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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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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3월 13일 (일) 23:50:09 [조회수 : 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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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스물다섯 살이야 반오십을 살았어. 이뤄놓은 건 없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고 군대를 다녀왔을 뿐인데. 난 어른이란 이름이 무겁게만 느껴져. 어린애들은 벌써 날보고 아저씨래. 누구는 좋은 직장을 갖고 차를 몰고 다니네, 나는 백수 뚜벅인데. 이제는 걔들이 잘난 건지 내가 부족한 건지 가늠하는 것도 지쳤어. 왜 세상은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까. 나는 가만히 멈춰서 발길을 돌렸어. 내 인생은 나름 열심히 달려왔어. 부끄럽지 않게 남부럽지 않게 노력해 살아왔어. 그 어떤 말로 나를 위로 할 순 없어. 그건 말로 이뤄질 순 없잖아. 그냥 랄랄라 랄랄라 노래나 부를래.

   소중한 사람이 멀어지네 사랑이 떠나가네. 나는 여기 그대론데. 이제는 밥도 혼자서 먹고 말수도 적어지고 되는 일도 점점 없어져.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살고 있는 게 아니야. 난 누구보다 나를 더 사랑해야해. 내 인생은 나름 열심히 달려왔어. 부끄럽지 않게 남부럽지 않게 노력해 살아왔어. 그 어떤 말로 나를 위로할 순 없어. 그건 말로 이뤄질 순 없잖아. 그냥 랄랄라 랄랄라 노래나 부를래. 사실은 난 지금 무너질 것만 같아. 누가 좀 나를 위로해줘. 누구든 상관없어. 그냥 날 안아줘.

   저희 교회에 나오는 군인 청년이 쓴 노래의 가사입니다. 작곡을 하는 청년이라 가끔 자신이 만든 노래를 교회에서 불러줍니다. 위의 노래는 ‘반오십’이라는 제목의 노래인데, 자신의 나이인 스물다섯을 오십(쉰)의 절반이라고 표현하여 만든 제목입니다. 이제 제대를 앞두고 돌아보니 나이는 스물다섯인데 이뤄놓은 것은 없고 앞길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쏟아낼 수 있는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으니 감사할 일입니다. 작곡도 썩 괜찮아서 제가 동영상을 녹화하여 SNS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학업, 진학, 취업 경쟁 속에서 팍팍한 인생을 살아가는 스물다섯의 청년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보는 제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부끄럽지 않게 남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뒤 돌아 보면 눈에 차게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저는 혼자인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여유롭고 차분해 보인다는 평을 듣곤 하지만, 실제 제 마음 속은 물 위를 떠다니는 백조와 같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여유롭지만 그 속내는 두 다리로 끝없이 물을 차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겨운 모습입니다.

   “홍선생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참고 일하니까”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저는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자기실현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나 봅니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지칩니다. 세상 속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물을 던지기 위해서 일한다고 믿는다면 훨씬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고, 자신이 하는 노동에 기쁨이 살아 있다면 그것은 큰 행운입니다. 의미와 가치를 쫒아 살아간다고 스스로 확신한다면 어려움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칼럼에 등장하는 여러 사회적인 이슈들이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들을 보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극히 미시적인 삶, 일터에서의 노동과 먹고 사는 일의 문제들이 날마다 닥쳐옵니다. 제 사소한 삶을 걱정하다가 사회적인 문제들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생각하다가 내 가족의 삶을 살뜰히 챙기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합니다.
  
    살아가면서 미안할 일도 어려운 일도 수없이 많습니다. 결론은 ‘작은 문제에 충실하게 임하지 않고서는 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다.’입니다. 작은 문제를 쉽게 지나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기 위한 인내를 품는다면 큰 문제 앞에서도 미안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위대한 영성의 소유자가 되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 한 곳을 밝히는 작은 빛, 갈증을 풀어주는 한 모금의 물이 된다면, 그 작은 불 밝힘과 해갈이 모여 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작은 문제를 던져주는 우리들의 일터, 우리들의 노동은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터에서 온전한 한 존재로 자리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어린 자녀와 늙은 부모의 안녕을 위해 애쓰며, 그 모든 어려움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 기도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엄두도 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도 맘처럼 되지 않아 마음이 부대끼는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 자신을 응원합니다. 오늘 하루 그만 포기하고 싶은 사소한 문제를 진지하게 숙려하며 믿음의 발걸음을 놓치지 않는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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