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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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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4월 23일 (토) 17:14:37 [조회수 : 7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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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반 전부터 오른쪽 눈 아래가 조금씩 붉어졌다. 사소한 크기였지만, 그래도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사는 처지라 바로 피부과에 들렀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항생제를 포함한 알약 사흘 치와 피부질환치료제 더마톱 연고를 주었다. 물론 그 정도 처방으론 낫지 않았다.

  그 후로 몇 군데 피부과를 더 다녔지만, 치료는커녕, 피부과에 대한 불신만 웃자랐다. 어떤 유명 피부과는 피부색을 바꾸는 레이저 치료를 권하였다. 이윽고 반년 전부터는 코 전체가 울긋불긋해 지면서 단순한 피부 트러블을 넘어섰다. 나름 갱년기에 약해진 면역기능 탓일 거라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한의원에서는 폐 기능이 문제라고 했는데, 그것도 일리 있게 들렸다.

  사실 내 피부도 피부지만, 남의 피부 변화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무한한 관심은 불화살처럼 따갑게 느껴졌다. 그런 곤경을 겪다보니 내 ‘피부’는 피부안전과 건강에 대해 유난히 반응하게 되었다. <농목 30년, 생명살림의 길을 걷다>를 읽다가 ‘농촌목회 유감’이란 글에 꽂힌 것이다. 필자는 영월 김삿갓면 모운동으로 귀촌해 목회하면서, 자신이 농사가 아닌 건강강사가 된 것을 변명하고 있었다.

  “제가 ..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비누를 만들고 치약을 만들고 샴푸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살림, 두레생협, 학교, 교회 같은 곳에서 ‘불편한 진실’이라는 주제로 강의합니다.” 자신은 농사를 짓지 않지만 몸의 평화와 안전하게 씻고 바르는 것을 만들며 창조질서에 동참한다고 고백하였다.

  애초에 그 자신이 화학제품 안에 담긴 합성계면활성제에 적응하지 못해 일상적인 비듬, 간지럼, 입 냄새를 피할 수 없었다고 실토한다. 그런 부작용 때문에 친환경 상품에 도전하게 되었고, 이젠 일용할 미용용품을 생산하는 가내공장 공장장 노릇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그는 마치 땅과 몸을 골고루 생각하는 유기농법을 통해 피부에 생기를 주는 농부와 같다.

  직접 방문해 보니 예배당은 물론 교회 앞마당은 한동운 목사의 친환경 작업장이었다. 그가 강력한 경쟁자로 여기는 대기업 생활용품은 온갖 상술로 수요를 키우고 있지만, 핵심 첨가물인 합성계면활성제에 대한 피해와 부작용 역시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날마다 쓰는 화장품, 비누, 치약, 바디 클렌저, 폼 크린징 안에 들어있는 환경호르몬이 몸에 침투해 잔류하면, 자칫 암을 유발하는 독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는 안전과 평화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전달하는 피부건강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었다. 교회는 안전한 삶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실현하도록 돕는 환경교사 구실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피력하였다. 그만의 노우하우(Know How)로 만드는 친환경 생활용품은 천연비누를 한번쯤 만들어 보는 생활강좌처럼 취미나 교양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설명하는 비누화 과정은 ‘씻을 거리 목회’ 그 자체였다.

  가내수공업 작업장에서는 천연 비누를 만들 때 물 대신 한약재 엑기스를 쓰고 라벤다, 페파민트 등 허브향 천연 엣센스 오일을 섞는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우면 공정이 힘들어져 봄과 가을에만 비누를 생산한다. 때 제거에 효과가 좋다는 합성계면활성제나, 경화제, 응고제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는 한약재로 중탕한 물로 가성소다수(강 알카리성 양잿물)를 만들어 사용한다. 그리고 글리셀린을 낭비하여 질 좋은 보습효과를 유지한다. 대기업 공장장이와 다른 미련한 공법인 셈이다.

  한 목사가 설명하는 여섯 단계의 비누공법은 한해 농사의 번거로움 그 자체였다. 그 결실은 일회용 먹거리에 그치지 않고, 몸을 건강하게 하고 생활의 질을 높여 준다. 당장 겉보기에 용기와 포장은 어설프고 조악하지만, 그건 유기농 채소가 지닌 임의로 다듬지 않는 건강미와 통한다고 볼 수 있다.

  방문자 선물로 준 샴푸와 치약을 사용해 보았다. 일주일 간 스스로 실험 쥐 노릇을 하면서 예전에 찝찝하게 느끼던 대기업 화학제품과 달리 생활의 자유를 느끼게 된 것은 어쩐 일일까? 불현듯 모근과 잇몸이 건강하고 튼실해 질 거라는 선입견은 아마 친환경 농부와 유기농 생활과학에 대한 신뢰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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