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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 박문수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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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3월 21일 (월) 19:14:32
최종편집 : 2016년 03월 22일 (화) 14:16:03 [조회수 :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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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것은 컴퓨터로 다운을 받아 보거나, 어린이 만화를 보여주는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봅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영상물 시청이 극히 제약적이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책을 3권만 읽으면 각자 30분씩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도시생활 시절보다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긴 시골 생활이 규제가 적어 더 자유롭고 좋은 두 아이입니다.

  처음 이사를 와서 주어진 시간은 많고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우체부 뿐이었을 때 청소년 시절에 듣던 라디오가 생각이 났었습니다.  심심한 방학에 혹은 늦은 밤에 듣는 라디오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시골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집안일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보았습니다. 그런데  FM, AM 모두 돌려가며 주파수를 맞추어 보아도 청취가 가능한 것은 딱 하나, 국군방송 뿐이었습니다. 이유는 일대가 모두 군사지대라 전파통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텔레비전도 없고, 라디오 주파수는 잡히지 않고, 점점 심심해지기 시작하면서 저와 아이들은 팟캐스트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듣기 시작한 것이 ‘고전읽기’입니다. 아이들은 매일 고전읽기 팟캐스트를 틀고 듣습니다. EBS에서 운영하던 ‘고전읽기’가 어느 날 갑자기 폐지되자, 두 아나운서가 후원자를 모집해 팟캐스트로 방송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큰아이는 권진영 아나운서에게 SNS로 메시지를 보내 답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개방송 소식을 들으면 자기도 가고 싶다고 떼를 씁니다만 저로서는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입니다. 어쨌거나 나른한 시골의 낮 시간을, 그리고 긴 시골의 밤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방송입니다.

   ‘고전읽기’에서 가장 많이들은 것은 ‘오즈의 마법사’와 ‘오페라의 유령’,‘몽테크리스토 백작’등입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책을 읽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이야기를 듣기도 하면서 차이점을 찾아내고는 쫑알쫑알 제게 설명을 합니다. 요즘 큰아이가 무한반복하며 듣는 고전은 ‘박문수전’입니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고을마다 찾아다니며 백성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주고 탐관오리를 잡아내는 이야기가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지혜로운 박문수 덕에 많은 사람들이 억울함을 벗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실제 역사적 인물인 박문수는 경종 임금 3년에 장원급제 했고, 영조 3년인 1727년에 처음 암행어사로 발탁되었습니다. 두 차례 암행어사로 순찰을 다녔고, 이후 여러 관직을 거치는 동안 세금에 대한 상소를 가장 많이 한 관리였습니다. 백성들의 세금이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사용되지 못하고 양반들의 배를 채우고 있으니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백성의 편에서 건의를 하던 박문수는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두 차례의 유배생활을 하였습니다. 이후 65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영조 임금의 충신이었으며,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모든 암행어사의 본보기가 된 훌륭한 관리였습니다.

   박문수와 같은 분명한 방향성을 가진 관리들이 많이 있다면 백성들의 삶이 한결 나아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시 어머니의 출신성분으로 인해 죽기까지 정통성 문제로 시달림을 겪어야 했던 영조가 세금을 줄이고 신문고를 부활시키는 등의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데는 어진 관료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엄마 우리 동네에도 암행어사가 와요?”하고 작은 아이가 물어보고 빙긋 웃습니다.  저에게도 암행어사가 출두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억울함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암행어사가 출두하면 좋을 곳은 저의 밖이 아니라 마음속입니다. 저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시비들, 고민들, 갈등들을 마음속의 암행어사가 나타나 갈 바를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이리오너라!”하고 외치는 박문수의 외침을 아이들과 함께 사뭇 진지하게 들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언제라도 저와 동행하며 저의 안과 밖을 지키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마치 어사 박문수와 같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의 삶을 살피고 다듬어 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 참으로 든든한 일입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사실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보이는 것만 바라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더욱 기대하며 살아가는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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