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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보라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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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4월 09일 (토) 06:46:58
최종편집 : 2016년 04월 10일 (일) 00:38:50 [조회수 : 6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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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여성가족부 장관에게서 편지가 왔다. “여성가족부라니?” 의구심으로 뜯어보니 ‘고지정보서’라는 낯선 제목이 붙은 유사 이력서였다. 처음 보는 형식의 문서여서 꼼꼼히 살펴보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이런 얼굴을 한 성(性) 범죄자가 살고 있으니 참고하라는 것이다.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불과 두어 블록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이웃의 존재가 두려웠고, 또 그의 사진과 범죄관련 정보를 아무런 연관 없는 내게까지 전달해 주는 빅브라더가 놀라웠다.

오죽 성폭력이 기승을 부리면 이런 법이 만들어지고, 또 예방차원이라지만 개인의 인권을 아예 매장하는 조치를 취할까 싶었다. ‘고지정보서’는 ‘아동 ·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8조의 20에 의한 법원의 명령에 따라 발송되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돌아보니 딸 가진 부모의 수심어린 심정이 헤아려졌다.

우리 사회는 사건사고가 날마다 꼬리를 물면서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분노는 쉬 지나치고,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분노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공분과 공감은 빠르게 파묻히고, 해결과 대안 없이 금방 지나가게 마련이다. 당사자들은 시간이 흘러가 뭇 사람의 기억에서 잊혀 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런데 흘러가지 않는 사건들도 있다. 앞서 보듯 성 관련 범죄는 매우 일상적이 되었다. 최근 성희롱, 성 추행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성 범죄들이 날마다 차고 넘치는 것은 오늘 우리 사회의 안팎 풍경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성 평등순위는 세계 135개국 중 108위에 머문다고 한다. 오죽하면 여성가족부 장관이 수치스런 사적정보가 담긴 편지를 내게도 보냈을까 싶다. 과연 성 범죄자를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것이 정의에 합당한가?

사실 정의의 문제든 성폭력의 문제든 과연 우리 사회는 자신을 향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물음을 던진 적이 없었다. 늘 접대관행과 술버릇, 속성과 실수, 남성문화의 탓으로 돌렸다. 문제제기가 없으니 대안마련도 부족하였다. 실속 없는 분노와 분노만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가 필요하다. 티브 채널마다 껄렁한 오락으로 채우고, 어린 여가수의 성적매력을 부추기면서 성 범죄자를 향해서는 준엄하게 꾸짖는 언론의 모습을 보면 위선 그 자체이다.

어쩌면 우리는 날마다 성관련 범죄 기사를 보고, 듣고, 공분하지만 결코 늪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갑을관계에서 여성을 ‘을’로 취급하는 관행적 나쁜 버릇을 뜯어 고치지 않는 한, 딸 가진 부모들의 염려는 매일 저녁 귀가 시간마다 반복될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예민한 인권감수성이 필요하다. 종교를 지닌 사람은 저마다 자기 종교가 요구하는 도덕적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은 적어도 시민사회에 어울리는 윤리의식을 지녀야 한다. 인간을 사람답게 대접하고 사회적 약자와 타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어느 새 2주년을 맞은 세월호 참사에서 배웠듯, 인간을 혐오하게 만들고, 타인의 권리를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코앞에 닥친 문제를 근원적으로 고칠 수 없다.

‘어린 왕자’(생텍쥐베리)에서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안녕, 여기 내 비밀이 있어. 그건 간단해. 마음으로 보면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검은 안경을 끼고 다른 사람을 보면 어둠만을 보게 뿐이다. 우화 속 여우의 충고처럼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눈은 표면만 볼뿐, 본질적인 것은 보지 못한다.

그러니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 내면을 살피시듯 사랑의 마음, 조화와 위로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도록 우리 자신과 사회를 치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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