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번 돈과 헌금

"사람을 착취하고 노예처럼 부려 번 돈으로 교회를 후원하려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그들에게 말합니다. ‘그 돈을 도로 가져가십시오!’ 하느님 백성에게 그런 더러운 돈은 필요치 않습니다. 단지 하느님의 자비로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겁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종(교황이라는 호칭 대신 교종으로 쓰는 움직임이 한국가톨릭 내부에 일부 있다. 그에 따름)이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우리 돈으로 14억 정도의 헌금을 되돌려 보내면서 이 말을 했다. 물론 헌금을 바친 쪽의 의도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이 말을 한 것이다.

묻지마 헌금과 묻지마 축복기도.

대다수 한국 개신교회와 천주교회는 교인들이 바치는 헌금의 성격을 절대 묻지 않는다.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에 대해 묻거나 살피는 일도 없다. 헌금의 성격을 보고 되돌려주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저 헌금을 많이 바칠수록 무조건 좋아한다. 할 수 있으면 많은 헌금을 바치게끔 하는 사람이 유능한 목회자로 인정받는 풍토가 개신교 쪽에 특히 만연되어 있다. 종교적 수단을 이용해, 마치 강도처럼 교인들의  돈을 노리며 털려고 고뇌하는 목사들, 어찌하면 교인들을 감동(?)시켜 돈을 많이 뜯어낼까 고민하고 묵상하느라 바쁜 목사들이 허다하지 않은가. 또한 교회 예산과 결산 그리고 연봉을 자랑하는 목사들이 흔하지 않은가.  크든 작든 많은 교회들은 부자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교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돈푼 깨나 있고, 똥 깨나 뀌는 사람 하나를 교인으로 유치하면 목사들은 직분으로 그 사람을 교회에 얽어매는 전술을 잘 구사하기도 한다. 즉 집사, 권사, 장로 같은 직분을 다른 사람보다 빨리 줘 부자들을 자기 교회에 얽어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교회의 다수 가난한 사람들은 소외되고 소수 부자들은 득세한다.

한편 가난은 개인의 책임일 뿐 아니라 신의 저주라는 의식을 많은 목회자들은 암암리에 교인들에게 심는다. 나아가 돈을 적게 바치는 것은 믿음(신심)이 적은 것이라는 사고방식도 퍼트린다. 아울러 돈을 많이 바칠 수록 많은 물질적 복을 받는다는 교육과 설교도 한다. 돈으로 하나님을 감동시키라는 설교도 서슴없이 한다. 그야말로 '묻지마 헌금과 묻지마 축복'이 만발한 데가 한국교회다. 물론 바치는 헌금 액수에 따라 축복기도를 해주는 목소리의 톤과 수사가 달라진다. 나는 지난 '90년대 교회건물을 지으면서 '묻지마 헌금'을 유도하고 무분별한 축복기도를 남발한 적이 있다.

더럽게 번 돈과 깨끗한 돈

비록 더럽게 번 돈이라도 일단 하나님께 바치면 깨끗한 돈이 된다는 믿음이 한국교회 안에 말뚝처럼 박혀있다. 바친 돈을 놓고 목사(신부)가 기도하면 그 돈이 깨끗한 돈으로 변화된다는 큰 믿음(?)을 가진 교인이나 목회자들이 많다. 주지하다시피 그렇게 해서 모은 한국교회의 재정은 대개 교회건물을 짓거나 부동산 구입하는 데 쓰인다. 어떤 목사들은 교단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수 억원을 뿌리기도 한다. 오늘날 일반사회에서는 선거권자가 선거운동 기간에 갈비탕 한 그릇을 후보자에게 얻어먹었다가 걸려 50배의 벌금을 물기도 하는데, 한국교회에서는 교단 선거운동을 하면서 수표를 돌리는게 관행처럼 되어 있다. 돈으로 매직을 하는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교회에서는 그런 부정선거운동을 하고 다니는 담임목사를 위한 특별헌금을 하기도 한다. 그  목사에 그 수준의 교인들이 잘 어울리는 꼴이다.

두려움에 못 이겨 헌금을 바치는 사람들도 있다. 더럽게 번 돈이라도 십일조를 바치지 않으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게 될까봐 두려워 떠는 교인들이 의외로 많다. 저주가 두려워 십일조를 바치거나 경제적인 축복을 받으려고 십일조를 바치는 경우가 흔하다. 두려움이나 기복적인 동기를 갖고 헌금을 바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종류의 헌금은 모두 결국 마음의 평안을 갉아먹는다.  그 헌금들은 하나님께 상달될 리가 없다. 중간에서 사탄과 인간이 가로채 먹는다고 봐야 한다.

한편 죄책감을 덜어보거나 없애기 위해 더럽게 번 돈의 일부를 떼어 헌금으로 바치는 수도 많다. 돈을 더럽게 벌면서 마음에 쌓인 죄책감을 스스로 무마하기 위해 헌금을 바치는 것이다. 이런 헌금은 일종의 뇌물의 성격을 갖는다. 신의 마음을 돈으로 사 자신의 죄책감을 스스로 지워보려는 동기와 목적으로 헌금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동안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한 기업이 있다. 민주적인 노조를 불법적으로 무식하게 깨는가하면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는 곳이다. 사측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싸우던 노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최근 자살을 하기도 했다. 회사가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 기업체 사장은 모 교회 장로다. 그는 교회에서 어떤 기도를 하고 무슨 헌금을 바칠까?   그 장로는 출석하는 교회의 목사에게 어떤 대접을 받을까?

돈 갖고 교회를 요리하기

인간이 돈으로 하는 짓 가운데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종교를 요리하는 짓'이다. 특히 더러운 돈으로 교회를 포섭하고 좌지우지하는 짓이다.  그리스도의 교회를 타락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회가 돈맛을 보게 하고 부자들에게 종노릇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교회가 돈의 지배를 받고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지름길은 더럽게 번 돈을 교회에 많이 바치는 데 있다. 더러운 돈을 많이 받아 삼킨 교회일수록 왜곡되고 변질된다. 예수와 점점 멀어진다. 그렇게 되면 교회는 예수라는 이름표만 달고, 십자가상만 높이 세운 기관일뿐 예수 그리스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종교단체로 전락된다. 무늬만 교회일 뿐이다. 그런 교회의 목사나 교인들이 섬기는 신은 야훼가 아니라 금송아지-돈신錢神이다.  이런 교회는 궁극적으로 가룟 유다처럼  진정한 그리스도교회를 허무는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착취를 하게 되어 있다. 생산과정에서부터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고는 자본주의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는 착취와 수탈을 먹고 산다. 전쟁을 통한 수탈과 식민지배를 통한 착취는 대표적이다. 북한이 '수령주의' 위에 세워진 전근대적 왕조사회라면, 남한은 착취구조 위에 세워진 천민자본주의 사회다. 한국사회의 착취구조는 크게 3중구조로 되어 있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렇게 삼겹의 관계구조다. 독점자본(재벌)은 국가(정부)를 끼고 이 3중구조를 빨대로 삼아 99% 국민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 같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OECD국가들 가운데 미국과 더불어 가장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100대 기업들이 쌓아놓은 돈(사내유보금)은 1,000조원인데 , 나라 전체 가계부채는 1,400조에 이르렀다. 젊은이들의 표현대로 딱 '헬조선'사회다. 그런데 이 1:99 사회- 헬조선사회구조는 갈수록 심화되며 세습되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부자일수록 착취에 의한 더러운 돈을 더 많이 쌓아놓고 산다.그런데 더러운 부자들은 더러운 돈을 영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더 많이 벌 수 있는 사회구조를 갈망한다. 보다 더 안전하게 장기적으로 그런 사회구조가 유지, 발전되기를 열망하기에 부자들은 교회(넓게는 모든 종교)를 십분 활용한다. 교회(종교)만큼 대중을 혹세무민하고 세뇌시키기 좋은 곳이 없다는 판단을 그들은 하는 것이다. 강제로 부조리한 체제에 복종시키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기꺼이 순응하도록 만드는 길이 교회(종교)에 있음을  영악한 부자들은 일찍이 깨달은 것이다. 놀라운 깨달음이다! 더러운 돈을 버는 자신들을 정당화시켜주거나 죄책감을 씻어주면서 동시에 착취당하는 대중을 순치시키기 위해서는 교회를 맘대로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를 부자들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본래의 ‘교회성’을 갖고 있으면 절대 안 된다. 그런데 부자들에게 길들여진 교회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더러운 돈을 교회에 적절히 갖다 바치는 것이다. 목사나 교회가 더러운 돈을 많이 받아 삼킬수록 그 교회와 목사(신부)는 '짓지 못하는 개'가 되고, '짠맛을 잃은 소금'이 된다. 그 교회와 목사는 돈을 많이 바친 사람들의 종이 된다. 금송아지-자본의 시녀가 된다.

돈으로 교회권력을 틀어쥔 부자들은 신학과 교리 ,제도와 행정까지 자본의 논리를 따라 주무른다. 자본의 논리는 성경번역에까지 스며든다. 변질된 기독교는 내세주의 신앙, 개인주의 신앙, 내면세계에 몰두하는 영성, 성공주의 신앙, 소원성취신앙, 기복적인 신앙 등을 곰팡이처럼 퍼트린다. 교인들이 피안의 세계를 바라보며 종교적 환상에 빠지도록 쉼없이 작업한다. 현실에 집착하더라도 복권당첨을 꿈꾸듯 신비한 기적으로 개인적 신분상승을 하거나 부자되기에 몰두하도록 한다. 불의한 현실체제에 순응하거나 잘 적응하게 만드는 교양, 도덕, 윤리를 집요하게 가르친다. 그리고 자선사업이나 복지사업 정도에 힘쓰도록 고무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선하는 일은 칭찬하나 가난의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말하거나 연구하면 부자들의 안색이 즉각 바뀐다. 송곳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구조적인 착취로 인한 가난을 말하는 설교자는 교회에서 내쫓는다. 구조적인 개혁을 추구하며 더러운 부자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자는 밥줄을 끊는다.

더러운 돈과 구원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가르침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인간이 행실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가르침의 의미는 무엇인가?

여기서 '믿음'은 '영접'이라는 낱말로 교체해도 무방하다.  '예수를 믿는다'는 말은 곧 '예수를 영접한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성경은 "영접하는 자 곧 그(예수)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한복음1:12)라고 말한다.

예수를 영접하는 은총을 받은 사람이 있다. 여기서 소개할 사람은 삭개오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기 집에 예수님을 모시어 들이는 은혜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라는 집에 예수님을 영접하는 축복도 받았다. 예수께서는 친히 '오늘 구원이 이 집(삭개오의 집)에 이르렀다'고 선언하셨다.(누가복음 19:1-10) 삭개오는 더럽게 돈을 번 사람이다. 그가 돈을 번 수법은 수탈과 착취다. 그는 악명 높은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일제시대의 아주 악질적인 친일관료와 같은 자다. 예수 시대에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다. 삭개오는 당시 세무 고위관료로서 동족 유대인들을 수탈하고 착취하며 치부한 사람이었다. 성경은 그런 그가 예수를 만나 구원받은 요인을  알려준다. 아래에 인용된 고백과 그에 따른 행동이 그가 구원받은 요인이었다. 인간이 구원 즉 예수를 마음에 영접하고 그의 지배를 받으며 사는 삶을 살려면 더러운 돈은 반드시 토해내야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예수가 주권자로 들어오시면 .더러운 돈은 제 자리를 떠야만 한다. 마음과 주머니와 집에서 떠나야 한다. 예수와 더러운 돈은 공존할 수 없다. 그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실천했다.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누가 19:8)

 돈이 주인 노릇하는 사회에서 '착취' 나 '수탈'은 더럽게 돈을 버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수탈은 강제로 남의 소유물을 빼앗는 것이고 , 착취는 노동한 대가를 다 주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 채는 것이다. 자본주의사회는 역사적으로 수탈과 착취로 말미암아 세워진 사회다. 자본주의가 먼저 발달한 유럽사회의 자본주의 종잣돈은 침략전쟁으로 확보한 식민지에서 저지른 수탈과 착취에 의해 만들어졌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 수탈과 착취의 역사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조직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기독교회다. 국가와 짝한 기독교회는 적극적으로 그 업적을 세웠다. 15세기 말부터 중남미에서는 가톨릭이, 17세기부터 북미에서는 개신교회가 그랬다. 중남미에서는 2-3백년 동안 그곳 원주민 5천만을 죽음으로 내몰면서 수탈과 착취를 일삼았고, 북미에서는  원주민 3천만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 그랬다. 북미에서는 또한 아프리카 흑인 1천만명을 사냥하듯 잡아다가 노예로 부렸다. 그 천만명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한 흑인의 숫자도 5백만이다. 이런 거룩한(?) 과업을 수행하는 동안 교인들과 목사 ,신부들의 악행을 합리화하거나 미화하는 수단으로 쓰임받은 게 기독교라는 종교다. 물론 예수 없는 기독교, 무늬만 기독교인 종교 말이다. 예수 없는 기독교는 인간의 죄악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본질을 잃어버린 종교는 인간이 쥐꼬리만한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고 악행을 담대히 저지르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성욕, 공격욕, 정복욕 등)을 활성화시키고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오히려 악행을 거룩한 일로 둔갑시키는 묘술을 갖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세상 어디보다도 구원이 필요한 곳, 예수를 모셔야 할 곳은 교회다. 신교, 구교를 막론하고 기독교회는 교회 밖의 사람들을 전도할 게 아니라 자신의 구원을 위해 먼저 힘써야 한다. 애통하며 회개해야 한다. 골방에 들어가 자신의 신앙적 DNA,종교적 뿌리, 역사적 줄기를 성찰하며 참회할 필요가 있다. 인류 앞에 두고두고 사죄를 해도 모자랄만한 죄악을 저지른 단체, 조직이 기독교회다.  삭개오 같은 회개와 전향 없이는 구원받기 어려운 곳이 기독교회다. 삭개오의 회개는 구체적이었다. 더럽게 치부한 돈을 사회에 토해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금 교회의 구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는 누구보다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만행을 잘 아는 사람이다. 특히 중남미에서 저지른 만행을 그는 훤히 안다. 더러운 돈을 되돌려주는 그의 행위는 작은 회개의 몸짓이다. 그 회개가 삭개오의 회개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가톨릭교회는 오래 전부터 더럽게 치부한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다 토해내고 가난해져야 한다. 내년(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이 시점에서 볼 때 가톨릭교회보다 더욱 개혁이 필요한 곳은 개신교회다.  한국개신교회만 보더라도 프란치스코 교종만한 영성- 회개의 영성조차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개신교회들  가운데 더러운 헌금을 되돌려준 사례가 있는가?

한국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더러운 헌금을 거부한 사람이 있는가?

김달성목사(평안감리교회.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사람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