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교사 한분이 주일예배에 나왔다. 마침 그날은 첫 번째 주일이라 성만찬이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성찬을 받은 방과후학교 교사가 자기 자리에 돌아간 후 눈물을 흘리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혹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게 아닌가 하여 예배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성찬이라 감격스러워 그랬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릴 때 다녔던 교회는 어린이나 세례 받지 않는 교인에게 성찬을 주지 않았고 성인이 된 후 그 교회를 떠났기에 성찬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약 5개월 후 방과후학교 교사에게 세례를 받았냐고 물었더니 아직 받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세례를 받지 않겠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받겠다고 응답했다. 세례자 교육과정을 다 마치고 세례 받는 날 방과후학교 교사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 교사가 눈물로 받은 성만찬과 세례는 필자에게 성례전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성 어거스틴은 성례전을 “보이지 않는 본질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고, 이와 유사하게 요한 웨슬리도 성례전을 “내적인 은혜의 외적인 표시”라고 말했다. 즉 성례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게하는 신비로운 수단이라는 것이다. 성만찬의 떡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나타내는 외적인 표시이고 세례의 물은 성령의 내적 씻음을 외적으로 나타내는 표시다. 일곱 가지 성사로 구성된 가톨릭의 성례전과 달리 개신교는 세례와 성만찬만을 성례전으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세례와 성만찬만이 그리스도께서 직접 제정하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언자 이사야는 바벨론 유배 자들의 귀환을 하나님의 만찬으로 초대받는 성례전으로 묘사하고 있다: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어서 물로 나오너라. 돈이 없는 사람도 오너라. 너희는 와서 서서 먹되, 돈도 내지 말고 값도 지불하지 말고 포도주와 젖을 사거라”(이사야 55:1, 새번역). 하나님의 은혜는 세상(바벨론 제국)의 경제논리와 달리 거저 주시는 선물이다. 이사야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를(포로귀환)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을 볼 수 있는 물, 포도주, 우유, 빵으로 묘사하고 있다.

연합감리교회는 어린이나 세례 받지 않는 교인이나 또는 교인이 아닌 분들에게도 성찬을 베푼다. 하나님의 은혜는 모든 사람에게 거저 주어진 선물이라는 연합감리교회의 신학이 담겨있다(연합감리교회 예배서 29쪽 참조). 성만찬은 교단의 것도 개교회의 것도 아니라 인종, 성, 나이 등 세상의 모든 장벽을 넘어 풍성히 베푸시는 주님의 만찬이라는 신앙고백도 담겨 있다. 따라서 연합감리교회에서는 예배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이 성찬을 받는다. 또한 연합감리교회는 유아세례를 베푼다. 성만찬과 같은 의미로 유아세례는 하나님의 은혜에 유아와 어린이를 제외하지 않는다는 신학에 근거하고 있다.

성례전은 무미건조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다. 부활한 예수와 함께 성만찬을 나눌 때 눈이 열리고 마음의 뜨거워짐을 경험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처럼 성례전을 통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누가복음 24:28-35). 성례전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본 하늘의 은혜와 사랑을 이웃과 풍성히 나누는 거룩한 삶이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