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심판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내년엔 대통령 선거도 있다. 총선거가 임박한 시점인데도 정책 선거는 희박하다. 매우 서글픈 일이다. 정치공학적인 음모와 다툼 그리고 이합집산만 난무하니 서글프지 않을 수 없다.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듯하다. 그러면서 정당이나 후보자들 사이의 심판론이 무성하다. 정권 심판, 여당 심판, 야당 심판 등이다. 좀 더 나아가봐야 '경제 심판' 정도다. 경제정책에 대한 심판론이지만 막연하고 두루뭉술하다. 수박 겉핥기식이다. 경제 정책 심판을 내세우면서 기득권층을 돕는 경우도 흔하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되 소수 부자 계층을 돕는 수도 있다. 모든 이윤 창출의 주역이자 경제 성장의 중심인 노동자를 도외시한 경제민주화는 공염불 아닌가?

선거에 임하는 그리스도인은 무슨 심판을 고려해야 할까? 성경이 말하는 심판은 무엇인가. 선거와 연관된 심판에 있어서 성경은 어떤 도움 말씀을 주는가. 오늘은 야고보서가 가르치는 심판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번에는 부자들에게 한 마디 하겠습니다. 당신들에게 닥쳐 올 비참한 일들을 생각하고, 울며 통곡 하십시오"(야보고서 5:1)

여기서 야보고는 '부자들에 대한 심판'을 말한다. 초점을 부자들에게 맞춘다. 부자들(부자 계층)에게 임할 필연적인 무서운 심판을 미리 알려주면서 동시에 그 심판을 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피할 길은 지금'울며 통곡하는' 것이다. 그 뜻은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는 것이요 ,그릇된 행동이나 삶을 청산하는 것이다.   장차 필히 당할  혹독한 심판을 피하기 위해 지금 회개를 하고 돌이키면 좋은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선거와 연관성을 모색할 수 있다. 장차 당할 무서운 심판을 피할 길을 열어주는 선거 행위를 한다면 은혜로운 것이다. 민주시대에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나 시민이 선거를 통해 장차 당할 무서운 심판을  부자들이 피할 수 있게 한다면 ,그건 선한 일이다. 그리스도인이 부자들이 당할 심판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선거를 한다면 그 또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는 게 아니겠는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일이고.

그러면 부자들의 그릇된 행위와 잘못은 도대체 무엇인가?

야보고서는 부자들의 그릇된 행위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행위다. 영적이니 내적이니 하며 뜬구름 잡는 식의 허설을 늘어놓지 않는다.  성경 말씀을 직접 들어보자. 단도직입적이다.

"당신들은 이와 같은 말세에도 재물을 쌓았습니다. 잘 들으시오. 당신들은 당신들의 밭에서 곡식을 거두어들인 일꾼들에게 품삯을 주지 않고 가로챘습니다. 그 품삯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또 추수한 일꾼들의 아우성이 만군의 주님의 귀에 들렸습니다. 당신들은 이 세상에서 사치와 쾌락을 누리며 지냈고 도살당할 날을 눈앞에 두고도 마음은 욕심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당신들은 죄 없는 사람을 단죄하고 죽였습니다."(야고보서 5:3-6)

'착취를 통한 부의 축적과 호의호식'

위 말씀(약5:3-6)을 요약하면 ,이것이 바로 부자들의 그릇된 행위요 잘못이다. 이는 그들이 피할 수 없는 심판을 자초하는 죄악이다.

오늘 한국 사회는 어떤가?

1:99 사회라고 할 만큼 심히 양극화된 사회다. 소수의 부자들(부자 계층)이 다수의 국민을 착취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서 착취란 말은 막연한 추측이나 추상적인 주장이나 감정적인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사실이고 경제학적인 분석이다. 어쩌다 임금을 떼어먹는 악덕 기업주 몇몇의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구조적 현상이다. 불법적으로만이 아니라 합법적으로도 진행되는 차원이다. 물론 이 현상은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문제이다. 지난 15년 동안의 우리 경제 통계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얼마나 우리 사회가 착취 구조 아래 있는지 말이다.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74%였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정부가 가져간 몫은 거의 제자리이다. 가계 소득은 70%에서 62%로 줄었다. 반면 기업소득은 17%에서 25%로 올랐다. 참고로 자영업자의 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무려 18%나 줄었다. 또 재벌 100 대 기업은 고용은 4%만 하는데 비해 나라 전체 순이익의 60%를 가져간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기형적인 현상을 볼 수 있다.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일반 시민들의 가계 수입은 계속 줄고 기업 특히 대기업(300인 이상 근무)이나 재벌기업의 이익은 계속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통계 수치는 한국사회 속에 깊이 스며있는 착취 구조를 보여준다.

그 착취구조를 열어보면 , 그 안에는 3가지 극심한 불평등 구조가 있다. 첫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평등 구조다. 둘째 원청과 하청 사이의 불평등 구조다. 셋째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불평등 구조다. 이 삼겹살 같은 불평등 구조를 통해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착취가 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불공정하고 야만적인 착취가 심화되고 굳어지면서 1:99라는 양극화 사회가 생긴 것이다. 화석처럼 굳은 사회.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조선은 바로 이런 착취구조를 가진 사회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선거를 통해 그리스도인은 누구를 심판해야 하겠는가? 무엇을 심판해야 할 것인가?

야고보서는 선명하게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시대, 착취구조가 만연된 나라에서 선거는 하늘의 뜻을 땅에 이루기 위한 좋은 기회다. 우리는 착취 구조 속에서 착취를 하는 사람들을 미워할 필요가 없다. 그들을 사랑하면서 착취구조를 청산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착취구조, 시스템을 우리는 미워한다. 그 구조와 시스템이 큰 문제요 악이다. 그것은 적그리스도적이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는 강력한 악이다. 이 구조적인 악은 북한의 수령주의적 전체주의 체제 못지않은 악이다. 착취구조가 엄존하는 한 CEO 자리에 누가 앉아도 착취를 피할 수 없다. 그 자리에 간디나 성 프란시스코가 앉아도 착취를 피할 수 없다. 강고한 구조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현대 세계의 특징 때문에 그렇다. 야고보서 말씀이 선포된 고대 시대와 현대는 완연히 다르다. 개인보다 사회의 구조적 힘이 막강하다.개인이 아무리 선해도, 사회구조적인 악이 깊으면 그 개인은 악을 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엄연히 있다.

그런데 총선과 대선을 앞 둔 현재 우리의 정치 지형에서 불의한 구조의 변혁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있는가?

그리스도인은 그런 정당이나 후보를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없다면 그런 후보나 정당을 키우거나 만드는 행위를 해야 하리라.장기적인 관점에서라도. 이것이 날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를 드리는 우리의 사명이다. 하늘의 뜻을 땅에서도 이루는 길이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와 투표 행위는 불의한 부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미리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를 위한 우리의 투표 행위는 구조적인 착취로 돌아가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길로 가야 한다. 저마다 정당한 제 몫을 공정하게 받아 누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는 구조적인 변혁을 위한 작업이라야 한다.  호주만 해도 대학 교수 임금과 그 학교 청소미화원 임금이 비슷하다(모든 대학이 다 그런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북유럽 국가들도 우리 사회보다 월등히 공정한 분배 사회를 이루고 산다. 재분배 이전에 원천적으로 분배의 공정성이 절실하다. 유럽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보다 더 높다. 이게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정 반대다. 비정규직 임금이 대략 정규직 임금의 절반이다.

마틴 루터는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취급했다. 그것은 루터를 중심으로 한 종교개혁운동의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은 중세 봉건사회를 허물고 자본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는 돈이 주인 노릇하는 시대를 뛰어넘어야 할 시대로서 야고보서 말씀이 대두되어야 한다. 야고보서는 성경 전체에 도도히 흐르는 맥락과 매우 일치한다. 오히려 루터의 칭의론이 편협했다. 루터의 편협한 칭의-구원론 갖고는 이 시대를 구원할 수 없다. 성경이 말하는 칭의론엔 '법정적 칭의론'만 있는 게 아니다. '관계적 칭의론'도 있다. 루터는 법정적 칭의론만 보았다. 야고보서는 관계적 칭의 -구원론을 가르치는 보고다. 야고보서는 예수를 믿음으로 얻는다는 칭의- 구원론을 완성하는 완결판이다.

야고보서 말씀을 따라 투표를 하려면 예수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그 마음을 품으려면 예수의 마음을 거스르는 요소들을 먼저 제거해야한다. 무엇보다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 구조 안에서 무조건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제거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성령의 도움을 받으며 그 욕심을 주님께 토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남을 착취해서라도 부자가 되고 싶은 탐욕을 마음에서부터 밀어내는 은총을 받지 않고서는 거룩한 투표(정치 행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이 은총을 사모하자.

김달성목사 (평안감리교회.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사람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