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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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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4월 04일 (월) 17:05:54
최종편집 : 2016년 04월 05일 (화) 11:11:00 [조회수 : 8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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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서울은 벚꽃이 다 폈어. 덥더라고.”하고 봄이 온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휴가를 다녀온 군인들도 서울은 벌써 봄인데 진부령은 5월은 되어야 벚꽃이 필 것이라며 한 나라에서 서로 다른 계절을 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 추위가 다 가시지 않은 진부령은 겨울옷을 세탁하기에는 조금은 이른 느낌이 있습니다. 아직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추위가 꽤 남았습니다.

  주말에 결혼식이 있어서 두 아이를 데리고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속초만 해도 사람들의 옷차림이 완연한 봄이었습니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었고 벚꽃도 곧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였습니다. 제가 바쁘게 차를 타고 미시령 터널을 지나다니는 사이 꽃들은 이미 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이웃의 아이들과 함께 딸기축제에 갔습니다. 일정 금액의 체험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들이 딸기밭에 들어가 딸기를 한 상자 따서 나오는 행사였습니다.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딸기 하우스에 들어간 저와 이웃은 딸기를 따면서 입 속으로 딸기를 하나씩 넣었습니다.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저는 자연이 베푸는 은혜를 계절마다 맛보며 살아갑니다.

   딸기를 다 따고 이웃과 헤어진 후 봉포 앞바다에 가 보았습니다. 바람이 찼지만 두 아이는 조개껍질을 모으고 갈매기를 쫒아 다니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결혼식 참여 복장으로 스타킹에 구두 차림이었던 저도 신을 벗고 모래사장을 걸어 보았습니다. 추위를 잊어버린 두 아이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바람 찬 바다의 파도소리, 갈매기 울음소리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주일 아침에는 진부령에 비가 내렸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바로 눈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장로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제 눈에는 봄비로 보였습니다. 읍내 도서관에 들리기 위해 차를 몰고 진부령을 내려오는 내내 눈 속에 봄이 보였습니다. 이제 여린 잎을 내는 풀들도, 마치 두 손을 곱게 모은 아기처럼 나무 끝에서 봉우리를 터트리지 못한 목련도, 흐드러지게 피어날 준비를 하며 모여 앉은 벚꽃도 봄비를 맞으며 생명의 기운을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자연은 어디서 봄이 오는 소식을 듣는 것인지 때가 되면 여지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냅니다. 꽃과 풀이 생각을 하는지는 저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다만 힘을 내고 싶을 때 아름드리나무를 안고 대화를 해 보거나, 소중한 화분이 있다면 마치 사람의 손을 잡듯이 잎을 잡고 ‘잘 자라라. 사랑한다.’고 말해주곤 합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분리된 것이 아니라면 하나님이 만드신 식물도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변해가는 산을 바라보며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식물들이 생각 보다는 감각에 더 의지해서 때를 구분한다는 점입니다. 창조 이래 식물의 선조들이 쌓아온 지혜가 차곡차곡 쌓여 언제 피고 언제 져야 하는지를 느낌(感)으로 압니다. 신비입니다.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인간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생각은 중요합니다. 생각, 즉 사고력과 상상력이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게 하고 지금의 진보를 이룩할 수 있게 했으며, 수많은 학문적 업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 생각이 우리를 신의 신비로부터 멀어지게 하기도 합니다. 생각은 감각 기능을 마비시키고 생각 스스로 삶을 지배하게 만듭니다.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 동안에는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 들리는 것도 듣지 못하는 것이 쉬운 예입니다. 생각이 감정을 지배하여 마음을 요동치게 하기도 하고, 생각이 몸을 지배하여 질병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생각은 유용한 것이지만 이처럼 강력한 역기능도 있습니다.

   봄입니다. 온 세상이 생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꽃을 봅니다. 산 속의 들풀들도 입히시고 키우시는 하나님의 신비가 눈앞에 있습니다. 온 몸의 감각을 깨우고 속살거리는 봄비와 너울너울 춤추며 봉우리를 펼치는 꽃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 속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고단하고 가난한 생각들을 잠시 잊고 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충실하고 충만하게 모든 이들을 위한 봄이 왔습니다. 오가는 길목에 핀 꽃 한 송이에도 우리를 위한 신비의 소식이 담겨 있습니다. 이 한 날 흐드러진 벚꽃처럼 설레기를, 활짝 핀 목련처럼 충만하기를, 소박하게 모여 피는 진달래처럼 단순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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