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사람

최근 파면당한 나향욱(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솔직한 사람이다. 그는 평소 마음 속에 갖고 있던 신념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거침없이  발설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등 주요 정책들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는 문제의 회식 자리에서 기자들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무원 실명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당황한 기자들이 대화 내용을 녹음하겠다며 해명할 기회를 주었지만 굽히지 않았다.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민중은 개돼지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민중은 1:99 할 때  그 99%다."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인용한 말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가 지닌 사고와 철학(?)의 요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민중 개돼지론'이고, 다른 하나는 '신분 공고화' 신념이다. 이 두 가지는 단지 나 기획관만의 사고와 철학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오늘날 심히 양극화되어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사회의 1% 계층 대부분이 갖고 있는 이념이라 생각한다. 대개의 1%는 이 이념을 갖고 한국사회를 농단하고 있다.  나아가 이 이념은 한국사회의 기본 작동 원리이다. 그의 훌륭한 점은 그런 소신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대다수 1%인人들과 달리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1%에 속한 사람들이 대개 신분제시대의 의식을  속으로 품거나 뼛속까지 새기고 살지만 겉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는데 비해, 나 기획관은 드러냈다는 점이 다르다. 그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아니다.

소설가 조정래는 '민중 개돼지론'을 설파한 그를 가리켜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와 같은 관료들을 가리켜 뱀파이어의 빨대 같은 존재라 말하고 싶다. 그는 민중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 자체는 아니다. 그는 한낱 그 뱀파이어의 주구인 빨대일 뿐이다. 좀 고상하게 바꾸어 표현하면 그는 충성스러운 '마름'이다. 마름은 본래 지주를 대신해 소작지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지주 계급이 아닌 사람으로서 자신과 신분이 같은 소작인들을 착취하는 지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힘껏 일하는 사람이 마름이다. 그가 제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소작인들을 인간으로 보면 안 된다. 영혼을 지닌 존재로 보면 안 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로 보는 건 더더욱 안 된다. 소작인을 단지 물건(it)으로 봐야한다. 물건 중에서도 일회용품이나 소모품으로 보고 취급해야 한다. 민중을 오로지 지주의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고 다뤄야만 신실한 마름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99%를 개돼지로 여기며 공직에 임한 나 기획관은 매우 충직스러운 마름이다. 이런 마름은 비록 파면을 당해도 언젠가는 1%의 은총으로 다시 중요 보직에 중용될 것이다.

나 기획관이 얼마나 유능한 마름이었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 문제의 자리에서 기자들은 신분제 공고화를 주장하는 나 씨에게 최근 구의역 사고로 사망한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 때  그가 보인 태도와 입장이 있는데 바로 그게 그 증거다.

"기획관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도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 봐라."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게 자기 자식 일처럼 생각이 되나?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그의 말은 그가 최소한도의 측은지심과 공감(sympathy)마저 자신에게서 도려냈음을 알려준다. 그의 얼굴에서 나는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고 난 뒤 축배를 들었던 전두환과 그 일당의 얼굴을 보았다. 그를 보며 또한 고문기술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간첩을 조작하기 위해 전기고문을 하면서 휴대폰으로는 생일파티에 대해  딸과 함께 웃으며 의논하는 고문기술자 말이다. 요즈음 나는 고문 피해자들과 함께 판소리를 배우며 고문의 야만성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 또한 나 씨를 보며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에게 징역 5년형이란 터무니 없는 중형을 선고한 판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를 보며 현대자동차의 하청기업인 유성기업의 민주노조를 파괴하도록 배후에서 지시하고 조정한 사람들의 얼굴을 또 떠올렸다. 유성기업의 민주노조를 지키는 싸움을 하던 노동자(한광호)가 최근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국민 99% 개돼지

나 씨는 국민 99%의 어떤 면모를 보고 '개돼지'라고 했을까? 우리는 개돼지라는 소리를 들은 김에 냉정한 자기진단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그가 '개- 돼지'라고 할 때 개는 무슨 속성을 말하고, 돼지는 어떤 속성을 말할까? 우리에게 개돼지라는 소리를 들을만한 요소는 없는가? 그가 개라고 말할 때 무엇보다 나는 '줄에 매여 사는 개'의 모습을 연상했다. 국민 99%는 줄에 매여 사는 개처럼 부자유한 상태에 놓여있지 않은가? 심히 양극화된 한국사회에서 그 99%는 1%에게 매여 있다.

그 증거를 보자. 가령, 자산 상태를 보면 상위 10% 계층이 나라 전체 자산의 70%을 갖고 있는데 반해, 하위 50%는 고작 1.7%만 소유하고 있다. 또한 고용은 4%만 하는 재벌100대 기업이 일년 나라 전체 순이익의 60%를 차지한다. 다분히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경제권력과 정치권력, 언론권력 등을 움켜쥔 1% 계층은 나머지 99%의 밥줄을 쥐고 있다. 물리적 폭력이나 구조적 폭력으로 함부로 부리며 생명까지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불평등한 미국 다음으로 불평등한 나라인 한국에서 그 1%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3중의 불평등-불공정 구조를 통해 99%를 착취하며 밥줄을 쥐고 있다. 운명까지 쥐락펴락한다.

여기서 하나 덧붙일 불평등 구조가 있다. 그것은 남녀차별을 통한 착취구조다.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는 OECD국가들 중 부동의 1위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36.7%를 덜 받는다. 한국 여성 교육 수준은 세계 1~2위인데 비해,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는 최하위다. 국민 99%의 대다수는 임금노예로 살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농어민들은 그저 도시노동자들에게 값싼 먹거리를 공급하는 하부구조로 자리매김된 지 오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한국에서 년 간 부동산 불로소득 총규모가 400조에 이른다. 그런 불로소득을 가만히 앉아서 손에 쥐는 1% 가진자들은 저임금으로 노동자들을 안정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농어민들을 정책적으로 누른다.99%는 모든 생산과 열매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다.  99%가 그 열매를 독점한 1%에게  매여 산다는 사실은 모든 고통과 번뇌의 뿌리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원죄와 같은 것이다. 이 원죄의 핵심문제는 사람과 사람의 뒤틀린 관계문제다. 주종관계, 갑을관계.

나 씨가 국민 대다수를 가리켜 돼지라고 말할 때 ,그 돼지의 속성은 또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친히 말했듯이 그저 '먹고살게만 해주면'만족하는 속성을 말한다. 즉 빵 이상의 것은 추구하지 않는 물질주의적인 속성이다. 돈을 좇아  움직이는  속성이다. 물신주의적 기질이다 많은 국민이 그런 속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99%국민을 그런 속성을 가진 돼지로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돼지로 취급하는 그의 자세는 명백한 오류이지만, 다수 국민이 그런 속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이 아주 돼지로 살도록 아예 신분의 공고화, 제도화, 법제화를 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교육행정가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국민 다수가 돼지의 속성을 갖고 사는 현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수 국민은 돈이 주인 노릇하는 사회에 길들여져 있다. 인간보다 돈, 생명보다 이윤, 자유보다  빵을 앞세우는 의식에 빠져 사는 국민이 적지 않다. 다수 국민은 자유로운 빵, 평등한 빵, 형제애가 깃든 빵이 아니라 그저 나의 빵, 내 가족의 빵, 많은 빵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어 먹고 사는 사회를 실현하는 일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복지사회마저 외면하며 대개 살지 않는가? 빵의 성격엔 관심 없고  오로지 '묻지마  빵' 쟁취에 몰입하지 않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적 관계성은 외면한  채  오직  타자를  누르거나 이용해 성공하려는  열기만  뜨겁지  않은가? 노동운동도 주로 임금투쟁에 몰두하지 않았나? 민주노총도 주로 일부 대기업 정규직의 빵을 위한 싸움에 치중해 오지 않았는가? 노동운동의 목적은  임금 인상이나 처우개선에 있지 않다.노동해방운동,출애굽운동,희년운동의 목적은 사랑 안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의  연대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데 있다. 그 목적은  사도행전 2장 과  4장에 나타난 공동체가 보여주듯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  가꾸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 현실은 저마다 원자화 되어 꿀꿀거리는 모습이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며 사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현실이다.

우리 한국 현대사에서 자유인으로 살기 위한 사회운동이 없었던 게 아니다. 치열한 투쟁이 있어 왔다. 수령주의에 입각한 전근대적 왕조체제(이조시대보다 더 강고한)에 눌려(세뇌되어) 아예 숨 죽이고 사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한국사회의 그 운동 역사는 매우 역동적이고 괄목할만하다. 하지만 그 역사는 일천하고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한국 민주주의는 매우 형식적이다. 돈이 왕 노릇하는, 권위주의적인 사회를 극복한 하나님 나라로 가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며 사는 사회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국내외 흑암의 세력이나 구조와 맞서 싸울 세력은 너무 허약하다. 시민이 나라 살림에 실제 주인으로 참여하는 정도는 너무 빈약하다.

개, 돼지로 살지 않으려면

1%에 속하지 않은 우리가 개, 돼지로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개,돼지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세습되고 제도화(공고화)된  계급ㅡ신분사회에서 살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하나?  임금노예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자유인 즉 하나님의 자녀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성경은 뚜렷한 가르침을 준다. 먼저 구약이 해답을 제시한다. 구약의 등뼈같은 출애굽 사건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사건은 자유의 신이신 야훼 하나님을 의지하고 자유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라는 말을 노예들에게 한다. 더 이상 개,돼지가 아니라 자유인으로 살기 위한 길에 나서라고 강권하는 계시가 출애굽 사건이다. 그것은 노예적 삶을 강요하는 바로의 체제를 거부하는 해방운동에  투신하도록 촉구한다. 이 사건 계시는 개돼지로 만족하거나 체념하도록 세뇌하지 않는다. 매여 사는 삶의 고통을 잠시 잊도록 몰핀주사를 놓지도 않는다. 그것은 노예인 자신, 매여 사는 자신을 직시하도록 한다. 바로왕과 노예주들이 부자가 될수록 노예들도 더 잘 살게 될 줄 믿고 바로 체제의 강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또한 지금 현실 체제에 순응하면서 피안의 세계를 그리워하고  감사하며 그냥 지내라는 권고를 노예들에게 하지 않는다. 불의한 현실 체제 안에서 개인적  신분 상승을 위해 바치는  기도는  야훼가 듣지 않는다. 인생은 본래  아픈 거야, 라고 속삭이면서 마음 치유나  하는 말랑말랑한  치유사들을 야훼는  미워한다.  더구나 노예로 사는 것은 전생의  업보라거나  개인의 책임일 뿐이라는  주술사들을 야훼는 저주한다. 나일강에 쳐 박는다. 비록 육신은  노예지만  영적으로는  하나님의 자녀이니  영적 자유를 만끽하며 노예로 그냥 인내하며 살라고 가르치는 종교가들은  바로가 고용한  사제들이다.

신약의 고갱이는 십자가 사건이다. 공적인 활동을 시작하신 지 3년 여 만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예수가 우리에게 결정적인 해답이 되신다. 개돼지가 인간 즉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길을 피로써 친히 닦으신 분이 예수다. 하나님의 아들인 그가 죽음을 무릅쓰고 한 일은 무엇인가. 쓰디쓴 고난을 받을지언정 그가 기어코 행한 일은 무엇인가?  바라보기만 해도 이제까지 개돼지로 산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회개(전향)하도록 감동하는 십자가 사건을 통해 예수가 이루고자 한 일은 무엇인가?

외양간에서 태어나 노동자로  살다 30세쯤 공적 활동을 시작하신 예수님의 첫 일성만 들어도 우리는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출애굽정신을 계승한 예수님은 첫 일성으로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일을 천명하셨다. (누가복음4:16-21) 그 일은 다름이 아니라 '주의 은혜의 해'를 전하고 이루는 것이다. 이'주의 은혜의 해'라는 것은 바로  출애굽 계시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은 '희년(禧年 Year of Jubilee)을 말한다. 희년은 7년마다 지키는 안식년이 7번 지난 다음 해로서 ,그 해엔 대대적인 사회개혁을 단행해야 했다. 토지를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고 ,노예나 종을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줘야 한다. 이는 자유와 평등, 형제애가 충만한 사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님의 처방인 것이다.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며 사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가르침이 희년 정신에 고스란히 들어있는데,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바로 그 희년의 정신을 실천하러 오셨다고 선언하신 것이다. 희년을 이룬다는 것은 마치 농부가 풍성한 열매를 위해 묵은 땅을 깊이 기경하듯이 묵은 사회를 대대적으로 갈아엎고 변혁하는 것이다. 최하 50년에 한번씩은 하라는 것이다.7년마다  맞이하는 안식년에  부분적인  개혁을 하다가 50년마다 맞이하는 희년엔 대대적인 사회 변혁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만물을 지으시고 우주를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예수님은 그런 변혁을 지구촌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실현하려고 오신 것이다. 이른바 '새 하늘과   새 땅'즉 하나님 나라는  바로 그런 변혁이 이 땅에서  완성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기도도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셨다."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예수께서 희년 정신을 펼치실 때 예수를 잡아 죽인 주도 세력은 1%였다.즉 빌라도로 대표되는 로마제국과 이스라엘지배계층(종교,정치))이었다. 물론 이 1%에게 세뇌되고 이용당한 군중도 예수를 죽이는 데 한몫을 했다.

예수님의 충실한 사도였던 바울은 '마음의 할례'(로마서2:29)를 강조했다. 저마다 개돼지가 아닌 자유인 즉 하나님의 자녀로 사는 사람들의  연대 공동체, 그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변혁은 마음의 변혁과 더불어 진행되어야 함을 깨닫고 그는 그렇게 역설했다. 그는 인간이 예수의 성령을 모시고 그 영을 좇아 마음의 변혁과 사회의 변혁을 이루며 살도록 헌신적으로 도왔다. 마음의 변혁 없는 사회의 변혁 없고 ,사회의 변혁 없는 마음의 변혁 없다. 성령의 도움으로 자신의 마음의 악을 베어버리는 할례와 사회구조적인 변혁에 힘쓰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인이다. 그리스도의 사람은 가령 권위주의적인  가정이나 상명하복적인 계급문화에 젖은 회사와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을 자신 안에 있는  권위주의적인 속성을 잘라버리는 일과 함께  해야 한다. 수직적인 군사문화에 찌든  기업과 관료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일도 내 안에 박혀있는  노예근성이나 지배욕을  베어버리면서  해야 한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악한 기질,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기질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날마다 베어버리는 일을 게을리 하면서 권위주의적인 문화나 구조를 극복하기란 어렵다. 자신의 마음에 말뚝처럼 박혀있는 병적인 자기애(narcissism 딤후3:2)를  날마다 주님께 자백하면서 베어버리지 않는 사람은  가부장적인 가정이나 서열적인 사회문화를  바꾸는 일을  하기 힘들다. 마음의 할례 없이 불합리한 구조나 체제와 맞서 싸우는 사람은 괴물이 되기 십상이다. 괴물과 싸우다 스스로 더 큰 괴물이 되고 만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 40년을 지낸 뒤에 비로소 히브리 노예해방의 리더로 일할 수 있었다. 광야에서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며 그가 받은 은총은 마음의 할례였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성령의 도움으로 날마다 마음의 할례를 받아 예수와 연합해 사는 것이다.
 

한국교회

1:99 사회-헬조선사회 , 갈수록 부가 세습되며 신분제사회로 점점 굳어져가는 한국사회에서 주류 한국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기서 주류란 마치 양화를 구축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악화와 같은 세력을 말한다. 주류 한국교회는 출애굽이나 희년정신의 실천과는 거리가 멀다. 한참 멀다. 대다수 한국교회 안에서  마음의 할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이 몰두하는 것은 대개  내세 천당 가는 티켓을 믿음(?)으로 받아 놓고 나서 예수 이름을 이용하여 이기적으로 부자 되고 높아지는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주류 한국교회는 남북분단을 고착시키며 돈이 주인 노릇하는 헬조선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했다. 월남한 기독교인들  특히  서북지역에서 월남한 기독교인들은  친일파들과 손잡고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물론 광신적인 반공주의로 무장한 채 미국의 우산 아래서 이승만, 박정희 등으로 이어진 권위주의적 수구 정권을 도우며 말이다. 지금도 대다수  한국교회는 헬조선사회를 유지,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한국교회의 대다수 회중은 99%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다수 목회자들과 교인은 1% 계층의 정신과 선전 논리를 따라 산다. 몸은 99%에 속하면서  머리는 1%에 속한 매우 분열적인 모습이다. 몸과 정신이 통합되지 않은 아주 기형적인 구조다.   주류 한국교회는 1% 계층의 정신과 선전 논리를 99%에 속하는 교인들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능숙하게 한다.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1% 계층의 정신과 지배 논리를 종교적으로 포장하여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산다. 얼룩말의 얼룩무늬처럼  새기고 산다. 그리고 1%를 위해 늘 기도하고 기꺼이 봉사한다. 1%가 주도하는 사회에 순응하며 기복적으로 부자가 되거나 높아지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주류 한국교회(대개 한국 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는  한국사회에서  마름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여름 장마철에 홍수가 나면 사방에 물이 넘쳐 흐른다. 그러나 그 때 막상 마실 물은 없다. 카페보다 많은 교회들이 있어 설교가 넘친다.  홍수처럼  넘실댄다. 그러나 막상  마실 은혜와 먹을 떡은 없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독물을 마시고 배탈이 난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깊다.

탁류가 지표면에서 이리저리 아무리 흘러 넘쳐도 지하엔 생수가 흐른다. 비본질적인 교회들과는 별도로 도도하게 흐르는 야훼 하나님의 물줄기가 있다!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자유, 평등, 사랑으로 빚은 빵을 즐거이 나눠  먹고 사는  사람들의 물결이  미래로부터 밀려오는 광경을  보는 기쁨으로 또 하루를 맞이한다.  1%에게 오랫동안 세뇌당한 나의 뇌와 마음의 할례를 갈구하며 새 날을 시작한다.
 

김달성목사(평안감리교회 '옆구리 뚫린 아담의 기쁨'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