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옆에서 쉬고 있는 망얀족 노인들

호롱불조차도 없는 산속의 밤은 저녁 6시만 되면 칠흑같이 어둡지만, 하늘엔 선명한 은하수와 함께 별들의 잔치가 시작되지요. 야자수 숲 위로 펼쳐진 까만 하늘에 수놓인 찬란한 아름다운 별들은 노년의 가슴도 설레게 합니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뒹굴다 잠이 들 때쯤 되니 이젠 개들 짖는 소리로 잠을 이룰 수가 없군요. 경비견 겸 사육견으로 기르는 열대여섯 마리의 이웃집 개들이 자기들 세상이 돌아 온 것처럼 밤새도록 짖어 댑니다. 늦은 밤 산마을로 올라가는 마을 사람들의 발걸음에 놀란 모양입니다. 그러나 개들이 꼭 성가신 존재만은 아닙니다. 만일 밤새도록 적막하고 컴컴하기만 하다면 한적한 산속에서 더욱 긴장하게 됩니다.

이곳에 개를 기르지 않았던 수년 전, k선교사는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밤에 갑자기 강도가 들이닥쳐 총을 쏘는 바람에 총에 맞아 죽을 뻔 하였지요. 마침 미리 준비해 둔 권총으로 재빨리 숨어서 대응사격을 하였더니 강도들이 상대편도 총이 있다는 걸 알고 그냥 가더랍니다. 또 한 번은 그분이 시내 볼일 보러 갔다가 밤늦게 차를 몰고 산 쪽으로 올라오기 위하여 하천바닥 길을 지나는 데 갑자기 어둠속에서 강도들이 칼을 들고 나타나 차를 세웠습니다. 돈을 달라하여 지갑 채 모두 꺼내 주니, 땅바닥에 엎드리게 하고는 그들의 몸에 차고 다니던 장검을 빼서 등허리를 세계 후려치고 달아났답니다. 신음하며 등허리를 만져보니 뭔가 뜨거운 물이 흐르는 것 같아, 온 힘을 다하여 비틀거리며 간신히 집 앞에까지 와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처남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후송하였답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조금만 늦었어도 과다출혈로 큰일 치를 뻔 했다는군요. 그분을 치료하다 보면, 지금도 등허리에 척추를 가로질러 난 큰 흉터를 보게 되고, 그 때의 아찔한 순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 볼일을 마치고 마을로 올라 가는 칼을 찬 망얀족 노인

산족들은 비록 가난할지언정, 자연처럼 꾸밈없이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입니다. 강도짓을 하는 사람들은 도시의 건달들이지요. 코브라와 같은 독사, 댕기모기가 몹시 위험하지만, 못지않게 위험한 것은 사람의 목숨을 단숨에 앗아갈 수 있는 떼강도들입니다. 올 해만 해도 내가 머무는 루손 섬 까비떼 주에서만도 세 명의 한국인이 원인모를 살해를 당했습니다. 또한 필리핀뿐만 아니라 미국의 총기난사사고로 사망하는 숫자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더 많다니, 미국도 안전한 곳만은 아니지요. 경제가 어려워지고 인심이 흉흉해 지면 더 많은 범죄가 세상에 난무할 것이니, 정책입안자들과 부자들은 부의 재분배를 통하여 국민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부활 하신 주님의 당부였습니다<요21:15-17>.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이 거룩한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 기도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부족하고 미약하지만, 성령의 도우심에 의지하여,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분들을 위해 작은 발걸음을 내 딛습니다. 열악한 환경이 이방인에게 좀 위험하기도 하지만,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평안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절박한 상황에서 힘이 되어 주시는 보호자이시요, 구세주이십니다.

“여호와께서 그를 황무지에서, 짐승의 부르짖는 광야에서 만나시고 호위하시며 보호하시며 자기 눈동자같이 지키셨도다”(신3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