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식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

요즈음 우리는 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다. 몸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그만큼 몸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명품을 벗고 웰빙을 입자”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 값 비싼 명품 브랜드를 소유함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려는 잘못된 삶의 방법을 버리고 웰빙의 삶을 살자는 것이다.

웰빙이란 육체의 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여기서 웰빙(Well-Being) 이란 행복을 의미하는데 우리의 삶이 행복하려면 자기 존재를 잘 가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존재는 몸과 정신으로 이뤄진 유기체이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를 건강하게 가꿀 때, 우리의 삶이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예수님도 우리에게 행복한 삶을 다음과 같이 약속하셨다. “도적이 오는 것은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삶은 소외된 삶이 아니라 충만한 삶(the full life)이다. 즉, 자신, 가족, 이웃, 사회, 자연(창조세계)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어 근심, 걱정, 슬픔 및 질병에 얽매어 사는 소외된 삶이 아니라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충만하게 사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말한다.

그런데 인간에게만 행복한 삶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삶만 축복해주신 것이 아니라, 창조세계 전체를 축복하셨다. 기독교 신앙은 선한 창조(the good creation)를 확인한다. 창세기 1장은 “창조세계는 좋다(creation is good)”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1:3),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It was good)”(1:4). 매일의 창조 작업이 완성될 때마다, 창조자 하나님은 피조물을 선한 것으로 7번씩이나 축복하셨다(창1:4, 10, 12, 18, 21, 25, 31). 그리고 육일 째 되는 날 하나님은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고 “심히 좋았더라(It was very good)”라고 기뻐하셨다. 다시 말해 모든 피조물이 상호의존 되어 살아가는 창조세계의 모습을 보시고 심히 기뻐하시고 축복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왜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충만한 삶을 살지 못하고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나님께서 보시고 기뻐하신 선한 세계가 왜 오늘날 생태계 위기라는 지구적 재앙1)에 직면해 있는가?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위원회(IPCC)의 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구적 재앙의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인재이다.

인간의 이기적 삶의 방식은 자신의 충만한 자유의 삶을 방해하며 더 나아가 창조세계의 지구적 재앙을 가져온다. 이런 인간중심적인 삶의 방식은 이 세상을 선하게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의 방식과 모순된다. 여기서 필자는 인간의 행복과 창조세계의 복지를 위협하는 생태계 위기의 근원적 뿌리를 초월적 영성(이원론)2)으로 보면서, 그 대안으로 몸의 영성(하나님과 사람의 몸)을 제시한다. 문명비평가들은 생태계 위기의 정신적 뿌리를 기독교의 초월적 영성 안에서 발견한다. 이들이 비판하는 기독교의 초월적 영성은 세 가지, 즉 인간중심주의, 정신/몸의 이원론, 그리고 초월적 유신론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3)

첫째, 성서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는 인간중심주의를 허용한다(창 1:26~29, 9:1~3, 시 8:5~8).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모델은 창조세계를 인간구원 드라마의 배경이나 인간 이익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둘째, 기독교는 정신과 몸의 이원론에 기초하여 정신과 관련된 영적 영역을 높이고 몸과 관련된 물질 영역을 무시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영혼/몸의 이원론에 기초한 기독교의 초월적 영성은 본질적 인간을 초월적 영혼으로 보며, 따라서 구원의 핵심은 개인 영혼에 집중된다. 이것은 인간과 피조물 사이의 날카로운 구분을 야기시키고, 결국 인간 이외의 자연세계를 평가절하한다.

셋째, 기독교의 초월적 유신론은 이 세상을 창조하셨지만 창조세계를 벗어난 초월적 하나님을 강조한다. 그 결과 창조세계 안의 하나님의 임재를 박탈하여 자연을 비신성화 내지 세속화시켰다. 초월적 유신론은 근대과학의 기계론적 세계관 및 자연의 세속화의 종교적 기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기독교 초월적 영성의 세 가지 반생태학적 특성들(인간중심주의, 정신/몸의 이원론 및 초월적 유신론)은 인간/자연, 정신/몸, 하나님/세계의 이원론적 형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성서 및 기독교의 초월적 영성이 창조세계를 지배착취 할 수 있는 인간중심적 이데올로기를 근대과학 및 산업문명에 제공해 왔다는 문명비판가들의 지적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초월적 영성은 성서 안에 있기보다는 성서와 기독교 전통에 대한 인간중심적 해석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성서는 초월적 이원론의 한계를 비판하며, 훼손된 창조세계를 회복, 보존 할 수 있는 생태학적 자원 및 비전을 가지고 있다.4)

필자는 기독교의 초월적 영성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몸의 영성의 생태학적 비전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몸의 영성은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을 거부하고 영과 몸의 상호관계성을 강조한다. 정신/물질의 이원론은 성서가 아니라 그리스 사상으로부터 유래한다. 정신/물질의 이원론은 플라톤이 《티마이오스》에서 우주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전제한 실재에 대한 이원론이다. 이 이원론에 의하면 실재는 정신과 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둘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며, 분리되어 비관계적이고 적대적이다. 그리고 정신은 몸보다 더 근원적이고, 가치가 있고, 참되며 선하고, 그래서 우월하다. 따라서 우월한 정신은 열등한 몸을 지배한다.5)

필자는 정신과 몸을 통전적으로 이해하는 몸의 영성의 신학적 기초를 히브리 성서 안에서 발견한다. 히브리 성서가 증언하는 루아흐로서의 영이 숨, 바람, 생기를 의미한다면, 살아서 숨쉬는 몸을 지닌 모든 존재는 영이며 영을 가지고 있다. 즉 하나님과 인간만이 영적 존재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모든 피조물(식물, 동물 및 지구)은 영의 담지자이다. 영을 몸 안에 있는 생명의 원리로 봄으로써 영과 몸을 전인적으로 이해하는 히브리적 사고는 영을 몸의 자기조직, 상호작용의 능력 및 물질의 내면성으로 보는 진화론적 사고 및 과정 철학적 이해, 또한 생명활동의 모체가 되는 자연(지기)의 역동성을 말하는 도가철학 및 동학사상과 공명을 이룬다. 따라서 몸의 영성은 몸 안에 영의 내재를 인정함으로써 몸과 영의 상호관계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영을 지닌 모든 물질적 생명(창조세계)의 가치 및 구원을 강조한다. 

둘째, 몸의 영성은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인간중심주의), 하나님과 세계의 이원론(초월적 유신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창조세계의 보편적 구원을 강조한다. 정신과 몸의 이원론은 다른 형태의 이원론들, 즉 남성/여성, 인간/자연, 하나님/세계, 부자/가난한 자, 제1세계와 제3세계의 이원론으로 확장된다. 특히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함께 연결시켜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에코페미니즘은 여러 억압 형태들의 상호연관성을 깨달으면서 이런 다양한 지배관계들의 정신적 뿌리를 정신과 몸의 초월적 이원론으로 본다. 즉 남성은 초월적 영역(하나님, 정신 및 문화의 자유의 영역)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여성을 통제되고 지배되어야 하는 유한성의 영역(지구, 물질 및 몸의 자연의 영역)과 동일시한다. 이런 남성적 초월의식은 몸을 벗어나 영원한 삶을 획득하는 한 수단으로 타자의 영역, 즉 몸, 여성과 자연을 부정하여 폭력과 죽음을 조장하는 가부장적 영성의 뿌리가 된다.6)

선한 창조의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중 어떤 것은 본질적으로 선하고 어떤 것은 악하다는 형이상학적 이원론을 거부한다. “창조세계가 선하다”는 신앙적 고백은 모든 피조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됨을 의미한다. 모든 만물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에 가치를 부여하신다. 따라서 모든 피조물은 인간의 이익과 목적에 관계없이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 창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과 피조물의 응답(창1:1-31, 시29, 65, 96:11-13, 148:1-13)은 하나님이 피조물 중 어떤 한 종인 인간(인간중심주의), 남성(성차별), 백인(인종차별), 제1세계(신식민지주의)만을 사랑하신다는 자기중심적 주장의 한계를 분명히 깨닫게 해준다. 현대인의 의식을 지배하는 초월적 영성이 자연착취와 인간억압에 기초해 있다면 우리는 이런 지배와 착취의 영성에 대한 대안으로 신체성, 유한성 및 죽음을 받아들여 유한하지만 새로워질 수 있는 삶을 확인하는 지구에 기초한 몸의 영성을 필요로 한다. 

셋째, 몸의 영성은 공간, 장소와 몸의 개념을 신학적 작업의 중요한 은유(metaphor)로 사용한다. 샐리 멕페이그는 기독교 전통신학이 인간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의 사역을 강조하면서 시간의 범주에 집착하여, 공간의 개념이 신학적 주제로 제약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몸의 은유가 주는 생태학적 의미를 잘 지적하고 있다. 전통적 기독교 신학이 하나님의 인간 구원 사역 안에서 시간과 역사를 일차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공간과 자연, 몸을 이차적인 것으로 보게 하지만, 몸의 신학은 자연 안에서 몸을 지닌 모든 생명의 공간의 필요성 및 구원을 인식하게 한다. 몸의 신학은 몸의 차원에서 모든 생명들의 평등성, 환경문제와 사회정의 문제의 상호관계성, 그리고 모든 생명들이 함께 나눠야 할 공간뿐만 아니라 위치해야 할 장소로서 지구에 대한 귀속감(belongingness)을 일깨워준다.7)  모든 피조물에 대한 공간적 이해는 몸을 지닌 모든 생명들,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지구 그리고 이들의 근원적 모체(the primal matrix)인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재구성하도록 요청한다.

넷째, 몸의 영성은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성을 재구성한다. 하나님과 창조세계의 관계성은 모든 피조물 사이의 관계성, 즉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 백인과 유색인, 제1세계와 제3세계 사이의 관계성을 상징적으로 대표한다. 따라서 하나님과 세계 사이의 상호관계성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몸의 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우선 지금까지 전통신학 안에서 발전되어온 하나님과 세계 사이의 관계모델을 살펴본다. 기독교 신학이 제시해온 하나님과 세계와의 관계모델은 네 가지(이신론적, 대화적, 군주적, 대리적 모델)8)로 요약될 수 있다.

(1) 이신론적 모델(the deistic model)은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를 ‘시계 제조자’(clock maker)와 ‘시계’의 관계로 이해한다. 하나님은 시계 제조자가 시계의 법칙을 가지고 시계를 만들듯이 하나님은 기계적인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 신의 이성을 반영하는 세계의 운행법칙을 집어넣어 스스로 돌아가게 하시며 시계가 고장이 났을 때 시계공이 시계를 고치듯이, 하나님은 세계의 위기(자연적 사회적 재해 및 인간의 고통) 때에만 개입하신다. 이신론적 모델은 하나님을 정신, 세계를 죽은 물질(기계)로 보는 정신과 몸의 이원론, 하나님과 세계를 주체와 대상으로 구분하는 주객이원론을 전제한다. 이신론적 하나님은 비인격적이므로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다.  

(2) 대화적 모델(the dialogic model)은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를 인격적인 관계로 이해하지만, 세계를 오직 인간으로만 봄으로써,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를 하나님과 개인의 인격적인 관계로 축소시킨다. 따라서 이 모델은 개인의 용서와 구원에 대해서는 강조하지만, 창조세계의 구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3) 군주적 모델(the monarchial model)은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를 왕과 백성 사이의 명령과 복종의 관계로 이해한다. 이 모델은 이신론적 모델의 비인격주의와 대화적 모델의 개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나 자신의 백성만을 다스리는 왕의 모델은 창조세계의 구원을 포함하지 못한다.

(4) 대리적 모델(the agential model)은 하나님을 세계의 창조자, 구원자 및 유지자로 이해하는 삼위일체적 모델을 말한다. 이 모델은 창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의지와 목적을 잘 드러내 주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인격적 대리인으로 묘사함으로 이런 하나님이 어떻게 창조세계에 임재하여 구체적으로 사랑을 드러내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네 가지 모델들은 이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내재보다는 초월을, 하나님의 사랑보다는 능력, 하나님의 돌봄보다는 통치(지배)를 강조한다. 

다섯째, 몸의 영성은 세계를 하나님의 몸(the Body of God)으로 이해한다. 하나님과 세계의 어떤 모델이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참여와 헌신적 사랑을 잘 드러낼 수 있을까? 몸의 신학은 하나님의 세계에 대한 관계를 성육신(incarnation)의 성서적 교리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육신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성육신 신앙은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을 하나님의 몸으로 고백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하나님이 이 세상에 구체적으로 몸을 입고 오셨기 때문에, 더 이상 하나님은 영이고 세상은 물질이라는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은 허용되지 않는다.

“세계는 하나님의 몸”이라는 은유는 하나님과 세계, 정신과 물질 등 여러 형태의 이원론을 거부한다. 하나님은 영인 동시에 몸이다. 세계는 하나님 안에, 하나님은 세계 안에 현존하지만, 세계와 하나님은 동일하지 않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몸으로서의 세계의 관계는 마치 나와 나의 몸과의 관계와 같다. 즉 나의 몸이 나와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나의 몸과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나의 몸을 돌보듯이, 하나님은 자신의 몸인 세계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몸 안에 임재하여 자신의 몸인 이 세상을 돌보고 생명의 힘을 주신다.  영으로서의 하나님은 세상인 자신의 몸의 생명의 원리이므로, 하나님의 영과 세상의 몸은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 하나로 연합된 유기적인 큰 생명이다. 창조세계는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몸이다. 하나님의 몸으로서의 세계의 모델은 지금 여기에서 모든 피조물과 함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확인한다.

여섯째, 몸의 영성은 하나님의 몸인 지구를 우리의 고향(home)으로 깨닫게 한다. 임마누엘 하나님은 우리의 고향인 이 지구를 버리고 궁극적으로 하늘의 고향으로 올라가는 전통적 기독교의 내세적, 초월적 구원관의 한계를 지적한다. 몸의 영성은 몸과 지구와 여성을 부정하고 죽음을 영원한 하늘의 고향으로 올라가는 수단으로 이해하는 초월적인 순례자적 영성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하나님의 몸인 이 지구 안에서 삶과 죽음의 역동적 과정을 확인하는 ‘하나님의 몸에 기초한 영성(the Body of God-Based Spirituality)’을 추구한다.9)

다시 말해 하나님의 몸의 영성은 우리가 하나님을 당신의 몸인 이 지구 안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이 세상을 벗어나 있는 초월적인 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지금 여기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사랑하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 안에서 만난다.

그러나 몸의 영성은 하나님과 피조물을 동일시하는 범신론은 아니다. 따라서 몸의 영성은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성을 정신과 물질, 내재와 초월의 역동성 안에서 바라본다. 예를 들어, 로즈마리 류터는 하나님을 만물이 발생하는 근원적 모체(the primal matrix)나 위대한 자궁(the great womb)으로 이해하면서, 하나님의 내재와 초월의 역동성을 설명한다. 근원적 모체로서의 하나님은 모든 생명을 수여하고 유지하고 받아들이는 생명의 내재적 근원(font)을 말한다. 류터는 근원적 모체로서의 하나님은 모든 존재의 근거로서 숨막히는 내재(stifling immanence)도 아니며 뿌리없는 초월(rootless transcendence)10)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신의 내재와 초월, 정신과 물질의 역동적 관계성을 설명한다.

일곱번째, 몸의 영성은 인간이 몸을 지닌 상호의존적 유한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간의 신체성과 유한성은 성서적, 과학적 근거를 지닌다. 우선 창 2:7절과 아담(Adam)의 어원(인간을 의미하는 Adam은 땅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Adamah로부터 유래함)은 인간이 몸을 지닌 유한한 상호의존적 존재임을 확인한다. 흙으로 만들어진 인간과 자연은 형제자매관계(kinship)로 공동근원과 공동운명을 지닌다. 또한 우주발생 이야기11)도 인간의 유한성과 상호의존성을 확인한다. 즉 이 이야기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들의 몸을 구성하는 기본요소가 은하수로부터 유래한 우주진(stardust)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이 생명의 망 안에서 다른 존재들의 몸을 통하여 수십억 번 순환되었다는 사실은 인간과 자연의 형제자매관계, 공동근원 및 공동운명을 분명히 깨닫게 한다.12)

유한한 자아의 개념은 유한성이나 죽음을  죄의 결과로 보는 기독교의 초월적 영성의 한계를 지적한다. 죽음이 비극이든 자연적인 것이든 우리가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13)

초월적인 불멸의 자아는 비생태학적인 개념일뿐만 아니라 생태계 위기의 근원이다. 죽음을 극복하려는 남성적 초월의식은 영원한 삶을 획득하는 한 수단으로 여성, 자연, 몸 그리고 타자의 영역을 부정하여 오히려 폭력과 죽임을 조장시킨다. 우리는 생태계의 자연적 순환의 분해(죽음)의 측면을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생명의 모체인 위대한 어머니 지구로 되돌아가는 연속적인 생명 순환의 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불멸의 영혼의 환상을 포기하고 자아의 무상(transience)을 받아들일 때, 죽음 앞에 모든 생명의 절대적 평등성과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의 내재적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14)

다른 생명의 부정과 착취에 의해 이기적 자아(ego)를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다른 모든 존재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진정한 자아의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끝으로, 몸의 영성은 인간이 공동 창조자(cocreator)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간은 우주 안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와 목적을 생각할 수 있고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우리는 더 좋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안에서 선과 악을 말할 수 있는 도덕적 존재이다. 가부장적 지배체제는 우리에게 이런 의식능력을 자기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이웃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특권으로 잘못 가르쳐 왔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이원론은 인간의식의 오용을 잘 말해준다. 몸의 영성은 인간의식의 남용을 직시하면서, 몸과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의식을 자연과 몸으로 재통합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자연에 의존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인간의식을 창조세계의 보편적 구원을 위해 사용하고 계속된 창조 안에서 공동창조자가 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우리의 의식을 자연으로 재통합시킬 때, 우리는 자신의 유한성(무상)과 가치를 깨닫고 만물의 형제 자매됨을 인식하며, 창조세계 안에서 공동창조자(cocreators)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15)

인간은 단지 자연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자연의 창조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의식적 존재이다. 인간이 지구적 생명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과 힘이 있는 사실을 상기할 때, 자연을 양육하고 돌보는 인간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하나님과 공동창조자로서 인간의 역할 및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에 인간의 참여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몸의 영성은 현재 지구적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가 창조의 면류관으로서의 인간이해를 해체하고 지구공동체의 겸손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모든 생명의 원천인 하나님의 몸을 돌보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주]

1) 지구 온난화와 세계화에서 드러나는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의 복합적 현상은 우리 인류가 직면한 지구적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현상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게 전개되어왔다. 이 현상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1970년대 초국적 기업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부정하거나 그 규모 및 위급성을 축소시키거나, 또는 자연현상으로 설명하면서 이런 문명적 위기에 대해 부정직하며 부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2001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 위원회’(IPCC)는 5년간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지구 온난화는 자연현상이 아닌 인재임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기존 에너지정책의 변화와 인간의식 및 삶의 회개가 없다면 온난화 현상은 해수면 상승, 태풍, 홍수와 가뭄, 기근을 포함하는 기후변화를 일으켜 이로 인한 질병의 만연, 멸종, 환경난민, 전쟁, 인류문명의 종언 등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을 초래할 것이다. 이 발표는 지구온난화란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적 재난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면서 지구 생명공동체의 암울한 미래와 이에 대한 인간의 윤리적 책임성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2) 생태학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지구적 위기의 원인들을 기술 및 환경정책의 부족, 인구팽창, 빈부격차(가난), 군사주의, 현대 산업 문질문명, 이원론적 가치관 및 세계관등으로 다양하게 보며, 따라서 해결책도 다르게 제시한다. 필자는 지구적 재앙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이런 지배착취 체제를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종교 문화적 이데올로기의 문제라고 본다.

3) 다음을 참조하라. Lynn White, Jr., “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al Crisis,” 15-31; Arnold Toynbee, “The Religious Background of the Present Environmental Crisis, 137-149 in David and Eileen Spring, eds., Ecology and Religion in History (New York: Harper & Row, 1974); Rosemary Ruether, “Ecofeminism: Symbolic and Social Connection of the Oppression of Women and the Domination of Nature,” in Ecofeminism and the Sacred, ed., Carol J. Adams (New York: Continuum, 1993) 

4) 다음을 참조하라. David Kinsley, Ecology and Religion: Ecological Spirituality in Cross-Cultural Perspective (Englewood Clifffs: Prentice Hall, 1995), 115-124.

5) James B. Nelson, Embodiment: An Approach to Sexuality and Christian Theology (Minneapolis: Auhsburg, 1978), 37ff.

6) Rosemary Ruether, New Women, New Earth: Sexist Ideologies and Human Liberation (New York: Seabury, 1975), 194-195.

7) Sallie McFague, “Human Beings, Embodiement, and Our Home the Earth” in Rebecca S. Chopp & Mark Lewis Taylor. eds., Reconstructing Christian Theology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4), 144-47; James B. Nelson, Body Theology (Louisville: John Knox Press, 1992).

8) 다음을 참조하라. William C. Placher, ed., Essentials of Christian Theology (Louisville: Westerminister John Knox Press, 2003), 105-109.

9) 다음을 참조하라.

   Margaret R. Miles, Practing Christianity: Critical Perspectives for an Embodied Spirituality (New York: Crossroad, 1988).

10) Ruether, Sexism and God-Talk: Toward Feminist Theology (Boston: Beacon Press, 1993), 85. 셀리 멕페이그도 세계를 하나님의 몸으로 보면서 하나님의 초월을 내재적으로 이해한다. McFague, Models of God: Theology for an Ecological, Nuclear Age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7), 69-87.

11) Sallie McFague, The Body of God: An Ecological Theology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3), 38-46.

12) 로즈마리 류터, <<가이아와 하느님: 지구치유를 위한 생태여성신학>>, 전현식 옮김  (서울: 이대출판, 2004), 67.

13) 다음을 보라. Kathleen M. Sands, Evil and Tragedy in Feminist Theology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4).

14) Ruether, Gaia and God: An Ecofeminist Theology of Earth Healing (San Francisco : HarperCollins, 1992), 251-52. 

15) McFague, The Body of God, 10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