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전 맹장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의사가 직업이 뭐냐고 묻기에 목사라고 했더니 자신도 방금 르완다 선교를 마치고 돌아왔다면서 목사로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늘 기도하니 이번에는 자기가 기도해 주겠다며 내손을 꼭 잡고 기도했다.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기도해 주니 수술의 두려움도 몰려오는 통증도 모두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병원에 환자로 입원해서 그렇게 큰 감동을 받는 적은 처음이었다. 그의 기도로 인해 병원에 있는 동안 내내 아픈 줄도 모르고 감사로 가득 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실로 강력한 기도의 힘을 경험한 것이다.

작은 규모의 미국인 회중들은 종종 예배 중 기도제목을 나누는 중보기도 시간을 가진다. 내가 섬기는 교회도 예배시간에 중보기도의 시간이 있는데, 온전히 하나님께만 드리는 예배시간에 중보기도는 신학적으로나 예배학적으로 뭔가 좀 어색하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기도제목을 나눌 때 너무 구체적인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는 바람에 예배시간이 지연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유와 회복을 바라면서 기도제목을 나눔으로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예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이루어진 한 연구에 의하면(Baylor University), 건강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인 90%가 단순히 의사나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도도 함께 한다고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기도가 실제로 치료로 이어지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있지 않고 다만 기도가 환자의 치료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대다수 환자들은 기도를 통해 병 치료와 회복에 도움이 되는 숙면, 긴장완화, 뇌기능 활성화 등 그야말로 기도의 힘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병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초대교회부터 행해진 오랜 교회의 전통이다(야고보서 5:14). 그러나 기도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 기도하면 무조건 병이 낫는다는 샤머니즘 식의 기도의 힘을 믿는 신앙에는 문제가 있다. 기도하면 만사가 잘 되고 복 받는다는 기복적인 접근은 진정한 기도의 위력을 왜곡한다. 눈물 콧물을 동반한 한국교회의 기도전통인 통성기도가 하나님을 향한 일방적 요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가 될 때 진정한 기도의 힘을 경험 할 수 있다. 유대교 랍비 아브라함 헤셸은 “기도란 하나님에게 우리의 인생에 관여하시도록 창문을 여는 것이다”라고 하였다(『하느님을 찾는 사람』, 아브라함 여호수아 헤셸, 김준우 번역, 한국기독교연구소).

바울은 빌립보 교회의 교인들에게,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을 오직 기도와 간구로 하고, 여러분이 바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아뢰십시오”(빌 4:6, 새번역)라고 권면한다. 정황을 보니 빌립보 교인들은 불안과 염려에 사로잡힌 상태였던 것 같다. 바울이 말하는 기도의 힘은 바로 불안을 평안으로 염려를 믿음으로 바꾸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는 이는 삶의 어떤 순간에도 감사로 하늘의 뜻을 구한다는 것이다. 바울의 말은 구약성서 시편의 탄원시가 보여주는 기도의 위력과 비슷하다. 탄원시는 언제나 하나님께 불평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감사함으로 끝난다(시 3편 참조). 이렇게 기도는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넘어 하늘의 평화와 은혜를 누리게 하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