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함께 샌달이 일상화가 되었다. 맨발로 신은 구두는 젊음을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다. 여름은 화려하고 가벼운 샌달로 활보하는 맨발 청춘들의 천국과 같다. 그러나 맨발과 맨손만으로도 자신감이 가득했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듯하다. 맨발로 뛰는 청춘들은 늘어나지만 기회는 예전만 못하다.  

  두 발은 우리 몸을 받쳐주어 직립보행을 가능하게 한다. 몸의 뼈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하는 발은 26개의 뼈와 1백 7개의 인대 그리고 19개의 근육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움직인다.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발을 가리켜 ‘공학의 걸작’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사실 평생 우리 몸을 지탱하고, 옮겨주고, 자유롭게 하는 발은 그동안 천대를 받아왔다. 발 마사지니, 족욕(足浴)이니 대접을 받게 된 것은 건강 붐을 탄 근래 현상이다. 발은 온 몸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신경거울이라고 말한다. 손바닥이 온몸의 상태를 진단하듯, 발도 똑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발이 아프면 온 몸이 아프다’고 하였다.
 
  예부터 발에 좋은 건강법은 맨발로 땅을 걷는 것이라고 하였다. 맨발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며 솔직한 정보를 준다고 한다. 호워드 행어는 “당신의 두 발을 신경학적인 인터넷 위에 가져다 놓을 때, 당신은 정보의 흐름을 지체 없이 포착하게 된다. 땅이라는 본체와 통하는 직통 라인을 갖게 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의 주장은 몸과 마음과 영혼의 맨발상태를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맨발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중국우화가 있다. 정(鄭)나라 사람 하나가 신을 사려고 종이 위에 자신의 발을 본떴다. 장터 신발가게에 가서야 비로소 발을 본뜬 종이를 가져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서둘러 집에 가서 종이를 가져왔으나 이미 신발가게는 문을 닫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이웃사람이 왜 신을 직접 신어보면 될 것을 종이에 발을 그려서 번거롭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내가 직접 재어 그린 그림은 믿을지언정 나의 발은 믿지 않소.” 종종 우리는 정나라 사람의 그럴 듯한 주장에 속아서 살아간다.

  베네딕트 수도회는 맨발상태를 중요시 한다. 수도자들은 밥을 먹거나 기도할 때, 또 대화하거나 독서할 때 언제든지 신발을 벗는다. 그들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맨발로 지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맨발이야말로 의식적인 ‘ON’상태이기 때문이다. 맨발을 통해서 땅과 공감하고 생명을 느끼며 거룩함을 깨닫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 3:5) 는 말씀의 속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세상사의 온갖 오물을 묻히며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 속에서 거룩한 영역을 깨달으라는 요구가 아닐까? 맨발의 존재로 하나님 앞에 서라는 것이다. 우리는 참된 자유, 무릎 꿇는 봉사, 자기 비움을 통해 맨발의 존재로 나아가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 곁에 맨발로 찾아오신 분이다. 그리고 우리의 맨발을 씻어 주신다. 더럽고, 냄새나며, 상처 입은 우리들의 부끄러운 맨발, 그 허물 많은 삶을 고치고, 위로하며, 매만져 주신다. 지칠 대로 지친 내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신다. 맨발의 경건은 그런 주님을 만나고, 동행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바야흐로 다시 맨발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