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오후 3시, 감리회관 16층 예배실에서는 메소디스트 클린보트 발족 기자회견 및 협약식이 예정돼 있었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되었지만 반쪽짜리였다. 기획된 협약식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쪽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왜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는지 의아하다.

1부 예배는 순조롭고 은혜롭게 잘 진행되었다. 클린보트 캠페인을 진행하는 주최측의 운영위원 강형구 장로는 절절한 기도로 깨끗한 감리교회를 향한 소망을 하나님께 아뢰었다. 유승훈 목사도 ‘바른 삶, 바른 지도력’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클린보트 운동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하였다. 문제는 2부 기자회견이었다. 순서지에는 협약식이 명시돼 있었으나 경과보고 및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양재성 목사가 협약식이 불가함을 설명하였다. 애초 참석을 약속했던 네 명의 예비후보(이하 후보)들 중 허원배 목사 한 명만 참석하였다. 이 상황에 대한 입장을 허 목사에게 요청하였으나 후보자인 허 목사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질의 응답 시간에는 왜 협약식이 불발되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주최측이 설명한 것은 다음과 같다. 주최측은 감독회장에 출마하고자 하는 각 후보들에게 연락하여 금권선거와 학연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클린보트 캠페인에 참여하고 공정한 선거를 하자는 취지를 설명하였고 후보 네 명이 동의, 참석을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장(이하 선관위장)이 후보들에게 연락하여 클린보트 협약식에 참석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니 참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에 주최측은 왜 참석하지 말라고 종용했는지에 대해 선관위장에게 문의하였고 선관위장은 ‘참석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고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정도로만 이야기 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법 혹은 위법의 소지는 무엇인지 다시 물었고 이에 대해 선관위장은 정책토론회가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하였다고 한다. 이 내용은 선관위장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도 아니고 질의 응답을 통해서 발표된 내용이기 때문에 정확한 입장은 알 수 없으나 핵심은 선관위장이 클린보트 캠페인 협약식에 후보들이 참석하는 것이 불법이고 불법인 이유가 정책토론회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게 분명히 한국어인데 이해가 잘 안 간다. 우선 클린보트 캠페인이 왜 정책토론회가 되는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클린보트(Clean Vote), 말 그대로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르자는 캠페인이 어떻게 정책토론회와 같을 수 있단 말인가? 캠페인과 정책토론회는 글자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금권 학연 선거 지양하고 깨끗하게 선거운동하자는 협약이 정책토론회와 무슨 상관인가? 깨끗하게 선거하자는 것이 정책인가, 상식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정책토론회가 불법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권자가 후보자 중 한 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감리교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도 없고 정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냥 개인적인 인맥과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손 가는대로 기표하란 말인가? 출마한 후보자들의 정책토론회가 보장되지 않는 선거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선관위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는 가능하지만 여타 기관 및 임의 단체에서 주최한 토론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정책토론회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은 민주사회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해석이다.

선관위장의 논리는 교리와 장정 선거법에 정책토론회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 같다. 그런데 지난 감독회장 선거 이후 입법의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한 적이 없다. 즉 지난 선거와 이번 선거는 동일한 법규정을 따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난 선거에서 후보들이 정책토론회를 했던 것이 불법, 위법이라는 말이 된다. 그러면 현 감독회장은 위법한 절차를 통해 당선된 것이니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셋째, 사실 클린보트 캠페인은 임의단체가 할 것이 아니라 선관위에서 해야 한다. 선관위가 하는 일이 단순하게 선거법 규정을 들먹이면서 위법사항을 적발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감리교회뿐만 아니라 교회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세속의 선거보다 더욱 타락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세속 선거는 법적인 처벌이 전제되며 심각한 위법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구속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교회선거에는 이런 조치들이 없다. 그렇다면 사전에 위법적인 소지를 없애고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장려하여 오명을 벗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세속 선거의 선관위는 선거 전에 언론매체를 통한 공익광고로 깨끗한 선거를 하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클린보트 캠페인을 선관위가 위법 운운하면서 딴지를 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하고 협조하는 것이 맞다. 금권과 학연으로 얼룩진 선거를 통해 감리교회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 깨끗한 선거를 통해 실추된 감리교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도덕적으로 무흠한 지도자를 세우자는 캠페인이 위법이라면 도대체 무엇이 합법이란 말인가? ‘자랑스러운 감리교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지금의 감리교회 모습은 상처투성이이다. 왜 그런가? 파행으로 치달린 감독회장 선거 때문이 아닌가!

선관위장이 전직 감독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은 감리교회의 행정책임자이다. 행정책임자를 지냈던 분이 행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 감리교회의 행정은 140만 감리교회 성도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로급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개교회, 성도들에게 하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감리교회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참여의욕도 감소시킨다. 어떻게 하면 감리교회 성도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감리교회 운영과 행정 전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감리교회의 미래는 암울하다. 아니, 미래가 없다! 최고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정견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동의하거나 질문하는 기회 자체를 박탈한다는 것은 민주적이고 상식적인 방식을 거부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정책토론회를 통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후보를 위한 법해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선관위는 민의를 반영한 법해석과 적용을, 감리교회 구성원들이 납득하고 이해할만한 상식적인 선거의 틀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감리교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올바르고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클린보트 캠페인을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후보자들의 협약을 보장해야 한다. 물론 정책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들의 정책과 면면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 역시 선관위의 임무이다. 오해를 살만한 이상한 법해석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활동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선관위가 돼주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