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의 일이다. 우리교회에 모 이단교회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나는 그 당시 그 이단교회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 교회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우리교회에 들어와서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 신앙을 지키고 그들은 그들의 신앙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같은 하나님을 믿지만, 가톨릭과 개신교의 교리가 다르고 개신교 교파들도 각기 교리가 조금씩 다른데도 우리는 가톨릭이나 다른 교파들과 함께 시비 없이 각자의 신앙생활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이단 사람들은 전도를 하려면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가야지 왜 우리교회에 들어왔단 말인가? 그것도 왜 신분을 감추고 아무도 모르게 도둑처럼 들어와 있단 말인가?

조사위원회가 한 일

당회에서는 그들이 진짜 이단교회 사람들인가 조사하기 위해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나더러 위원장을 맡으라고 했다. 담임목사가 앞장서서 처리해야 할 문제를 장로들에게 맡기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교회 안에 이단이 들어와서 암약하고 있으니 조사하라는 데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조사위원회에서는 먼저 이단교회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고 제보한 세 분의 여집사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지목한 두 사람이 모두 여자인데 그중에 김 집사는 2년 전에 우리 교회에 등록한 후로 주일학교 교사로 열심히 봉사해 왔다고 했다. 그녀는 아주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교사였단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전 집사는 그녀의 남편이 우리교회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 온 집사의 부인일 뿐 아니라 시무장로의 계수였다. 전 집사는 그동안 교회를 잘 나오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 열심히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제보자들은 담임목사가 그 두 사람을 불러서 그들의 정체를 분명히 밝혀주기를 바랐으나 목사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들은 전 집사의 시숙이 목사와 가까운 장로여서 목사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 당시 담임목사가 정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귀찮은 일을 다음 담임목사에게 미루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제보자들이 이단 문제를 당장 해결해달라고 조르자 목사는 자기가 처리할 만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당회에 내놓았다.

제보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두 사람 중에 김 집사가 행동 대원이었다. 김 집사는 주일학교 교사로 열심히 일하면서 같은 부서의 교사들과 아주 친밀하게 지내다가 친해진 교사 한 분에게 접근해서 자기와 성경공부를 하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우리교회 집사 한 분이 그 제의에 응하자 그 집사의 집에서 단 둘이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성경공부 외에 같이 쇼핑을 하러 나가고 산행도 하고 식사도 하고 커피숍에 가는 등 아주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전 집사와 세 사람이 동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성경공부를 하면서 우리교회 집사는 그 내용이 자기가 교회에서 배운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담임목사에게 가서 그 성경공부 내용에 대해서 문의했더니 중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렇게 사적으로 하는 성경공부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집사는 김 집사에게 앞으로 바쁜 일이 생겨서 성경공부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전 집사가 김 집사와 함께 그 집사를 찾아와서 자기도 그 성경공부를 한 일이 있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계속 공부해보라고 김 집사와의 성경공부를 권했단다.

우리교회 집사가 성경공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 여집사에게서 김 집사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성경공부를 같이 하자고 제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김 집사를 더욱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집사들과 이야기하는 중에 김 집사와 전 집사가 단짝이라는 것, 두 사람이 거의 같은 때에 우리교회에 열심히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이 이단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세 여집사가 같이 목사님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조사위원회에서는 두 사람 중에 특별히 김 집사에게 주목하고 탐문하는 중에 김 집사가 한 교회에 정착하지 않고 이 교회 저 교회를 돌아다녔다는 것, 그리고 2년 전에 이웃 교회에서 우리 교회로 옮겨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이웃 교회의 전도사를 만나서 김 집사가 그 교회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했는지 그리고 왜 그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되었는지 알아보았다. 짐작대로 김 집사는 그 교회에서 교인들을 모아놓고 성경공부를 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전도사를 시켜서 그 문제를 처리하게 했다. 그러자 전도사가 김 집사를 만나서 교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성경공부를 사적으로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그 모임을 해체할 것을 요구하고 교인들에게는 그 성경공부에 참석하지 말라고 하자 김 집사가 그 교회를 떠났다고 했다. 김 집사가 이단교회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 전도사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조사위원회에서는 그 전도사의 말을 듣고 김 집사와 전 집사가 이단교회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단정했다. 우리는 제보자들이 제시한 성경공부 노트를 보았지만, 그 노트에 적혀 있는 성경해석에 대해서 김 집사와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다. 성경해석을 가지고 말하기 시작하면 자기들 나름의 논리로 무장되어 있을 김 집사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사위원회의 목적은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우리교회에서 몰아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이단 교회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에 집중했다.

그 일을 진행하면서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교회에서는 여러 명의 교인이 이단교회의 사람들에게 포섭되어 교회를 떠나기도 했고, 그 이단들에게 통째로 접수된 교회도 있다고 했다. 그 후에 우리교회에서는 이단에 관한 특별 세미나를 실시한 일이 있는데, 그 정보를 입수한 이단교회 사람들이 세미나가 있는 주일에 우리교회 입구에 몰려와서 항의시위를 하면서 강사가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한참 우리교인들과 대치하다가 결국 경찰이 나와서야 그들이 물러갔다.

도둑질은 죄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남의 교회에 몰래 들어가서 교인들을 포섭하여 빼내가는 것은 분명히 도둑질이다. 교인을 도둑질해 가다니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교회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도둑질은 벌을 받지 않고 끝나지만, 그러한 행위는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사회에서는 도둑질을 한 사람은 벌을 받게 되어 있다. 도둑질은 분명히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이단 교회에서는 도둑질을 해서라도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교인들을 세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 교회에서는 자기네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만이 옳다고, 기존 교회의 교리를 믿고는 구원받을 수 없다고 가르치는 모양이다. 구원받지 못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도둑질 같은 방법도 가릴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기존 교회가 다 썩어가고 있지 않느냐고, 자기네 교회만이 예수님의 재림 때에 약속된 새로운 땅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 그들의 교리나 성경해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교리나 성경해석 이전에 다른 교회에 몰래 들어가서 교인들을 훔치는 것은 성경의 어느 구절을 가지고도 정당화할 수 없는 죄이기 때문이다. 십계명에도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다.

그들은 지금 한국교회가 부패해서 기울고 있는 것은 마지막 때에 일어나리라고 예언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기네 교회는 기성 교회가 망한 후에 그 교회를 대신할 새로운 교회라고 믿는다. 따라서 그들이 기성 교회에서 교인들을 빼내가는 것은 망할 교회와 함께 저주받을 사람들을 구하는 일이라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교회가 부패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한국교회의 부패상을 언급하는 글들을 찾아 읽으면서 쾌재를 올린다. 그리고 부패한 교회의 현장을 파고들어서 그 교회를 무너뜨리고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들은 마치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나 썩은 고기를 찾는 독수리 같다. 기성 교회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다. 내가 그들을 이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의 행태가 이렇게 파괴적이고 부도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교회가 표방하는 교리만이 가장 옳다고 그리고 너희들이 주장하는 것은 모두 오류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분수를 모르는 오만이다. 그들은 그들만이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독선은 신앙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어떻게 유한한 인간이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세계를 온전히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일찍이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보다 높다고 했고(사 55:8-9), 바울 사도도 주의 마음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롬 11:33-34). 우리는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내 생각은 모두 옳고 네 생각은 전부 그르다고 생각하는 데서 갈등과 분쟁이 일어난다. 그러한 생각이 국가 간의 전쟁을 일으키고 종교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유럽에서 16세기와 17세기에 일어난 신구교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이단 처형은 바로 그런 독선적인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그 후에 그런 참혹한 분쟁의 오류를 인식한 그리스도교도들의 자성으로 인해서 대대적인 종교전쟁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이슬람권의 중동에서는 IS에 의해서 참혹하고 잔인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자기네 종교가 최고라 생각하면서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전 세계를 이슬람 율법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무모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오만함과 무모함은 죄를 낳게 마련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금은 대화와 소통의 열린 시대라는 점이다. 대니얼 벨이 『이데올로기의 종언』(1960)에서 말한 대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공산주의 국가와 자유주의 국가가 대화하는 탈이데올로기 시대를 맞았다. 전에 우리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에게 침공을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인해서 적대관계에 있던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서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관용의 시대에 내 교회의 교리와 네 교회의 교리가 다르다고 해서 네 것을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마치면서

내가 호주에서 공부할 때 목격한 일이다. 주말이어서 자취집 할아버지와 함께 집안 청소를 하고 있는데, 누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 여호와 증인에서 나온 전도자가 팸플릿을 할아버지에게 건네주면서 잠깐 신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면담을 요청했다. 그 말을 듣더니 할아버지가 벌컥 화를 내면서 “당신의 신앙이 중요한 만큼 내 신앙도 중요합니다. 왜 당신의 신앙만을 옳다고 주장하면서 내 신앙을 문제 삼으려는 거요!”라고 말했다.

일전에 우리 집의 벨을 누르는 사람이 있어서 문을 열어보았더니 여호와 증인의 전도자가 와서 내게 책자를 내밀면서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는 “워치타워 책자인 모양인데 저는 교회에 나갑니다.”라고 완곡하게 말했더니, 그 사람이 “워치타워를 아시는 모양이네요.”라고 응대하면서 말이 통할 사람을 만났다고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다. 그 순간 옛날 호주 할아버지가 했던 대로 말해 버릴까 하다가 자기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그가 너무 당황할까 봐서 “예 잘 압니다. 저는 교회에 나가는데요.”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전도를 하려면 믿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야지 교회를 다닌다는 문패가 붙어 있는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린 데에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호와 증인은 자기들의 신분을 밝히면서 상대와 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의 이단교회 사람들보다 훨씬 신사적이다.

한국의 이단교회처럼 자기네 교회를 위해서 신분을 감추고 다른 교회에 들어가서 교인들을 빼내려고 하다니 아무리 선의적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그들의 행위를 납득할 수가 없다. 남의 것을 훔친다는 것 그것은 특히 교회 안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십계명에는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 외에도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는 계명도 있다.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계명이 말하는 것은 구약시대뿐 아니라 현대교회에서도 중요한 신앙인의 덕목이다.

그들은 목적이 선하면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목적이 선하다 하더라도 수단이 악하면 그 목적은 인정받을 수 없는 법이다. 이런 상식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선한 뜻을 분별하여 이룰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