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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너머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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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3월 26일 (토) 23:39:29
최종편집 : 2016년 03월 27일 (일) 01:36:41 [조회수 :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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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는 오늘은 고(故) 박흥규 목사님의 기일이다. 꼭 3년 전 오늘(3월 26일), 그는 자신의 몸을 무겁게 짓누른 질병의 멍에를 벗었다. 더 이상 대면할 수 없게 되니 그 분의 무게감이 더 느껴진다. 나는 평소 박 목사님을 소개할 때에 ‘내 수호천사’라고 하면서, “수호천사가 아름다울 것이란 환상은 이제 버리라”고 덧붙였다.

  소천 하셨을 때가 고난주간 목요일이었는데, 올해 역시 고난주간에 기일을 맞았다. 해마다 가까운 후배들이 모여 추모한다. 첫 추모 때는 40여명이 푸른언덕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작년에는 예닐곱 명이 그가 평생 사랑하던 대관령 옛길 곁 무덤에 다녀왔다. 평소에 욕을 가장 많이 듣던 사람들이다. 장례식에도 호상 노릇을 했지만, 앞으로도 추모일 ‘지킴이’가 되어야 하리라는 마음이 든다. 내 수호천사와 했던 약속 때문이다.

  벌써 10년 전 쯤, 신촌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며 놀았다. 헤어지는 길에 강화 행 버스터미널까지 걸어서 동행하였다. 그가 급하게 올라탄 버스가 바로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미적거리며 지체하자, 그는 창 밖에 계속 서있던 내게 어서 가라며 몇 번씩 손사래를 쳤다. 물론 나는 떠나는 버스를 끝까지 서서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나중에 만났더니 무뚝뚝한 그가 이런 말로 고마워하였다. “네가 오래 동안 기다려주는 걸 보니 내 마지막 길은 네가 배웅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그렇게 뚝심 있게 사시더니 마지막 길은 조금 서두르셨다.

  박 목사님은 만 60세에 공상은퇴를 하셨다. 오랜 지병인 간경화 때문이었다. 그는 단골손님처럼 병원을 들락거렸고, 목회일선을 떠나 대관령 농막에서 농사를 지으며 제2의 인생을 살았다. 사실 평소에도 늘 흙을 만지며 살았으니, 제2의 인생이라고 의미를 붙일 일도 아니다. 그렇게 생의 고비를 넘고 또 넘기며 지낸 산(山) 생활이 어언 16년이었다.

  수호천사는 종종 대관령 농막에서 전화로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한 마디 쏘아 붙이고는 냉큼 끊는다. “이 놈아 왜 전화를 안 하냐?” 그제야 내 편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 5분 남짓 입씨름을 하면 그제서야 속이 풀어지고, 곧 익숙한 덕담을 하기 시작한다. 그 심술이 오래 마음에 남아있다.

  나중에 그는 또 변명을 하곤 하였다. “홀로 지내다보니 전화 온 것 까지 기록하게 되더라. 내가 초라해지는 걸까? 정리가 안 돼.” 꿋꿋이 ‘무 뚝뚝 스탠스’를 유지하던 수호천사는 기대와 달리 유난히 ‘외로움 표 노여움’을 잘 탔다. 물론 겉으로 태연한 척 했지만, 점점 늙고, 병이 깊어가니 더욱 외로워진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 한껏 사람을 그리워하였고, 남다르게 솔직히 마음을 표현하였다.

  그가 내게 보내준 메일에 이런 글이 있다. 제목은 ‘죽은 나무에서 꽃이 피다’이다. 그는 평생 홀로 사신 전도사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았다. 어머니의 열정을 내리 받아, 부지런한 생활 또한 몸에 밴 것이리라.

  “어머님의 생전에 기도생활을 하시는 노트를 가지고 사셨다. 해가 바뀌면 그 노트도 새로 바뀌었다. 평생 지인들을 위하여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하시는 모습은 늘 내게 가르침을 주셨다. 세상 떠나신지 오래 되셨지만 지금도 보면 기도 대상자와 강하고 끈질긴 소통을 위해 노력 하신 흔적이 선명하게 느낀다. 대관령 산 생활 12년 나는 어머님의 길을 따라 갔다.”

  그가 고난주간에 세상을 떠난 것은 마치 평생 붙들고 씨름했던 고난의 또 다른 의미를 가르쳐주려는 듯 느껴졌다. 나는 그를 통해 소박한 밥상을 배우고, 동아줄처럼 튼튼한 만남을 배우고, 기도를 배우고, 푸른 생명을 배웠다. 근 30년 동안 내게 수호천사처럼 곁을 지켜준 인정을 생각하면서 나 또한 누구가의 수호천사로 살아가고 있음을 비로소 느낀다. 죽은 자에 대한 성의표시처럼, 하물며 지금 내 곁에 살아있는 이들과 인정과 진심을 나누는 일은 또 얼마나 소중한가?

  먼저 떠난 그는 그런 관계 속에서 ‘죽음 너머’ 새로운 차원의 삶이 있음을 가르쳐준다. 바야흐로 생명으로 찬란한 부활의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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