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1/N이 아니다

총추위원은 총 9명이다. 이 중 4명이 이사대표이고 교수대표 2인, 총동문회 대표와 직원대표, 학생대표가 각 1인씩이다. 나름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혹시 일어날지 모를 편파성을 극복하고 최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여 의결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현재 총추위가 비난받고 있는 본질적 이유는 가장 유력(?)하고 적절한 후보 1인을 사전에 떨어트렸다는 혐의 자체에 있지 않다. 자꾸 그런 식으로 호도하니 사안의 핵심이 흐려지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이거나 무책임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의도적이라 함은 마땅히 올라가야 할 후보를 떨어트린 고의성이 짙다는 것이고, 무책임하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의식적으로 외면하기 때문이다. 총추위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혹시 총추위가 비판받아, 탈락한 후보자가 반사이익을 누리진 않을까라는 미움과 시기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총추위의 결정적 잘못은 바로 가장 지켜내야 할 기준을 상실한 데 있다. 요약하여 딱 두 가지만 집어보자.

첫째, 공정성의 부재.

공개돼 있는 총장 후보자 평가기준에 따르면 서류심사〮정책발표 점수는 200점이다. 이 중 불과 30점만이 학문적 소양으로 할당됐다. 그 기준은 최근 3년 간 출판된 저서 및 연구 실적물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이것은 각 후보들에게 그냥 ‘주는 점수’이다. 총장 후보쯤 되는 관록있는 교수들이 아니라도 어지간한 조교수급만 돼도 이만한 실적은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서 총점 200점 중 비중이 15%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눈 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바로 그 아래 규정에 있다. 제3항은 “연구실적물 검증위원의 심의 결과 표절로 판정이 되면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규정 제10조 제2항의 의결로써 총장후보자의 자격 박탈 여부를 결정함”이라고 명기돼 있다.

그렇다면 총추위 규정 10조 2항은 무엇인가? 이는 의결방식에 대한 내용으로, “의결정족수는 재적위원 2/3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2/3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분명한 지침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탈락한 후보자의 검증과정에서 표절이 문제가 됐다면 후보확정을 위한 3인 기명 투표를 할 것이 아니라 그 1인의 표절을 두고 후보자격 여하를 O/X로 결정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총추위는 명백히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둘째, 형평성의 결여

더구나 검증기준은 모든 후보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총추위 규정은 최근 3년 이내 실적물로 한정하고 있고 이는 감신의 연구윤리위원회의 규정과 동일하여 충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총추위는 탈락한 후보에게만 10년치의 연구 실적물을 제출하라는 이해 불가한 과도한 주문을 했다.

10년치를 엄밀히 검토할 것이면 다른 세 후보자에게도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해야 마땅한 일 아닌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악의적인 표적검증이란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다른 세 후보자는 표절검증 결과가 어떠한지 총추위는 책임을 갖고 분명히 발표해야 마땅하다.

요즘처럼 표절이 사회적 인사의 중요한 검증잣대가 된 마당에 이 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표절문제에 관한 한 자칫 총추위의 직무유기(결국 총추위의 직무유기는 이사회의 책임이다!)는 훗날 학교와 개인에게 치명적인 불명예와 오명을 씌우기에 후보 검증 단계에서 명백히 밝혀줘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 과연 총추위와 이사회는 책임을 다했는가?

네 후보의 연구실적을 자체적으로 검토한 일부 전문가들의 증언으로는 총추위가 탈락시킨 후보보다 오히려 다른 후보자들이 연구윤리 입장에서 볼 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각 후보의 자료들을 면밀히 조사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불필요한 오해와 잡음을 깨끗이 정리하기 위해서도 총추위는 명확한 해명을 내야 한다.

총추위가 지켜야 할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기준, 공정성과 형평성을 결여한 심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의로움도 신앙적 믿음도 아니다. 함께 고민하고 싸워 개선해야 할 과제일 뿐이다. 이는 총추위원 개인의 자질이나 역량에 달린 일도 아니고 위원 개인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총추위원들이 9분의 1로 나누어 지는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적이기는 총추위 자신이 절차상 명백한 ‘하자’(총추위원장이 착각하고 있는 ‘절차적 민주주의’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위원들이 단지 합의만 했다고 완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를 인정하고 재심의를 결의, 이사회가 추인하는 것이다. 그래야 총추위의 양심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다.

만약 현 상태에서 그런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판단한다면 즉각 이사회가 대신 쇄신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것이 학교를 살리는 책임이자 정책 결정자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식이란 거다.

2016.06.13. 

제 40대 감리교신학대학교 총대학원 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