 이전의 더러운 습관이 되살아나 많은 죄를 지었다. 세상에 있는 직업과 사업 중에는 의사가 가장 으뜸인 것 같다. 이것은 내 말이 아니고 세상사람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조선에 그 의사선생처럼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우리 마음은 자연히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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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주);

Dr. Wm B. Scranton:”Historical Sketch of the Korea Mission of Methodist Episcopal Church", The Korean Repository, Vol 15. 1898. pp256-269. 스크랜튼 박사는 1895년 10월 9일 한국 개신교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발표하였다.

2. 아펜젤러 일기(1888.3.15.)-영문일기와 번역문

Appenzeller' Diaries, Thursday, March 15, 1888, Seoul.

“Last evening in the presence of all of our Mission and one from the Presbyterian, in our parlor, I performed the marriage ceremony and made man and wife Han Young Kyung(한용경) and Mrs. Park a widow. This was my first wedding and the first Protestant wedding in Korea.

Mr. Han is working in the Hospital, my second native convert. His wife died four months ago, and his friens urged marring this widow. He sent her a copy of Mark's gospel and the Ten Commandments with the word that this was what he believed. She thought it was good. He than translated our ritual and sent her copy. the whole was done as we, Dr. Scranton and mysel suggested, and nothing could have been more brave then to see these people coming to the front and in a Christian way be made man and wife. The bride is 25 and did her part with much self possession.

Last evening in the presence of all of our Mission and one from the Presbyterian, in our parlor, I performed the marriage ceremony and made man and wife Han Young Kyung(한용경) and Mrs. Park a widow. This was my first wedding and the first Protestant wedding in Korea.

We had cake, ice-creaand tea afterwards. This is another cause for gratitude.

*아펜젤러의 일기(1888.3.15.)

어제 저녁에 우리 선교부 사람 모두와 장로교 선교부 사람 한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응접실에서 내가 결혼식을 주례하여 한용경과 과무인 박씨 부인을 부부로 만들었다. 나로서는 첫 결혼식 주례이며 한국 최초의 개신교 결혼식이다.

한씨는 병원에서 일하며 나의 두 번째 한국인 개종자이다. 넉달 전에 그의 아내가 죽어 그의 친구가 이번 결혼을 권유했다. 그의 아내 될 여인에게 마가복음과 십계명을 보내면서 자기가 그것들을 믿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는 좋게 받아들였다. 그런 후 그가 우리 예식서를 번역하여 그녀에게 사본을 보냈다. 모든 일은 스크랜튼 의사와 내가 제안하는 대로 진행되었다. 이들이 앞에 나와 기독교식으로 부부가 되는 것은 더할 수 없이 용감한 일이다. 신부는 스물다섯 살이며 자기 재산도 많이 가져왔다.

우리는 케익과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차를 마셨다. 이 모든 일이 역사 감사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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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G. 아펜젤러(노종해 역): 자유와 빛을 주소서, 아펜젤러 일기(1886-1902), CLSK 1988.p8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