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움

2016. 6. 28. 총대학원 학생회 박근조 부회장

여전하십니다. 그 교묘한 재간을 누가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진실을 드러내시네요. 그러니까 성모 검증위원 서기님은 이미 2012년의 총장선거 때부터 깊이 개입해 계셨다 말씀이로군요. 우리가 아는 것은 ‘하나’뿐인데 말입니다.

곧, 작년 학내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학교의 규칙과 질서를 무시한 일부 이사들인데 그들은 책임을 회피했고, 이사장은 수수방관했으며, 총장은 무능한데다 그 거짓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이득이 ‘파생’될까 만을 계산하고 있었다는 것 말입니다.

이번 총장 선거는 작년 사태의 연장이라는 뒤늦은 깨달음을 얹겠습니다. 학교가 다시 바로 서느냐, 아니면 대학의 자율과 독립이라는 오랜 규범에 대해서는 통찰도, 이해도, 관심도 없는 몇몇 이사들의 수중(手中)으로 전락하느냐의 절박한 싸움이라는 것 말입니다.

‘분노’라고 쓰셨습니까? 정녕 고작(!) 분노로 밖에 읽지 못하십니까?  검증위원에 서기에 감리사나 되시는 분이 말입니다. ‘분노는 나의 힘’이라고 잘못 번역된 그저 그런 심리 교양서에 제법 영향을 크게 받으신 것 같습니다?

진지하고 나지막이 말씀 드리는데 ‘진실을 향한 외침’은 분노가 될 수 없답니다. 내부고발자의 절규는 분노가 아니라 좌절이며 절망입니다. 어쩜 이리도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겁니까? 목사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게 공감능력이라고 목회상담 시간에 배웠는데 말이죠. 여전히 두 가지에 갇혀 계시군요.

전제부터 크게 틀리셨습니다. 첫째, 학생회는 왕교수(‘왕 후보대상자’로 공개하셨으니 저도...)를 탈락’시키셨기’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폄훼(貶毁)하지 마십시오. 어이없습니다. 학생회는 4인 후보를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검증’하였는가 만을 묻고 있습니다.

왜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해선 슬쩍 외면하십니까? 두 분께는 직접 물어보셨다구요? 왕교수께도 그냥 물어 보시지 그러셨어요? 그렇게 간단히 끝내고 확신할 수 있다면 굳이 ‘검증’이란 ‘절차’가 필요할까요? 무엇을, 왜 검증하시는 건데요?

그래도 한 분을 그대로 올리신 건 찜찜하신가 봅니다. 또 3배수 규정을 언급하시니 말이죠. 더 이상 3배수 규정 뒤로 피하는 비겁함을 떨쳐 버리십시오. 그것이 바로 실체적 민주주의를 짓밟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함정’(loophole)이라는 것입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시는데 헌법학 원론을 좀 더 공부하시면 실체적 민주주의와의 관계가 잘 정리돼 있습니다. 충분히 독학 가능하실 겝니다. 어렵지 않으니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독학 가능한 수준입니다. 참고로 한 저자의 책만 보지 마시고 적어도 세 사람 정도의 교과서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둘째, 학생회를 누구의 하수인(?) 정도로 낮게 깔고 보시는 인식도 참 여전하십니다. 3인의 성명서는 학생회와 무관합니다. 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은근히 ‘한 편’으로 싸잡아 말씀하지 좀 마십시오. 그런 이분법적이고 흑백논리적인 관점으로 학생회를 재단하지 마시길 엄중히 부탁드립니다.

성 서기검증위원께서는 ‘그 분의 탈락이유가 표절이 아님’을 반복하시면서도 묘하게 계속표절론의 여운을 남기십니다. 이제는 학생회가 화가 났다는 ‘분노론’으로 정당한 의문을 절묘하게도 덮으려고 무던히 애쓰십니다. 제발 그만 하십시오. 안쓰럽습니다.

학생회가 반복하여 묻는 질문, ”왜 4인을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심사하지 않았습니까?” 에 대해선 함구하시면서, 절차적 하자는 없었다는 등 2012년에 만든 것이라는 등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논리를 갖다 붙이시는 진짜 이유가 뭡니까? ‘누군가’가 시킨 일입니까?

성모 검증위원님의 말씀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우선 총대학원 학생회에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셨어야 했습니다. 그간 학생회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음모론’을 확대·재생산 하신 분이 누구십니까? 성모 서기 검증위원 목사님 아니십니까?

최근에는 저의 배경이 무엇인지 캐고 다니신다는 풍문이 감신에 맴돌고 있는데, 이것도 ‘법에 호소해 보라’고 하실 겁니까? 그래야 진실을 밝힐 수 있다구요? 적어도 상대를 한심하다 느끼게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비유컨대 성모 서기님이 펼쳐 보이고 있는 ‘고도의 진실외면 무공(武功)’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습니다. 법을 잘 모르신다고 겸손하게 고백하셨으니, 아주 기초적인 개념 하나만 알려드리겠습니다.

법은 상식의 반영입니다. 상식은 보통사람들이 경험적으로 갖게 된 보편적 인식이 정리된 것입니다. 그 법을 완성하는 두 개의 가치가 ‘공정함’과 ‘형평성’이란 것입니다. 이 둘은 ‘정의’라는 마차를 굴러가게 하는 두 바퀴입니다.

학생회의 질문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1) 4인을 왜 다르게 검증했습니까? (2) 왜 3인의 문제에는 침묵했습니까? (3) 왜 학생회가 왕교수 편을 드는 거라고 몰아가십니까?

이런 질문이 ‘왕 후보대상자’를 위하는 분노로 보이십니까? 그렇다면 진정 진실을 못 보는 자는 학생회가 아니라 성 서기십니다. 무엇이 진실을 보는 눈을 가렸습니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해관계입니까? 적어도 단순한 ‘분노’는 아니실 테니 말입니다.

“진리를 추구한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는 말씀만큼은 성 서기님의 유일한 진실고백이라고 인정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진리를 추구하시라’고도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진실에는 정면으로 마주해 주십시오. 진리 추구는 그 다음의 일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하시기 전에 “무자격 검증위원”이라 밝힐만큼 솔직하셨으니 저도 솔직하게 말씀 드립니다. 직접 자신을 향해 이렇게 외쳐 보십시오. “거짓에 눈 멀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아 성찰하고 정신 좀 차리자” 라구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말입니다. “영원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우리의 삶은 모든 즐거운 가벼움 속에서 그것에 맞설 수 있어. 그렇지만 진정 무거움은 비참하고, 가벼움은 즐거운 것일까?”(쿤데라, 2009)

인생경험 많을 목사로서 쿤데라의 고뇌를 한번쯤 반문, 묵상해보십시오. 충분한 깨달음을 얻으실 것입니다.

추신:

총대학원 학생회는 그 누구도 ‘어머니 감신’이라고 들먹이지 않습니다. 저 개인에게 감사하실 하등의 이유는 없습니다. 진짜 감사하다면 가난한 총대학원 학생회에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 박스 보내주시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