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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세상을 덮칠 때
김기석  |  vorbli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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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3월 30일 (수) 00:14:50 [조회수 : 8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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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고난주간에 벨기에의 브뤼셀 공항과 말베이크 전철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탄 테러가 벌어졌다. 수니파 무장조직인 IS는 자기들이 벌인 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세상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은 무겁게 상기시켰다. 적대감과 증오의 망령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전선으로 변했다. 낯선 이들에 대한 배제와 증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미국 대선 후보 트럼프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사람들의 내면에 슬그머니 스며든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명분이 무엇이든 타자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정의롭지 않다.

아동 학대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견딜 수 없어 아이와 함께 동반 자살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세상은 지금도 기회를 박탈당한 많은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게임에 중독되어 아이 돌봄의 의무를 저버린 비정한 부모도 있다. 중독은 일종의 도취상태이고, 도취는 자기 망각의 욕구에서 비롯된다.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간극 혹은 분열이 클 때 사람들은 망각의 기법을 동원하여 자기 불화를 잊으려 한다. 도취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그릇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아동을 학대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의 사소한 잘못이나 고집을 악마의 사주로 이해하여 폭력을 가하는 경우 말이다. 종교는 일쑤 폭력과 결합한다. 옳음에 대한 과도한 확신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타자화하거나 부정하는 일로 이어진다. 거룩한 것이 타락하면 마성적인 것이 된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폭력은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세상이 점점 위험한 곳으로 변하면서 우리는 불안을 내면화한 채 살아간다. 높은 담장과 CCTV 그리고 경비원에 의해 외부와 차단되는 장소에 대한 선망이 커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도시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을 장소적으로 구별한다. 사는 곳이 곧 그 사람의 현존재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머무는 장소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곳은 형편만 되면 언제라도 떠나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대니얼 돌링은 이러한 지리적 양극화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점점 줄어드는 대신에 점점 더 많이 상상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 상상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은 물론 의구심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는 일체의 태도나 행위는 일종의 폭력이다. 1세기 팔레스타인은 로마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짓눌려 있었지만, 동시에 거룩한 것과 속된 것, 의인과 죄인,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종교적 신념체제로 인해 분열되어 있었다. '가름'의 주체는 물론 다른 이들을 대상화함으로 자기를 돋보이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예수는 그런 가름의 세계를 뒤흔들었다. 불결하다 치부된 이들과 서슴없이 접촉했고, 죄인이라 규정된 이들과 사귀는 일에 주저하지 안았다. 예수는 가름에 기초한 세상의 불의를 폭로하고, 사람들이 차이를 넘어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을 꿈꿨다. 불의와 비정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탄생을 로마 제국은 묵과할 수 없었다. 십자가 처형은 그 결과였다.

가르는 일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증오와 분열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이들은 늘 자기편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배제하는 것을 일러 정의라고 말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국민을 위하여'라고 말하는 이들의 속내가 훤히 보인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복무할 뿐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채 방치되었던 낮 열두 시부터 세 시까지 어둠이 온 땅을 덮었다 한다. 이 어둠이 우리를 덮치고 있다.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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