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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소명으로 삼다
김기석  |  vorbli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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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6월 25일 (토) 01:46:56 [조회수 : 6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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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하게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황사처럼 우리 시계를 뿌옇게 만드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극이 계속되고 있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묘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청년들은 중동을 기회의 땅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을 통해 자신들의 절망적 상황을 직감하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포자기하거나 타자들에 대한 원한 감정에 사로잡히기 쉽다. 니체는 사회적 약자들이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갖는 패배주의적 분노를 르상티망이라 했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갈 가능성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과 상황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 맞서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억울하다'이다.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시대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시대 분위기는 공기와 같아서 아무리 피하려 해도 그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좋은 세상을 만드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지도 모른다. 몇몇 대학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규율잡기 행태들은 타자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후배들에게 세세한 행동 규정을 부과하고, 체력 훈련 명목의 단체 기합을 가하고, 친밀함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은 대학생들의 문화라고 보기에는 너무 저질스럽다. 어쩌다가 병영문화가 반성조차 없이 대학가에 정착하게 된 것일까?

젊음의 특징은 불온함이다. 강고한 위계사회에 틈을 만들고 그 틈에 청신한 기운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젊음의 매력이 아니던가. 길들여진 젊은이를 보는 것처럼 가슴 아픈 일이 없다. 반성적 성찰을 유보한 채 위계사회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고 적용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에 드리운 어둠의 깊이를 드러낸다. 왜 사람들은 자기 몸과 마음에 가해지는 억압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것일까? 중뿔나게 나섰다가 낭패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주체는 몰각되고 언제든 타자에 의해 동원될 수 있는 수동적 존재가 되게 마련이다.

이단 종파에 이끌리는 이들이 많다. 왜 그들은 유치하기 그지없는 가르침에 미혹되는 것일까? 존재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내적 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이기에 사람들은 확고한 것을 붙들고 싶어한다. 흔들림 속에서 자유를 누리기보다는 들큼하고 안정적인 억압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또 시대와 불화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지 않는다. 동화와 적응이라는 관습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불안전하지만 참된 자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초 오상순의 '방랑의 마음'은 자유를 소명으로 삼은 사람의 삶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흐름 위에/보금자리 친/오 흐름 위에/보금자리 친/나의 혼". 자유 혼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이들은 세상 부적응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몽롱하고 혼곤한 행복에 취한 이들을 후려치는 죽비가 된다. 섬광처럼 다른 빛이 우리 속에 비쳐들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섬광이 사라진 후에 남는 일상의 환멸이다. 끝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세상에 홀로 맞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동체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구성원들을 몰각의 자리로 이끄는 공동체 말고, 각자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함께 삶을 경축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방황의 여지를 마련해주는 공동체 말이다. 예수는 그런 공동체를 일러 겨자풀 천국이라 했다. 자기의 부족함을 아는 이들이 어깨를 겯고 폭력과 유혹의 바람에 맞서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김기석 / 청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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