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십자가 친구들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6년 03월 12일 (토) 22:06:28 [조회수 : 1675]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세계의 십자가 전을 처음 연 것은 꼭 11년 전 사순절 기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반응이었다. 모든 중앙일간지 컬러 면에 기사가 나갔다. 신문마다 반향이 크니 이튿날부터 줄줄이 지상파 TV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십자가 12개 컷을 슬라이드로 올려주니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

  우리 사회가 십자가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미처 몰랐다. 나는 댓글을 읽어보고 크게 흥분도 하고, 또 적잖이 실망하였다. 절반은 “대단해요”, “십자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등 감탄사인데, 나머지 절반쯤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힐난과 트집이었다. 그때 배웠고, 또 깨달았다. 십자가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진실한 십자가의 길을 가는 교회, 십자가의 고난을 짊어지는 나 자신의 모습을 자랑해야겠더라.

  십자가를 수집하고, 또 공부하면서 많은 십자가 친구들을 만났다. 십자가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은 물론, 십자가 문화를 나누려는 사람들과 동역하는 일은 큰 즐거움이다.

  가장 처음 만난 사람은 이해은 작가이다. 2005년 2월, 그에게 ‘조각보 십자가’를 주문하면서 관계를 맺은 사이이다. 그의 솜씨 중 사실 십자가는 맛 배기일 뿐이다. 그는 궁중 한복을 짓는 전문가로, 지금은 한지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한다. 대학에서는 전통과 현대풍의 장신구에 대해 가르친다. 재작년에는 일곱 가지 대형 교회력배너를 제작했는데, 가히 성물로 불릴만 하다. 꼬박 일 년 프로젝트로 완성했으니 그이의 대표적인 바느질 작품목록에 들 것이다.

  권산 작가는 날마다 십자가를 포착하기 위해 산다. 작년에 거리의 십자가를 소재로 개인사진전을 열기도 하였다. 주제가 ‘언제 어디서나 숨 쉬는 십자가’였다. 그는 5년 전에, 불쑥 색동교회로 찾아와 처음 만났는데, 외모에서 풍기는 낯설음과 달리 매우 섬세한 속마음을 가졌다. 무엇보다 그가 사진에 붙이는 짧은 글들은 영감의 거미줄처럼 눈부시다. 작가는 거리, 광장, 골목, 하늘, 나무와 숲, 시위현장, 다리 아래, 도랑 속, 도시 풍경에서 날마다 십자가를 찾고 있다.

  김명원 목장(木匠)은 목수인생 40년이다. 내게 만만한 십자가 파트너가 되어 준 일은 홍복(洪福)이 아닐 수 없다. 십자가 제작에 까탈스러운 내게 전적으로 마음을 맞춰주는 거의 유일한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천성적인 그의 겸손함과 평생 ‘을’(乙)의 입장에서 살아 온 삶의 이력이 가난한 마음을 지니게 한 듯하다. 때로는 값을 후려치고, 때론 여유있게 보상하면서 십자가의 길에서 동행이 되었다. 평생 가난한 목수인생이지만, 나무욕심 만큼은 큰 부자이다.

  김영득 권사는 1인사업장인 ‘기쁨나눔공방’의 대표이다. 십자가를 사랑하는 열심이 그를 십자가의 세계로 이끌었다. 첫 목회지 문수산성교회에서 만난 학생이었는데, 돌아가신 그의 외할머니가 믿음의 뿌리이다. 고등부 시절부터 내 비서역할을 톡톡히 한 김 군은 주일 아침마다 십 여리 밖 면소재지에 나가 주보복사 하는 일, 하교 길에 교회에 들러 안팎으로 청소하는 일, 교회학교 어린이를 돌보는 일 등 모두 자발적으로 수고해 주었다. 유난한 십자가 사랑에 감동해 ‘손 십자가’를 디자인해 선물하였는데, 이젠 공방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십자가 덕분에 만나고, 사귄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다. 첫 전시회에 두 번이나 찾아와 진가를 발견해준 국민일보 염성덕 부국장은 지난 11년 동안 강력한 후원자였다. 십자가 액자를 도맡아 만들고 전시회 준비 때마다 손발 역할을 하는 이정섭 화백은 둘도 없는 동지다. 본부 시절부터 내 디자인 작업을 코디해준 하헌철 실장, 신축한 고촌감리교회의 아랫목 같은 공간을 전시실로 내준 박정훈 목사, 10년 넘게 십자가 책을 만들고 자랑해준 도서출판 KMC, 성안당, 신앙과지성사는 고마운 십자가 친구들이다.
 
  게다가 온 세상, 방방곡곡, 너르고 고른 수집을 위해 ‘내 심정’이 되어 십자가를 찾아 발품을 팔아준 친구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그런 십자가의 은혜로 나는 지금 십자가 기획자가 된 셈이다.

  11년 전부터 해마다 되풀이하는 일이지만, 올해도 사순절 십자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 365일 상설전시장인 고촌감리교회 크로스 갤러리에서는 ‘십자가, 하나님의 너른 품’이란 주제로, 그리고 지난 주 부터 과천소망교회(3.5-20), 평창중앙교회(3.21-4.3), 창원기쁨의교회(4.6-5.6)에서 ‘세계의 십자가 전’이 연달아 진행 중이다. 십자가와 더불어 참 과분한 평화를 누리며 산다.

 

송병구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80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