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는 글>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동안 격려와 보살핌으로 손을 잡아 주신 여러분들과 봉사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2년 봄에 시작된 본회가 어느덧 14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2015년에 창단된 햇살합창단(본회 회원할머니들로 구성)의 특별공연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박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이 자리에 소중한 여러분들을 모시고 싶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참석하시어 고단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기지촌 할머니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시어, 따뜻한 보도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 햇살사회복지회 대표 우순덕 드림
 

○ 본회는 2002년에 햇살센터로 개원하여 2006년에 사단법인 햇살사회복지회로 명명하였고, 기지촌 할머니들이 보다 밝은 노후를 보내도록 돕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화요모임 및 식사제공, 식품 및 물품지원, 방문상담, 정서함양 프로그램, 문서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 후원계좌    농    협  118 – 17 - 001207       사) 햇살사회복지회
                국민은행  509001 – 01 - 425058     사) 햇살사회복지회
    
       
 ○ 초대하는 사람들(본회 이사, 감사):
  강득환, 공승욱, 곽신, 김준형, 류인덕, 방순자, 신은주, 신정숙, 염시동, 우순덕,
  이종복, 이화진, 장일선, 전용재, 정해은, 조문신, 조세제

<참고자료>

‘안보’와 ‘경제’의 도구였던 기지촌 할머니들의 노후는?

     신학대학시절 등록금이 없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공부만 시켜주시면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절실한 기도가 사명이 되어서,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평택 안정리에 기지촌 할머니들을 위한 센터를 마련하였습니다.

   2002년 6월 초에 신평제일감리교회(정해은 목사)에서 박만용 감독을 모시고 개원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34년 만에 아들을 찾은 분, 틀니를 해드렸더니 옥수수도 잘 드신다는 분, 만나기만 하면 ‘고마워’하시며 눈시울을 적시는 분 등 우리 할머니들의 맑은 영혼과 만나면서 새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상처받아 신앙생활을 중단하시던 한 할머니가 갑자기 찬송가를 부르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부르기 시작한 찬양소리가 안정리 모퉁이에서 울려 퍼진지 만 14년이 다 되어 갑니다. 찬양 모임이 있는 화요일에는 하늘이 보내주시는 봉사자들이 때로는 집에 있는 양식까지 들고 찾아와 기쁨으로 정성껏 식탁을 차려주는 모습은 ‘천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의 후원은 없지만 방문해주시고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이 일의 동력이 됩니다.

  2012년부터는 우리 할머니들이 배우가 되어 <숙자 이야기> 연극을 네 번이나 공연(연출: 노지향)을 하였다. 2012년도(7월 5일/ 10월 25일/ 평택국제교류센터)에 이어 2013년 7월 2일(서울변방연극제 개막작/구로아트벨리예술극장)과 2014년 11월 2일(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에 많은 관객들 앞에서 우리 할머니들이 공연하여 우뢰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전문 배우들에 의해 공연된 <일곱집매> 연극(작: 이양구, 연출: 문삼화)은 2014년에 서울 대학로에서 두어달 공연되었다. 제34회 서울 연극제에서 작품우수상 및 여자 연기상을 수상하였고 2014 이데일리 문화시상식에서는 연극분야 최고상을 수상했다. 할머니들이 <일곱집매> 연극을 관람하고 <숙자이야기> 연극에서 함께 했던 할머니들 중에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고 하며 밝은 웃음을 지어내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2014년에는 『숙자들의 안정리 바깥 나들이』-기지촌 여성노인들의 위풍당당 프로그램과 사회적 인식개선 프로젝트도 진행하였다. 할머니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할머니들이 못다 이룬 꿈을 재현하는 컨셉사진도 찍었다. 이 사진들은 10월 23일부터 11월 19일까지 서울 한복판, 종로구에 위치한 평화박물관 SPACE 99에서 <보통이름 숙자>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시회를 하였다.
  2015년에는 특별히 『‘햇살’ 언니들의 하모니: 썬샤인 (SUNSHINE) -기지촌 할머니들, 노래로 소통하다.』(경기도여성발전기금)를 진행하여 두 번의 공식적인 공연을 한 바 있다. 그리고  『기지촌 여성노인들을 위한 정서함양 및 신체 활성화 프로그램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평택시사회단체보조금)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기지촌위안부 국가배상소송공동변호인단 외 타 단체와 연대하여 <한국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2014.6.25)을 하였다. 이에 대한 첫변론 기자회견 (2014.12.19.) 및 여러번의 재판에도 우리 할머니들 및 여러분들이 참석하였다. 지난 3월 18일(금) 7차 재판에는 과거에 의정부 보건소 의무사무관으로 근무했던 문정주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 겸임교수)의 증언이 있었다. 문정주 씨는 재판과정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검진과 관련하여 “당시 보건소에서 이루어진 성병 검진과 치료는 환자에게 어디가 아픈지 묻거나 약을 먹은 후의 반응을 묻고 살피는 ‘진료’라기 보다 ‘행정적 처리’에 가까웠다. 기지촌 여성들을 짐짝 다루듯, 굉장히 무신경하게 대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라고 증언했다. 하루 빨리 소송이 마무리 되어 할머니들의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우리 할머니들은 한국의 짓밟힌 역사의 희생자들이다. 우리 할머니들의 삶의 여정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기보다는 그저 생존을 위한 싸움뿐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지촌 여성들은 ‘양색시’ 혹은 ‘양공주’ 라는 사회적인 비난과 낙인 속에서 살아왔다.

   6.25전쟁 이후 국가는 기지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정부는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미군을 위한 위안소와 댄스홀을 정부 차원에서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미군이 증가하니, 미군정시기부터 내세웠던 미군에 대한 휴식과 위안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정부정책에 의해 형성된 기지촌에서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미국은 닉스독트린에 따라 2만 명의 주한 미군을 감축했다. 그리고 일부 미국 정치가들은 주한미군과 한국 지역 주민 간의 갈등, 주한 미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흑백 인종갈등을 보면서 한국에 미군을 주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미국 정치가들의 평가와 달리, 한국의 안보에 대해 불안해했고, 미군의 감축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의회의 지지를 얻어 미군을 한국에 더 붙잡아 두기위해서는 한미 관계의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흑백 인종문제를 해결하고, 미군과 한국인은 화합과 협력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당시 정권이 <기지촌 정화위원회>를 만들어 한미관계를 우호적으로 회복하고 한국의 안보를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미군들에게 기지촌 여성들이 ‘깨끗이 받쳐지도록’ 성병검진을 받도록 하였다. 한국정부는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관리를 위해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였다.

  주한미군 내의 인종갈등을 해소하고, 미군을 한국에 더 붙잡아두려는 한국정부의 정책은 기지촌 여성의 몸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기지촌 여성의 개인 안보는 국가로부터 보장받지 못했다. 성병관리를 받는 와중에 과도한 페니실린 주입으로 죽거나 부작용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많았다. 기지촌 여성들은 쉽게 폭력에 노출되고, 살인도 당하며, 혼혈아를 낳고 때론 버림받으며 살아왔다. “외화를 많이 벌어라. ‘애국자’다. 나중에 나라가 잘 살면 특별히 대우 해 주겠다.”라고 말한 정부는 기지촌여성노인들에게 아무런 대답이 없다.

  기지촌 여성들의 몸은 국가의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철저한 관리의 대상이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기지촌 여성들은 이러한 국가의 이해를 둘러싸고 역사적, 문화적인 희생양이 되었다. 기지촌 여성들은 <안보>의 도구이자 <경제(달러)>의 도구였다.

  이렇듯 기지촌 여성들은 한편으로는 ‘민간외교관’ 혹은 ‘달러벌이 산업역군’ 이라 칭함을 받으면서 미군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고무된 사실이 있다. 전쟁으로 인한 한국의 피폐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외화획득은 중요한 핵심 중의 하나였으며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하는 여성들을 통해 벌어들이는 달러는 소위 ‘밑천이 들지 않는 장사’로 이해되었고, 실제로 한국경제의 발전은 이러한 방법의 외화획득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러 매체(SBS 그것이 알고싶다. 몽키하우스와 비밀의 방 2015. 11. 7/MBC PD수첩 기지촌 할머니 그들에게 남은 것은(2009년 6월)/ <한겨레 21>, 695호 “국가가 포주였다” pp.18-29, 2008.1.29/ SBS 그것이 알고 싶다‘기지촌 할머니, 누가 그들에게 낙인을 찍었나?’ 2006.10.21/ KBS 2 TV 시사투나잇 2006.5.4 / MBC 2580시사매거진: ‘기지촌 여성’, 2005. 7.10/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기지촌 역사’, 2003. 2.9)에서도 보도되었듯이 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사회로부터 내몰려 홀로 죽어가는 기지촌 할머니들의 비참한 삶은 이들만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 역사의 비굴함이 그대로 드러난 기지촌은 우리의 무능력과 책임전가로 힘없고 가난한 소녀들이 생존의 경계선에서 인간이 되기를 포기당하는 현장이기도 하였다.  이제라도 정부가 과거 기지촌 사업에 깊이 관여했던 사실을 인정하고, 할머니들의 노후 대책과 기지촌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답해야 한다.
   한 때 ‘산업역군’으로서 또 ‘민간외교관’으로서 칭송을 받던 평택 기지촌 할머니들은 지금 늙고 병들어 기지촌의 쪽방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인데,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이전공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안정리 일대의 땅값은 급등하였고 그와 함께 전/월세 시세도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일대에 땅을 가진 사람들은 재래식 건물을 철거하고 미군들에게 임대하기 위한 넓은 평수의 신축건물이 대거 들어서면서 그나마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월셋방 자체가 격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안정리 기지촌 할머니들의 주거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더군다나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 된다면 어디론가 이주해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

  주한미군 이전비용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약 15조원)이 들고, 평택지원특별법의 예산이 총 18조 8천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총생산의 25%를 차지하며 지역경제의 60%이상을 부양한(캐서린 H.S.문,『동맹속의 섹스』삼인, 56-76쪽) 우리 기지촌 할머니들을 위한 예산은 단 한 푼도 없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강제적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낸 국가와 사회에 보다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박태균, “국가와 사회도 책임을 져야,” 햇살소식지 6호, 2007.10.30, 3-4쪽)

   본회 5주년 행사 시(2007.6.5)에 참석한 김기조 박사는(정치외교학/ 1973년 한-미 군사위원회에서 한국 쪽 위원장) “당시 미국이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관리 등을 요구했기 때문에 수십 차례 평택, 의정부 등 미군기지 근처 클럽을 답사했다. 당시 정부가 특별자금으로 직접 의정부에 기지촌 정화사업비용으로 1억 원을 내려 보내기도 했다. 당연히 국가가 여러분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우리 안정리 기지촌 할머니들 앞에서 증언 한 바도 있다.

  거역할 수 없는 ‘포주’의 이름으로 ‘기지촌’을 통하여 이 여성들, 기지촌 할머니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한편으로는 강요했던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라도 그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한때 국가와 지자체를 위해 자신의 몸과 성을 팔아 외화를 벌어들이며 ‘애국자’로 명명되었던 그녀들, 기지촌 할머니들이 지금은 이름 없는 주변인으로 이 땅에서 ‘생존’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기지촌 쪽방에서 만성질병과 빈곤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제라도 기지촌 할머니들을 어루만지고 보호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분들이 평생을 살아온 이 마을을 떠나 낯선 골목에서 인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도울 수만 있다면, 돈과 힘이 지배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우리 할머니들이 ‘사랑과 나눔과 도움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는 하늘의 진리를 경험하면서 마지막 눈을 감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평생동안 강도떼에 짓밟히며 사냥개에 쫓기며 살아온 우리 할머니들에게 밝은 햇살이 비추게 될 새 날이 앞당겨지기를 소망한다.

   할머니들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우리 슬픈 역사의 뒤안길에서 <경제와 안보의 도구>로 힘겹게 지탱해온 할머니들을 위한 정책이 하루라도 빨리 마련되어 생활안정과 주거문제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