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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간격우종영의 '게으른 산행'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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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7월 12일 (화) 00:00:00 [조회수 : 3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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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이 우종영의 '게으른 산행'이다.
건강을 위해 산행을 한답시고
다람쥐처럼 산만 오르지 말자는 내 생각과
맞아 떨어지는 책이라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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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창한
때죽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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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산을 오르며
나무 이름을 불러 주고
수많은 풀꽃들과 대화를 나누고
맑은 계곡에 앉아 발을 담그고
풀밭에 누워 흰 구름을 바라보며
팔베개 하고 낮잠도 자 보는 등
느림보 산행을 꿈꾸어 왔는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하여 반가웠다.
그가 두위산을 오르면 일행에게 했다는
이런 글이 맘에 들어 옮겨 본다.
'침엽수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서 있다.
나무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서 있어야
살기가 편안하다.
'그리움의 간격'인데,
너무 붙어 있으면 싸우게 되고,
너무 떨어져 있으면 관계가 아예 없어진다.
나무들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뿌리에서는
양분과 수분의 쟁탈전이 일어나고
줄기에서는 서로 햇볕을 많이 받으려고 키 경쟁을 한다.
하지만 너무 떨어져 있으면 서로 의지할 것이 없어
비바람에 쓰러지거나 제대로 크지 못한다.'
'그리움의 간격'은 어느 시구에서 따 온 말이라는데
그 간격이 어디 나무에게만 통하랴.
사람 사이에도 그리움의 간격이 있다.
사람 인(人)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서 있다.
너와 나는 너무 가까워도 안 좋고, 너무 멀어도 안 좋다.
남남은 너무 멀고 혈연은 너무 가깝다.
친구 사이야말로 애정과 무관심의 중간쯤에 있는
가장 알맞은 거리의 관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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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강나무와 단풍나무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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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만나 자리를 잡을 때
나는 보고 싶은 사람과는 거리를 둔다.
가까이 붙어 앉으면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지만
저만치 떨어져 있으면
이따금 흘낏 훔쳐 볼 수도 있고
그리움이 오히려 배가되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친소(親疏)의 거리나 만남의 횟수 또한
비슷한 원리를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이 만나는 친구는 좋아 보여도 비정상이다.
이따금 소식이 궁금할 때 만나야 친구답다.
만나는 방법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간헐적으로 만나는 게 좋을 듯.
궁금증을 자아 낼 만큼만 거리를 두는 것이다.
둥지를 비운 새처럼
아예 모습을 안 보이는 친구들도 있다.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
그들은 왜 마음을 닫았을까?
목소리만 들어도 좋을 텐데...
살갑던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그리움의 간격이 너무 벌어졌기 때문일까?
나무를 보며 나를 돌아본다.
그리움의 간격도 헤아려 본다.
며칠 전 회식에서 거의 말없이 앉아 있던 친구들,
기다릴 사람 없는 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친구들,
온 세상을 얻은 듯 소란스럽던 친구들...
나는 그들과 얼마큼의 간격을 두고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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