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중에는 ‘기독교는 배타적인 종교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유일신인 하나님을 믿으니 다른 신은 인정을 할 수 없으며 따라서 타종교와는 대화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언젠가 이웃종교인 불교의 유익한 면에 대해 알아보자고 했다가 이단자 취급을 받은 뒤엔 나는 그들 앞에선 입을 닫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헷갈리는 것은 그런 사람들일수록 유대교에 대해서는 호의적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배우자'는 말을 잘한다. 유대인들의 자녀교육이 경제관이 어떻고 하면서 유대인들이 세계적으로도 잘살고 성공을 많이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민으로 축복 받은 때문이라며 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집단 나아가 한 민족의 교육관, 경제관 등은 그들의 신념 또는 신앙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니 유대인에게 배우자는 말은 결국 유대인의 신앙을 본받자는 말과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유대교의 경제관에 사회관에 예수님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것이 있나?

유대교는 기독교가 아니다. 유대교에는 예수님이 없다. 유일신을 믿는다지만 그들의 하나님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아니다. 삼위일체를 부정하면 기독교인일지라도 이단이라고 상대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예수를 인정조차 하지 않는 유대교와 유대인을 배우자 강변하고 있으니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약을 경전으로 믿는 유대교는 이를 해석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기독교와 반대적인 입장을 보일 때가 자주 있다. 타종교보다 더 안티기독교에 가까운 점이 많이 있다. 그래서 현대의 기독교인들 중에는 구약은 아예 읽지도 않고 신약만 성경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거칠게나마 한 예만 들어보자. 주위의 누군가가 형편이 어려워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면 위의 유대교적 기독교인은 구약성경에 보증도 서지 말라했으니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차라리 그냥 보태줄 망정 보증서거나 빌려주는 것은 말씀에 위배되는 일이니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주더라도(잘 주지도 않지만) 상대의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쥐꼬리만큼 쥐어주곤 자신은 할 도리를 다 했다 생각한다. 나는 지금껏 성경과 보증금지 운운하는 사람치고 이기적이지 않고 인색하지 않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마태복음 5장42절)고 말씀하셨다. 심지어는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라고 가르치셨다.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기독교인들은 구약에서도 신약에서도 삶의 지침을 배우고자 노력한다.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얻거나 빌려야 하는 사람은 구약을 예로 들며 '보증도 서지 말라 했는데 죄송합니다'라고 적용하며, 주거나 빌려주는 측에서는 '예수님은 아낌없이 베풀라 했는데 이 정도라서 미안합니다’로 적용하는 것이다.

유대교를 적당히 섞어서 믿는 기독교인들은 이 땅에서도 세상적으로 성공해 잘 살고 사후엔 천국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배움(오랫동안 그런 식으로 잘 못 배웠다)과 믿음이 연약하다 보니 하나님의 축복이 현실적 성공으로 찬란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기도하곤 한다. 진리를 따르며 살다가 죽임을 당한 성도들, 감옥에서도 기쁨과 평강을 누린 바울을 묵상하다가도 요셉의 성공에 솔로몬의 부귀영화에 마음이 끌리곤 하는 나의 신앙상태에 부끄러움을 느끼곤 한다.

기독교는 구약이 보여주는 축복을 천국의 모형으로 받아들인다. 아브라함의 솔로몬의 부귀영화는 우리가 천국에서 누릴 복되고 영원한 것의 모형이다. 이 땅에서는 예수님이 한결 같이 가르치신 바대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파하고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 양보하고 섬기며 살다가 종래에 우리가 갈 영원한 나라에서 누릴 축복의 모형 말이다. 그리고 그런 소망이 있기에 기독교인들은 물질이, 명예가, 건강이, 부귀가 있고 없음에 상관없이 이 땅에서도 이미 천국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유대교식 기독교, 현실의 성공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기복기독교야말로 타종교보다 더 경계하고 극복해야 할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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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훈/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별정우체국중앙회’에서 14년간 일했다.(사무국장 역임) 미국 이민 후 라디오서울, 미주한국일보 등을 거쳐 현재는 샌디에고에서 월간지 ‘한인뉴스’에서 일하고 있다.(발행인)

문예지 ‘시와 시론’에 소설 추천등단. 소설집 ‘브람스의 추억’ ‘아름다운 흔들림’ ‘블루애비뉴’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시집 ‘마음이 시키는 일하나’ 인터뷰 모음집 ‘미국속의 한국인’ 칼럼집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외에 2권의 동화집을 출간했다.

제10회 동백문학상, 제9회 해외문학상, 제10회 가산문학상, 제1회 문학의식 해외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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