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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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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5월 09일 (월) 21:56:14
최종편집 : 2016년 05월 09일 (월) 21:57:14 [조회수 : 7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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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댁내 두루 평안하시고 가족들 간에 의초로우시기를 바랍니다. 어버이주일을 맞이하여 교회에서도 작은 꽃바구니를 준비하고 조금 더 정성스럽게 애찬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교우들이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이맘때 예배참석이 어려운 이유는 농사일이 바쁜 것이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습니다. 지난주간 갑작스레 불어 닥친 강풍으로 인해서 온 마을이 망향자실한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화요일에 전국적으로 강풍이 불었습니다. 다른 지역도 바람이 심했다고 들었지만 흘리의 바람은 금세 집이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엄마 우리 집이 날아가면 어떡해요?”하고 잠들기 전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는 뿌리째 뽑혀버린 소나무가 도로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 천진까지 멀쩡한 신호등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두 밤새 불어 닥친 세찬 바람에 고장이 나거나 아예 신호등 자체가 날아가 버리고 없었습니다. 조그만 제 차도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도로를 달렸습니다. 그리고 수요일 낮 시간 내내 바람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수요예배를 마치고 외할머니의 소천으로 대구에 내려가면서 남편은 연신 교우들에게 안부전화를 하였습니다. 하우스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장로님도 이런 바람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고 하셨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마을이 눈물바다였습니다. 도지사가 다녀가고, 군수가 다녀가고, 인근 군인들이 대민지원을 나오고, 공무원들도 연휴 내내 완파된 하우스를 철거하거나 비닐이 날아간 하우스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마을을 둘러보러 간 남편은 하우스의 철골마저 휘어져 모두 철거해야 하는 교우들의 가정을 돌며 기도를 하였습니다. 교우도 울고 기도하는 남편도 함께 울었습니다.

   비닐하우스는 피망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삶의 터전입니다. 비닐하우스 한 동을 짓는데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의 설비비가 들어갑니다. 비닐하우스가 그렇게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인지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하우스 철골도 철골이지만 비닐 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온 군인들은 “선임이 비닐 값이 비싸니 비닐이 찢어질 것 같으면 그냥 네가 떨어져서 내려오라.”라고 말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가정은 농사를 짓는 12동이 모두 완파되었습니다. 비닐이 날리면서 철골이 모두 휘어버린 것입니다. 철골까지 다 걷어내고 하우스를 다시 지어야 합니다. 어떻게 눈물이 나지 않겠습니까?

   비닐이 날아간 하우스들은 비닐을 다시 씌우는 작업을 하면 되지만, 완파되어버린 하우스는 철거작업을 하는 동안 싹이 올라오고 어느 정도 자란 피망들이 모두 말라서 죽어버렸습니다. 철거하고, 하우스를 다시 짓고, 피망을 심는다고 해도 농사는 많이 늦어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비싼 하우스를 이전처럼 다시 짓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설비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복구를 위한 지원이 나온다고 해도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 개인부담금이 큽니다. 말라 죽어가는 피망들을 보는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갑니다. 복구를 도울 일손도 모자라고, 복구를 위한 돈을 마련할 길이 아득합니다.

   남편은 어떻게 주민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자신의 SNS에 기도요청을 올리기도 하고 교단에 전화를 해볼까하고 고심을 했습니다. 복구를 도울 수 있는 후원의 손길을 조직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가정이 바로 저희 교회 교인입니다. 마음이 아프고 힘든 중에도 말없이 묵묵히 철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저 집이 저럴 수 없다.”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 가정을 향해 한마디씩 했습니다. 듣는 저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한데 본인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지난 주 소천하신 저의 외할머니도 시골 마을에서 5남매를 키우며, 병을 얻어 일찍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몫까지 도맡아 일평생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농사는 하늘에 달린 일이라 풍작인 해도 있고 흉작인 해도 있었습니다. 외할머니는 그해 농사가 어떻건 간에 해마다 곱게 기른 쌀을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보내주셨습니다. 농사의 목적은 많은 돈을 버는 것도, 화려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린 자녀들과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자녀들을 세상에서 자기 몫을 할 수 있도록 잘 길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외할머니의 휜 허리와 거친 손은 언제나 천명인양 논과 밭을 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정직하게 일평생을 몸으로 노동하며 살다 가신 외할머니께 감사합니다.

   농부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하늘을 거슬러 농사를 짓는 농부가 없거니와,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언제나 하늘을 바라보고 살아갑니다. 빛이 적당하고 비가 잘 내리면 감사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하늘을 바라보고 도움을 청합니다. 농부의 지혜입니다.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고, 마을 주민들의 슬픔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땅에 삶의 터전을 두고 하늘을 바라보는 농부들은 다시 일어나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해 농사를 지을 것입니다.

   부디 흘리의 강풍피해 복구가 원활히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그리고 이로 인해 슬픔에 잠긴 교우들과 주민들이 아픔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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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누리 (61.79.251.138)
2016-05-10 09:11:33
네 깊은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지난여름 피망농장을 둘러보면서 저 부지런한 손길들에
감탄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픔 가운데도 함께하시는 우리 주님의 위로하심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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