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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머리를 모른다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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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4월 22일 (금) 23:33:52 [조회수 : 6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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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장군의 유명한 애마(愛馬)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천관이라는 기생의 집에 드나들던 유신은 어머니로부터 훈계를 받은 후 기생 집 발걸음을 끊는다. 어느 날 술에 취해 말 등에서 자고 있던 유신, 영리한 말은 잠든 유신을 싣고 천관의 집에 이른다. 그때 잠에서 깨어난 유신이 검으로 애마의 목을 베고는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무서운 습관의 힘, 말하자면 이 일화는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대한 비유로도 적당할 것이다.

그러나 굳이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 장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운동과 같은 일상으로부터도 우리는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의 차이를 자주 경험하곤 한다. 운동을 할 때 머리로는 확실히 아는데 몸은 절대로 따라주지 않는 경우, 이것은 아마도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의 차이에 대해 가장 흔하게 겪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드물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오랜 연습 끝에 아주 가끔 나도 모르게 뭔가를 멋지게 해냈을 때의 경험,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을 우연찮게 해냈을 때의 경험이 있다. 말하자면 이것은 머리는 모르나 몸은 알고 해낸 경우다. 끊임없는 몸의 연습을 통해 머리는 아직 모르지만 몸이 깨우친 것이다.

신앙에서도 이 두 경우는 종종 발견된다. 주로는 역시 전자의 경우, 즉 머리는 알지만 몸은 모르는 경우다. 제자도에 관한 모든 이치를 깨친다고 해서, 신앙의 모든 이론을 꿰뚫는다고 해서, 성경에 대한 빈틈없는 지식을 쌓았다고 해서 몸이 신앙의 삶을 살아내는 것은 아니다. 몸은 머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머리로 아는 것을 몸으로도 안다고 착각하게 되면 결국은 이런 소리를 듣는 지경에까지도 이르게 된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마 7:21)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궁극적인 요청은 결코 “내 뜻을 잘 이해해라.”가 아니었다. “나를 따르라.” 몸을 움직여 내 발자국을 따라 걸으라는 말씀이었다.

그러니 신앙에 있어서도 몸의 연습은 중요하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끊임없는 몸의 훈련 속에서 어느덧 몸이 깨우친 신앙의 진리는 나도 모르게 해낼 수 없는 일들을 해내도록 만드는 경지에 이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 성경을 읽고, 시간을 정해 기도하며, 주의를 기울여 아픔을 당한 사람을 찾아내고, 시간을 내어 고난의 현장을 방문하고, 고난 받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일, 머리로 하는 일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이런 일들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습관으로 만들게 되면 우리의 몸은 어느덧 조금씩 조금씩 예수로 젖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머리로는 모르는 채 몸으로는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신앙의 궁극의 경지는 이 머리를 모르는 몸의 경지, 즉 머리로는 주님의 뜻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조차 못하면서 몸으로는 이미 주님의 뜻을 행하며 살고 있는 모습, 바로 그것일 것이다.

“주님, 우리가 언제 주님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리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리고,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영접하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리고, 언제 병드시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찾아갔습니까?” (마 25: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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