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

감신 총추위가 보여준 문제의 심각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태의 뿌리는 깊고 넓다. 이번 총추위 결정에 대해 수많은 비난과 비판이 제기된 것은 총추위의 의사진행이 자의적인 수준을 넘어 부도덕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총추위는 마땅히 지녀야 할 신뢰도 권위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총추위를 향한 비난을 단지 탈락한 한 교수를 위한 억울한 호소쯤으로 여기는 인식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숨기는 일탈적 현상일 뿐이다. 사실 총추위원들도 총추위에 내재된 한계와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이란 외투로 잘못을 덮고 모면하고자 설득력 없는 미봉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문제를 야기한 장본인은 이사회다. 결국 이사회가 이 문제를 정면돌파하지 않고 개인의 희생만을 요구한다면 이는 학교를 더욱 수렁에 빠트리는 처사다.

그렇다면 왜 이사회가 문제의 장본인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정면돌파인가?

총추위는 단지 심의기구에 불과하다. 의결권은 전적으로 이사회가 갖고 있다. 이사회는 총추위를 통해 ‘손 안대고 코 풀려는’ 나쁜 자세를 버려야 한다. 작년 감신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고공투쟁까지 벌였던 것은 젊은 혈기와 오기가 아니었다. 그만큼 절박했던 거다.

그런데 학생들과 일부 교수들 외 정작 학교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은 조금도 절박하지 않다. 적당한 타협과 양보만을 요구하며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그것을 깨라는 것이다. 그래야 학교가 살아난다. 그 첫 발자국이 총추위 해산과 후보자 전원 재심의다.

감신의 연구와 윤리 규정은 2009년 이전의 저작물에 대해선 아예 검토대상으로 삼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유독 한 후보에 대해서만 말도 안 되는 ‘마타도어’를 했다. 그가 저자 중 1인으로 참여한 편집단행본 저술 프로젝트는 애초 기획의도와 편집방향에 대해 출판사의 사전 주문이 있었고 그것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표절이니 번역이라고 우기는 검증위원이나 총추위원은 자신들의 양심이 문제인가, 지적인 능력이 문제인가? 둘 중 무엇이든 심사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심지어 3년 간의 연구물을 대상으로 검증하라는 총추위 규정(2012년 4월 제정, 발효)까지 어겨가면서 말이다. 10년 간의 연구물을 3일의 말미도 주지 않고 제출하게 한 검증위원들의 저의는 이제 삼척동자라도 다 알게 됐다.

표절시비 여부를 총장후보자의 최상위 자격요건으로 본다면, 과연 누가 최적의 조건을 갖췄는지 총추위는 후보자 전원에 대한 심의결과를 천하에 밝혀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 더구나 검증위원이라면 마땅히 후보자와 높거나 최소한 대등하다고 볼만한 학문적 역량을 갖춘 학자거나 연구자여야 한다. 과연 이런 상식적인 인식에 부합한지 신앙인의 양심으로 자답해볼 것을 권면한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후보자에 대해서는 동일 기준으로 적용하지도 않았다. 이건 검증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로부터 총추위에게 모종의 거센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혐의가 짙은 것이다.

이제 이사회가 나서서 답을 해야 할 차례다. 시간만 보내며 총추위 뒤에 숨어 뒷짐만 지고 있는 자세는 교단 신학교의 총책임자를 가리는 중차대한 사명을 감당해야 할 사람들의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현직 총장은 이미 1학기가 시작도 되기 전에 불거진 성추행 스캔들에 대해 투명하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 수습해야 할 책임을 회피, 방기하며 묻어두기에 급급했다. 총장선거 이후까지 사태의 해결을 미루려고 했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그런 위인이 여전히 차기 총장직에 목을 매고 있다. 이것이 마땅하다고 방관하는 이사회는 과연 바른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인가?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새로운 감신의 총장을 뽑는 일은 이제까지 잘못 꿰어진 단추를 바로잡는 첫 시작이 된다.

그렇기에 모두가 이번 일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잘못의 원인이 잉태된 1년 전 학내사태당시로 되돌아 가 고칠 수는 없다. 가장 가까운 총추위 후보자 검증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사태를 바로잡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총추위 구성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할 타이밍이다. 그 답은 이사회가 정확히 알고 있다. 더 늦어지기 전에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 더 이상 학교가 안고 있는 부정한 일에 침묵하거나 방관할 학생들은 없다.

2016.06.10

제 40대 감리교신학대학교 총대학원 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