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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7월 11일 (월) 00:00:00 [조회수 : 3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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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뜨거운 정열이 물러가고 산들바람과 함께 시작된 대학생활의 2학기는 10월 유신의 후유증으로 대학가의 분위기가 냉함과 긴장의 연속인 것은 ‘밀어 부쳐’에 자신을 얻은 혁명세력과 그들의 이성을 조금이나마 믿은 지성인들과의 사이에 커다란 웅덩이가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 일제에 항거하여 감옥에서 죽음을 눈 앞에 두고서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했던 초대 대통령도 벽에 똥칠 할 때까지 대통령을 하려다 망신만 당하고 외국으로 망명을 쫓겨 갔으며, 청렴 결백하다는 군부세력도 철모에 똥칠을 할 자세를 보이니 권력이란 인간을 망령 들게 하는 병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만이 선택된 집단으로 자부하며 실권을 장악한 독재세력에 항상 진리 만을 추구하는 것 같이 보이는 언론이나 대학도 이 세력을 막을 수가 없었으나, 단지 일용할 양식에 눈치만 보며 살아가듯이 보이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민 자신들만이 이 세력을 막을 수가 있는 것은 그들이 이들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에덴동산의 하와도 선택을 잘못하여 아담과 후손들의 운명을 죄의 속으로 몰아 넣게 되나 그녀의 선택에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세력이 주위에 작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간은 새로운 선택을 하기 위해 땀과 눈물 그리고 피가 요구되는 것이다.
영이는 정치의 추잡한 분위기로 자신의 방마저 어수선한 것 같아 애인이 조금 후에 도착한다는 기분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깨끗이 해 보니 한결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조그만 쓰레기 뭉치를 버리기 위해 대문을 나서니, 골목에는 삼돌엄마가 근심이 가득 찬 얼굴로 영이가 나타난 것도 알지 못하고 자신의 대문 앞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은 평소의 삼돌엄마가 아닌 것이다.
“언니, 무슨 일이 있나요?”
“아~ 영이구나, 머리가 좀 아파서….”
조심스럽게 묻는 영이의 말에 삼돌엄마는 정신을 차린 듯 약간 놀라며 대답을 하기에 영이는 삼돌엄마의 이마에 손을 대어 보니 약간의 미열이 있는 것이다.
“지금 몇 시고? 6시 10분 전. 영이야, 나 좀 보자.”
영이의 손을 잡은 삼돌엄마는 자기 집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영이의 방으로 가면서 속이 타는지 마당의 상수도에 받아 둔 물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잔뜩 마시면서 입가로 물이 흐르는 것도 상관을 않는다.
걱정이 된 영이는 옷장에 기대어 앉아 있는 삼돌엄마 앞으로 쥐포와 땅콩을 내 놓은 것은, 여자는 속이 타면 무엇인가를 씹어야 하는데 특히 삼돌엄마의 경우에는 더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예상대로 쥐포 두 마리를 먹고 나서야 말문을 연다.
“영이야! 세상에 오래 살다 보면 별일도 다 본다는 옛말이 맞데이. 내가 시집을 와 보니 시어머니가 담배를 태우시기에 일찍 과부가 되어서 외로워서 친구 삼은 것이라 생각을 하고 이해를 했는데, 독자 집안에 원호가 태어나자 담배가 신생아에게 해롭다는 것을 이웃사람에게 듣고서는 과감하게 끊더라. 그런 분이 한달 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기라. 거의 8년만의 일이데이. 게다가 밤에는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호랑호랑의 주문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달님을 보며 한숨만 쉬더라.
나는 걱정이 되어 삼돌아빠에게 나 모르게 어머니를 불편하게 해 드린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도리어 나보고 되물어 본다 아이가. 한 지붕 밑에 같이 살면서 상대가 고민이 있는데 말을 하지 않고 혼자서 속을 태우면 이처럼 답답한 일은 없데이. 남편이야 한 이불 속에서 자면서 딩굴다 보면 풀리지만 어른인 경우에는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는 기라. 특히 우리 시어머니기 말이 없는 것은 니도 잘 안다 아이가.”
삼돌엄마의 말대로 정말로 말이 없는 큼직한 할머니이셨다. 골목에서 세 손자가 즐겁게 노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쳐다보시고 이웃 할머니끼리 손자 자랑을 하여도 그저 자신은 싱긋이 웃으며 듣기만 하는 분인데, 단지 할머니의 말은 일주일에 2~3번, 초저녁에 다듬이 돌에 방망이를 두드리는 다듬질 소리 뿐이었다.
“일주일 전에 원호는 학교에 가고 준호와 삼돌이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는데 2층에서 시어머니가 내려 오시더니 쌈지에서 오래된 듯한 편지 한 통을 꺼내 나에게 주더라. 시어머니는 쉬운 한글도 잘 읽지를 못해서 신문도 잘 안 보시는데 나에게 읽어 달라는 줄 알고 큰 소리로 읽었지. 어떤 여자가 집을 나가 양공주 생활을 하다가 미군과 결혼을 하여 미국으로 갔는데, 집안의 망신이라 어머니에게 연락도 못 드리고 가서 미안하다며 자리를 잡는 대로 어머니를 모시겠다는 내용이더라.
또 하나의 편지를 주는데 새 것이야. 내용은 미국 남자와 살면서 애기가 없자 한국인이라 괄시를 하여 5년 전에 헤어졌는데 밤낮으로 일을 하여 이제 자리를 잡았으니, 어머니 그리고 결혼하여 아내와 자식까지 얻은 남동생을 미국으로 초청하니 이민을 와서 함께 살자는 내용이었어.
나는 웃으면서 ‘남의 편지를 왜 가지고 계십니까’ 하며 주인에게 편지를 돌려 드리라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나의 손을 잡더니 통곡을 하면서 ‘이 여자가 바로 자신의 딸이며 삼돌아버지의 누나라는 것이야.’ 억장이 무너지더라.”
삼돌엄마는 이야기 도중에 영이를 잡았던 손을 놓고 다시 쥐포를 입에 넣고 한숨을 쉬면서도 빠르게 씹기에 영이는 얼른 일어나 설합에서 쥐포와 땅콩을 있는 대로 다 내 놓은 것은 자신도 긴장이 되어 같이 씹어야 되기 때문이었다.
쥐포가 수북이 쌓였다 줄어들듯이 삼돌엄마의 가슴에 쌓인 수북한 사연이 흘러 나왔다. 첫 편지는 삼돌엄마와 삼돌아빠의 혼담이 오갈 때 받았는데, 삼돌아빠에게는 누나가 객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죽은 것으로 알고 있기에 출가외인이라 구태여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편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속 왔지만 봉투 채로 다 태워버렸다고 했으나 삼돌엄마가 부산에 살 때 미국에서 온 편지를 보곤 했는데 시어머니가 이사간 집의 편지라며 자신이 집을 알고 있으니 놀러 갈 때 갖다 준다며 품속에 넣곤 했는데 시어머니 이름이 공호순 인줄은 이번에야 알았다며 쓴 웃음을 짓는다.
“여자의 운명은 남편의 손에 딸린 것인데 나야, 이제 세 아들의 어미라 아무 상관도 없지만 시어머니 죽기 전에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우리 엄마의 아픈 상처를 또 한번 건드려야 하는 것이 제일 가슴이 아파.”
육체의 상처는 약을 발라 덮어두면 기껏해야 약간의 흉터만 남고 치유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위로를 받고 덮어두면 잊혀진 듯하지만 건드리면 다시 재발을 하는 법인데 우리 엄마의 아픈 상처라는 삼돌엄마의 말은 무슨 이야기인가?
삼돌엄마네 집안은 이북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온 가족으로 피난 온지 3년 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나 어머니가 열심히 장사를 하여 성공한 과부집안으로 알려 졌는데, 뒤늦게 어머니가 애인이 생겨 집안에 큰 풍파를 겪었다는 것이다. 애인은 삼돌 외삼촌의 친구 아버지인데 가정을 가진 분이 이중살림을 하게 된 것이기에 가족과 친척들이 갈라질 정도의 풍파를 겪은 끝에 양쪽 집안에서는 이 사실을 묵인하는 형태로 마무리를 지었으나 삼돌엄마의 결혼문제로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손가락질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삼돌 외할머니는 착하고 선한 딸이 자신의 남자문제로 중매에서 항상 걸림돌이 될 때마다 자식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기에 중매가 들어온 수십 건 속에서 모든 세상적인 면에서 제일 꼴찌인 삼돌아빠를 택하게 된 것은 성실을 생활신조로 삼고 성실하게 사는 남자라는 점이지만, 이 현명한 선택은 손가락질 하는 세상 사람들과 걸림돌에서 포기한 집안에 대한 반발일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런대 사돈이 문제의 딸이 있다는 사실을 속이고 혼인을 한 일은 삼돌이 외할머니의 묵은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라, 누나의 혼인에 발벗고 나섰던 남동생이 부산에 가서 오빠와 어머니에게 말씀을 잘 드렸으나, 화가 난 삼돌 외할머니가 사돈 머리채를 뽑겠다고 지금 서울로 오시는데 서울역에 도착한 남동생이 어머니가 홍능으로 바로 출발한다는 전화를 받고 불안하여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삼돌엄마의 집안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이도 자신의 집안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 놓고 언니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기에 놀라움으로 듣기만 하였는데 골목입구에서 외할머니를 마중 하기 위해 역으로 나간 원호를 기다리던 시키먼스가 주인을 찾았다는 소리가 들렸다.
영이는 2층의 주인집 아이들 방의 창문에서 삼돌 외할머니가 오는 것을 지켜 보았는데 언니의 말대로 양장차림에 손톱에 붉은 잉크도 묻혔고 최신 유행의 머리를 한 대단한 멋쟁이 할머니였다. 삼돌이 외삼촌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같이 온 외숙모에게 조카들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가게 하고는 삼돌아빠와 주택가의 큰 길로 같이 가는 것으로 보아 대포 한잔 하러 가는 것 같았다. 걱정이 된 영이는 2층에서 내려 와 빈 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버리는 척 하면서 삼돌네 대문에 귀를 바싹 기울였는데 부산할머니의 고함지르는 소리가 골목에 울리듯이 들린다.
- 가슴에 멍이든 나한테 이럴 수가 있소!
- 사돈, 지가 미쳐 집을 나가고 더 미쳐 화냥년이 되어 멀리 타국에 시집간 딸년에 대해 말하지 않은 나를 용서하소. 그러나 이미 젊을 때 집을 나갈 때부터 버린 년이라 생각 했소.
- 자식을 버렸으면 깨끗이 잊어야지, 왜 지금 와서 문제를 만드는기요?
- 사돈 말이 맞소. 이제 와서 내가 딸년이 부른다 하여 찾아가는 것은 호강하자는 것이 아니오. 그러나 사돈도 혼자 살아보아서 잘 알겠지만 먼 타국에서 남편과 헤어지고 부모형제를 그리워하며 혼자 사는 딸년의 상처 받은 마음을 풀어주고 싶소. 나 혼자 가라는 사돈의 이야기도 맞지만 삼돌아비도 잊었던 누나와의 정을 나누어야 하며 손자들의 장래도 그 곳이 낫다고 생각을 했소. 내가 사돈에게 빌면서 부탁하는 것은 나의 딸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하나뿐인 사돈의 딸을 멀리 데리고 간다는 사실이오. 사돈도 이제 며느리를 둘이나 보았으니 삼돌 엄마를 기쁘게 보내 주소.
- 사돈, 이미 네 딸은 출가외인이요. 사위나 사돈이 네 딸에게 잘 대해준 사실에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했소. 문제는 과부인 사돈과 과부인 나의 문제요. 사돈이 나를 얼마나 업신여겼기에 속였는가 생각하면 잠이 오지를 않는단 말이요.
- 사돈이 딸 결혼문제로 당한 고통은 이야기를 들어 잘 알고 있소. 솔직히 이야기 하리다. 딸이 집을 나가면서 돈을 벌어 동생 학비를 보내겠다는 글을 남기고 갔소. 3개월 후에 돈을 들고 잠깐 들린 딸의 머리채를 붙들고 뒷산에 올라가 실토할 때까지 마구 때렸소. 차라리 내가 모른 척 해야 될 일이었소.
치마를 붙들고 피눈물을 흘리며 용서해 달라는 딸년의 손을 더럽다고 뿌리치면서 다시는 식구들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며 돌아 선 것이 애미로서 옳은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며느리와 손자들을 보면서 느낀 일이요. 이미 집 나간 년이라고 용서를 해주지 않은 내가 잘못이었소. 사돈, 죽기 전에 딸에게 애미로서의 마지막 사랑을 심어주고 싶소. 그 때 딸년의 사실을 세상에 알렸으면 아무도 우리에게 딸을 줄 사람이 없었소. 용서하소.
침묵이 금인 삼돌 할머니가 젊을 때 집을 나가서 집안 망신을 시킨 딸을 위해 눈물로 호소를 하는데 진실을 말하면 모두들 돌을 던질 것이라 숨겼다는 말은 세상을 오래 산 사람은 이해를 할 수가 있는 사실이었고 평소에 입이 무거운 사람이 통곡을 하며 하는 말은 듣는 사람이 다 신용을 하는 것이다. 두 할머니 과부의 눈물소리가 다듬이질 소리를 대신하여 골목에 퍼지고, 한 잔의 술에 얼굴이 벌게진 처남과 매부는 이해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골목으로 들어오고, 남의 비밀을 훔쳐 들은 영이는 자신의 홀로 보금자리로 돌아섰다.
* * * * * *
“형제들이여, 오늘의 이야기 제목은 여호와의 유월절 입니다. 오늘 첫 발표자는 우리 동네에서 목욕탕을 하시면서 언제나 손님들의 등을 밀어주는 조진호 형제님 입니다.”
오늘 모임은 모처럼 철수 전도사가 사회를 맡았기에 무슨 중요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작이 되었다.
“전도사님이 목욕탕 선전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손님 중에서 등을 밀어 드리는 것은 남자분만 해당하오니 여자 분들은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단상에 서자마자 조진호 형제의 익살에 웃음과 많은 박수를 보내는 것은 실제적으로 남자들은 이 분에게 등을 다 맡겨본 증인이기 때문이다.
“저에게 주어진 과제는 목욕탕에서 때를 어떻게 밀어야 하는가를 설명하라는 것이 아니라 유월절에 대한 것입니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라합봉사대가 되어 그릇의 때를 열심히 밀어본 소감은 저에게는 사람의 때를 닦는 것이 더 쉬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유월절은 이스라엘의 3대 명절이며 제일 중요한 명절로 지켜져 왔기에 이스라엘의 역사는 유월절로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될 정도입니다.”
<모세가 바로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밤중에 내가 애굽 가운데로
들어가리니> (출애굽기 11장4절)
<이 달로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하고> (12장2절)
“특이한 것은 하루가 저녁부터 시작되는 천지창조처럼 밤중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과 하나님이 친히 행하시겠다는 말씀을 눈 여겨 잘 보아야 합니다. 이는 출애굽하는 달을 그 해 정월로 삼음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어두움에서 하나님의 빛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함인데 저희처럼 음력을 사용하는 민족이 먼 곳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을 바꾸어야 할 점은 흔히들 기독교는 서양종교라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동양종교라는 점입니다. 서양은 양성적인 태양문화, 동양은 음성적인 달 문화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태양문화는 피부가 검은 함민족이, 달 문화는 피부가 누런 셈민족이 기원이기에 피부가 흰 야벳 민족은 셈의 장막에 거해야 번영한다는 노아이 예언이 나온 듯 합니다. 저주를 받은 함민족의 태양숭배 사상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출발로 로마까지 이어졌기에 기독교도 상당한 부분에 오염이 되어 있습니다.”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의 거하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12장13절)
“이 구절은 종말론의 서곡이므로 우리가 꼭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합니다. 유월절은 ‘넘어간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여호와께서 애굽을 10번째 재앙으로 심판 하시던 날, 죽음의 천사가 이스라엘 민족의 집은 그냥 지나쳐 넘어간 사건에서 유래된 절기입니다. 무엇을 넘어 가는가? 피의 표적 즉 일년에 제일 달이 밝은 날 밤에 집의 문설주와 인방(引枋)에 발린 양의 피입니다.
제가 어릴 때의 공중목욕탕은 남탕과 여탕사이의 담벽 위에는 서로 통하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은 물자가 귀한 시절이라 가족끼리 비누와 수건을 서로 번갈라 써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새 농구 경기를 보면 센터에게 농구공을 주기 위해 수비수의 머리위로 오버 패스 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 형제는 목욕탕 주인답게 목욕탕의 비유를 들어가며 설명을 시작을 하였는데, 사실 영이도 동네 목욕탕에서 짓궂은 청년들이 남탕에서 턱걸이로 여탕을 넘볼 때 여인들이 뜨거운 물세례를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웃음이 나왔다.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내가 이 피를
너희에게 주어 단에 뿌려 너희의 생명을 위하여 속하게 하였나니 생명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
(레위기17장11절)
“피가 무엇을 의미 합니까? 인간은 피를 너무 많아 흘리면 죽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 즉 보혈은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기에 기독교는 피의 종교입니다. 이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이 구절은 피제사의 원리를 핵심적으로 시사하는 성경구절이며 이에 대한 상세한 해석이 히브리서9장 11~22 절입니다. 이 구절에서 잘 이해 해야 하는 부분이 ‘속하게 하였나니....속하느니라’는 말이죠. 이 말은 ‘덮다’라는 뜻입니다. 즉 피로 죄를 덮어 생명으로 하여금 멸망하지 않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라합동산의 삼위일체로 설명하면 생명의 피는 복을 의미하며 속하게 한다는 세상에서 우리의 죄를 덮어주시겠다 즉 분리한다는 거룩이며 죽은 생명을 살려 영생케 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질문이 있나 봅니다. 할머님, 말씀해 주십시오.”
노인 성경대학 총무인 피천수 할머니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겨울 밤이 제일 긴 동짓날에 액운을 막는다며 온 집안에 붉은 동지 팥죽을 뿌리는 우리의 민속적 예식과 유월절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영이도 어릴 때 어머니가 붉은 팥죽을 끓여 집의 문과 방의 문 그리고 온 집안에다 ‘훗세~,잡귀신 물러가라’ 하며 팥죽을 뿌리고 새알심을 나이 만큼 먹었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이다.
“이 질문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도사님은 ….”
수요열린모임은 즉흥적인 발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노력을 한다. 한 달 전에 발표자에게 숙제가 주어져 개인 공부가 시작되며 일주일 전에는 라합식당에서 2시간을 봉사한 후에 한 시간은 실전연습을 하는데 철수 전도사는 무대감독이며 발표자는 배우인 셈이다. 제일 신경을 쓰는 것은 배우는 각본대로 열심히 하면 되나 열린모임은 듣는 자도 참석을 해야 한다는 철수 전도사의 취지에 따라 수요발표자는 성도들의 예상 질문까지 준비를 해야 했다. 특히 돌발적인 주애자의 질문은 항상 염두에 두게 된다. 조 형제는 옆에 앉아있는 철수 전도사를 바라보며 응원을 청하자 전도사는 얼른 일어난다.
“누구나 궁금해 하는 질문입니다. 이 민속예식은 분명히 악귀를 쫓는 행위입니다. 붉은 팥죽, 부적의 붉은 글씨, 문설주의 붉은 피를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드나 중요한 부분이 다릅니다. 문설주의 피는 생명을 죽여야 하는 제물이나 팥죽은 생명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가인과 아벨의 제사에서 잘 보여 줍니다.
중요한 차이점은 하늘에서 징벌을 하는 자가 선과 악이라는 대조를 보이며 보호를 받는 자가 팥죽을 정성스럽게 끓이는 행위로 보호를 받는 반면 피의 보호를 받는 자는 자신이 죄인이라고 믿는 자라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민속놀이가 민속신앙이 되어버리면 조상들의 순수한 맛까지 잃게 되므로 주의를 해야 합니다. 기독교에서도 예수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가 헬라의 태양신 민속신앙과 섞이어 이상한 형태로 변해 있습니다. 이제 조금 더 진행을 하여 오늘의 모임이 끝나는 시간에는 팥죽과 피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리라 생각을 합니다.”
비슷하게 느껴지나 근본정신은 다르다는 전도사의 설명에 성도들은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것 같았다.
<허물의 사함을 받고 그 죄의 가리움을 받은 자는 복이 있도다 마음에 간사가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치 않는 자는 복이 있도다> (시편32장1~2절)
“동짓날 팥죽을 먹던 추억에 이야기가 잠시 중단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민속적인 행사니 맛있는 양식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리고 팥죽을 자시기 바랍니다. 이 구절은 출애굽이 기원전 1446년 경인데 500년 후에, 이스라엘 최대의 왕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를 범하는 죄를 짓고 회개한 후 지은 회개의 시(詩) 입니다.
<불법을
사하심을 받고 그 죄를 가리우심을 받는 자는 복이 있고 주께서 그 죄를 인정치 아니 하실 사람은 복이 있도다>
(로마서 4장 7~8절)
“1000년 후에 신약시대의 최고의 선교사요, 신학자인 회심한 사도 바울이 로마 성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일한 것이 없이 하나님께 의로 여기심을 받는 사람의 행복에 대하여 다윗 왕의 회개의 시를 예를 들면서 헬라 말로 설명하는 것 입니다.
우리말로 상세히 풀어보면 ‘불법’은 죄 인줄 알고도 범한 죄이고 ‘사하심’은 깨끗이 제거함을 말 합니다. 죄는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즉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상태의 죄이고 ‘가리우심’은 보이지 않게 덮어 버림을 말합니다. 8절의 죄는 마음이 구부러져 마땅해 행할 길을 벗어난 윤리적인 죄를 말하고 ‘인정치 아니하심’은 아예 죄라고 여기지 아니 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죄 사함은 완전하여 죄 그 자체를 그 냄새조차 안 나게 치워버리고 덮어버리는 것이며 끝까지 죄로 간주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요1:29)
“이 말 또한 다윗 왕으로부터 1000년 후에 세례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예수님을 보시고 하는 말입니다. 유월절의 어린 양이 예수요, 그가 십자가에서 흘린 피가 유월절의 어린 양의 피의 완성인 것입니다. 세상의 죄는 오직 예수의 피만이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유월절의 죄 사함의 정신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표현은 약간 다르나 기본정신은 그대로 이어져 나감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목욕탕에서는 육신의 때를 벗기고 교회에선 영혼의 때를 벗기자는 말들을 합니다. 예수님의 보혈은 육신과 영혼의 때[죄]를 다 씻어 주십니다. 육신의 때를 벗기기 위해 목욕탕에 매일 오시는 분들이 있어 저를 즐겁게 하지만 자신의 등의 때는 자신이 씻을 수 없습니다. 목욕탕에서 낯선 자들끼리 서로 등을 밀어 주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우리 서로 사랑하며 모든 죄를 사해주시는 예수님의 보혈을 믿으며 이 세상을 살아 갑시다.”
고개를 깊이 숙이고 인사하는 목욕탕 아저씨에게 그 동안 등을 밀어 준 고마움과 말씀에 우렁찬 박수를 보내
주었으며 영이도 동감하여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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