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에 대해서는 소득과 구제(救濟)에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웨슬리의 연소득이 30파운드였을 때 그는 2파운드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남은 28파운드로 일 년 생활비를 삼았다고 한다. 지금에야 채 6만원도 안 되는 액수지만 웨슬리 시절에만 해도 30파운드는 독신남자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액수였다.

그 다음해 웨슬리의 소득은 60파운드로 두 배 늘었다. 소득이 두 배로 늘었으니 마음씨 좋은 웨슬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었던 돈 역시 두 배로 늘려 4파운드를 나누어주었을까? 아니다. 여기서부터 구제(救濟)에 관한 웨슬리의 이상한 셈법이 등장한다. 그는 4파운드를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나머지 36파운드로 일 년을 산 것이 아니었다.

웨슬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28파운드로 생활하고 나머지 32파운드를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수입이 90파운드로 늘었을 때 역시 웨슬리는 생활비로 28파운드를 쓰고 나머지 전부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 네 번째 해 이제는 수입이 120파운드로 늘었지만 역시 그는 28파운드만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전부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

우리의 삶에 가장 치명적인 유혹은 돈의 유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모임들이 그리도 쉽게 돈에 넘어지고 병드는지 우리는 지나치게 자주 발견하고 만다. 그러니 신앙의 이름 아래 행하는 모든 결단 중에서도 돈에 대한 결단은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돈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 웨슬리는 의미심장한 기준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웨슬리는 말한다. 돈을 사용할 때 중요한 기준은 다른 사람을 위해 얼마를 쓰는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얼마를 쓰는가라고. 돈과 관련해 일생을 두고 결심할 것은 타인을 위해 얼마 이상을 쓰겠다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얼마 이상은 쓰지 않겠다는 결심이라고.

“나는 주머니가 회개하지 않는 사람의 회개를 믿을 수 없다.”

돈에 관한 한 이처럼 자신에게 철저했던 웨슬리이기에 그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목사였다. 그는 소득이 1,400파운드가 넘었을 때에도 역시 30파운드로 살았다고 한다. 그는 단 한 번도 100파운드 이상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고 기록했다. 71세 때 웨슬리는 이런 말도 남겼다.

“내가 만일 10파운드를 내 뒤에 남겨 놓고 죽는다면 당신과 모든 인류는 나를 대적하여 나는 도둑과 강도처럼 살고 죽었다는 증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과연 그의 삶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음이 증명되었다. 웨슬리는 뛰어난 신학을 전개하지도 않았고, 엄청난 설교를 베풀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영국 산업혁명의 어두운 그림자였던 비참한 노동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마약과도 같은 값싼 위로를 전하지도 않았고 부자들에게 환영 받는 타락한 영적 지도자가 되지도 않았다. 그는 언제나 날카롭게 돈을 비판했고 그 기조를 끝내 놓치지 않았다. 그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영적 감동을 주고 심지어 개신교의 중요한 한 종파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그의 결단과 태도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돈에 대한 웨슬리의 태도를 지금 다시 곱씹을 필요가 있다. 결국 돈에 대한 신앙의 결단에 있어 결정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일 것이다. 평생 남을 위해 얼마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평생 나를 위해 얼마를 쓸 것인가의 결정, 남을 위해 많이 쓰겠다가 아니라 나를 위해 적게 쓰겠다는 결단, 바로 이런 종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