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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과 이방인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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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4월 08일 (금) 22:26:37
최종편집 : 2016년 04월 08일 (금) 23:02:44 [조회수 : 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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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단순한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생각했다. 자신들인 유대인과 자신들을 제외한 이방인. 일견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세상을 단 한 개의 집단으로 퉁쳐버리는 어처구니없이 단순해 보이는 구분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상을 창조하신 신과 유일하고도 특별한 관계를 맺은 민족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한다면 이런 구별도 이해할 만하긴 하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유일하고도 특별한 관계로 들어섰다고 믿는 그리스도인들도 유대인들의 이 구분법을 따라 사람들을 나눈다. 그리스도인과 이방인. 그리고 여기 이 두 부류의 사람에 대한 본회퍼 목사의 시 한 편이 있다.

<그리스도인과 이방인>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하나님께 간다.
 도움을 간구하고, 행복과 밥을 달라고 기도하며,
 병과 죄와 죽음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한다.
 모두가 그런다. 그리스도인과 이방인 모두가.

 사람들이 곤경에 처한 하나님께 간다.
 그분이 가난하고, 조롱당하며, 잘 곳도 먹을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죄와 약함과 죽음이 그분을 삼켜버린 것을 본다.
 그리스도인은 고난 가운데 계신 하나님 곁에 선다.

 하나님은 곤경에 처한 모든 사람들에게 가신다.
 육신과 영혼을 당신의 양식으로 배불리 먹이시고,
 십자가의 죽음을 죽으신다. 그리스도인과 이방인을 위해.
 그리고 그들 모두를 용서하신다.

본회퍼 목사님은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하셨던 것 같다. “아이고, 하나님!” 궁지에 몰려 신을 찾는 모습,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곤경에 빠져 신을 찾고 신께 기도하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하물며 곤경에 처한 그리스도인들이야 무슨 말을 더할까. 그러나 곧이어 목사님은 이 두 사람들의 근본적인 차이를 지적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하나님의 곤경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난처하고 곤란한 지경에 처하신 하나님, 인간들을 위해 그 곤경을 자처하신 하나님,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그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 배를 불리고자 밥을 달라고 했더니 하나님은 영의 양식까지 주셨다. 정작 자신은 굶주리시면서. 목숨을 살려달라 했더니 영혼까지 살리셨다. 정작 자신은 죽임을 당하시면서. 그리스도인은 그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하나님의 고난을 본 사람, 그리하여 하나님 곁에 서서 그 고난을 나누어지는 사람. 그저 도움만을 바라고, 일신의 행복만을 구하며, 곤경에서 구해달라고만 한다면, 단지 거기까지만이라면, 그리스도인과 이방인의 구별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결국 이방인이 아닌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나약한 내 모습에 시는 마지막으로 희망을 전한다. 인간의 어떠함으로부터가 아니라 하나님의 어떠함으로부터 나오는 희망을. 그리스도인이든 이방인이든, 이방인과 다를 바 없는 그리스도인이든, 하나님은 결코 당신의 사랑을 굽히지 않으실 것이다. 이 위대하고 거룩한 짝사랑 덕에 우리는 오늘도 산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신다.” (마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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