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은 ‘곡성(哭聲)’이 아니다

2016. 6. 29. 총대학원 학생회 차올라

최근 히트한 영화 ‘곡성(哭聲)’은 변죽만 울리다 끝나고 만다. 요란하고 뭔가 있을 법한 전개에도 불고, 그래서 결론이 뭐고? 누가 악인인데?라는 싱거운 의문을 남긴다. 좋게 말해 ‘열린 결말’인데 한마디로 문제만 있고 주제와 결론은 모호하고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온갖 관전평이다. 이는 마케팅의 산물이기도 한데 허무한 영화에 덧대 해석의 과잉으로 그 공허함을 덮고자 하는 의식적인 노력인 셈이다. 누가 진짜 악마(惡魔)인지 이 영화는 끝내 말하지 않는다. 다만 피 흘린 피해자들만 널부러져 있다.

하위원장의 ‘푸닥거리’ 2탄은 불현듯 영화 ‘곡성’과 오버랩된다. ‘푸닥거리’가 3탄까지 남아있다고 예고까지 했다. 기어이 감신의 현 상황을 무당의 ‘푸닥거리’ 정도에 비유하실 작정인가 보다. 하목사의 ‘굳은 인식’은 어쩌면 특조위 전체의 인상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본인은 그저 ‘닭싸움’ 정도의 의미로 썼다고 우겨도 이미 통상적인 뜻과 쓰임이 밝혀졌다면 고치는게 상식이고 도리 아닌가? 도대체 어느 국어사전이 ‘푸닥거리’를 닭들의 ‘모이 싸움’ 정도로 풀이하고 있는지 찾아 보여달라. 영어로는 분명히 ‘exorcism’이다.

원치않게도 ‘푸닥거리’라는 불쾌한 무속(巫俗)의 단어가 거룩해야 할 ‘감신’과 하나님을 부인하는 세상사의 ‘곡성(哭聲)’을 절묘하게 고리맺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감신’이 개척해 나가야 할 현장과 현실의 진짜 ‘자리’인지도 모를 일이다.

‘선지동산’이라 흔히들 불리는 감신은 그저 거룩한 공간에서 거룩한 사람들 가운데 거룩한 기운만을 뿜으며 거룩한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펼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을 거부하고 그 섭리를 비웃는 세상과의 피 말리는 실존적 싸움을 해야하는 전쟁터라고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직 목사의 ‘푸닥거리’론은 이 영적 전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뿌리깊으며 우리 내부 깊숙히 침투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현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지 영적인 통찰력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우선이라 믿는다.

사실 그의 글에 대한 세세한 논박(論駁)은 지루하고 지리멸렬한 과정이기 십상이다. 지금 이 맥락에서 뜬금없는 특조위원장의 ‘푸닥거리 시리즈’가 총장선거와 어떻게 잇닿아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본질적인 주제다.

나름 한참 후배일거라는 추론으로 마치 장문의 편지인양 썼다지만, 글로만 본다면 솔직히 함량미달이다. 사신(私信)도 아니고 공식 언론매체에 이런 류의 형식은 추모글(orbituary)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형식적 어설픔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작년 사태의 진실게임이 아니라 현재 총장선거에 담긴 함의(implication)라는 것을 지적한다.

총대학원 학생회는 수차례 밝힌대로 이번 총장선거를 몇몇 이사들(정확히는 ‘이사장’을 중심으로)의 학교 ‘장악’ 음모라 정의내렸다. 물론 학교의 실질적 주인은 교직원 아니냐는 비관적 경험칙이 강하게 남아있는 현실이긴 하다. 중국 황실의 ‘환관’정치처럼 말이다.

‘장악(掌握)’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한 단어가 아니다. 누구에게 힘의 주도권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매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명사다. 하위원장이 언급한 “참된 주인”이 “현실적”이라는 말은 ‘누가 장악하느냐’라는 질문과 동어반복(tautology)일 뿐이다.

그는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어떻게 강력한 힘을 모을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정확히 꿰뚫었다. 맞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적어도 이 부분에선 학생회와 의견이 일치한다. 결국 ‘어떻게 힘을 모으고, 누가 힘을 쓸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사장과 몇몇 이사들의 도를 넘는 개입을 학교를 장악하기 위한 음모로 풀어냈다. 왜냐하면 학교의 진정한 주인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이해당사자는 조연(助演)이다. 학생회가 사태를 보는 기준이다.

하관철 특조위원장 목사의 어린아이 달래듯 쓴 ‘편지글’은 뜻밖에도 KJS교수의 인사조치에 대한 장황한 내용으로 집약된다. 어처구니 없게도 뜬금없는 맥락인지라 일일이 공박(攻駁)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는 헛된 노력은 일단 접기로 한다.

이미 지난 번 글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혔거니와 자의반 타의반 공개된 공식 보고서들을 통해 진상은 거의 드러났다. 학생회의 목소리는 전후 저간의 사정을 밝히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학교 장악 음모의 정점에 총추위의 활동이 있고, 배후에 이사(회)가 있다는 것이다. 뚜렷한 명분과 비전제시가 없는 이사장과 몇몇 이사들의 대학 장악은 교단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 신학교를 한낱 교단정치의 ‘전리품’으로 전락시키고 만다.

총대학원 학생회의 ‘우려’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그런데 하위원장이 대학원 학생회를 대하는 태도나 모습에서 그 어떤 신중함도 진실함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자신이야말로 이 ‘푸닥거리’의 주역이면서 본인이 수행한 절차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며 정작 학교 사태를 "푸닥거리"라고 말하는 자기모순은 무엇인가? 본인이야말로 사태가 여기까지 흘러오는데 결정적 일익을 담당하지 않았는가?

하관철 위원장은 어설픈 ‘선배 코스프레’를 하기 전에, 자신이 참여하여 엉망으로 난장판을 만든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왜 진상조사위의 결론이 당신과 다르게 나왔는지에 대한 답을 먼저 해줘야 한다. 그게 책임있는 자의 책임지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진정 선배로서의 권위가 설 것이다. 그저 먼저 졸업했다고, 나이가 많다고 선배라는 착각은 오늘날 이 시대와 얼마나 동떨져 있는가 한숨이 나온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듯 안하무인으로 사태를 몰아가는 이사회에 대한 반성은 단 한 줄도 없이, 감신을 집단과 파벌의 소굴로 표현하는 그 속내를 터놓고 말씀해 주시라. KJS 교수건은 그저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진짜 ‘선배’라면 허심탄회(虛心坦懷)해야 한다.

탁월함(Arete)은 단지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올바른 도덕적 세계관에서 나온다. 그것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천리(天理)라는 걸 깨닫는데에 있다. 서구철학에서는 이를 자연적 질서(Natural Order)라고 정의했다.

‘자연적 질서', 곧 사물의 본성(Rerum Natura)을 이해하는 것이 탁월함의 출발점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이름을 빌어 세속의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을 내버려 두지도 않지만, 하나님의 이름을 빌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 권력의 행사를 방해하지도 않으신다.

대학원 총학생회가 이 힘든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대학원 학생회의 집단지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작 ‘네 이름은 뭐니?’라고 묻는 지성을 가진 자칭 ‘선배’라 칭하는 당신들의 수준은 참으로 가소롭고 한심하다.

그럼에도 묻는다. 당신들이 이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진실하게 고백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