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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 거룩한 시간순례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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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2월 21일 (일) 01:08:26 [조회수 :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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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사순절(四旬節)이다. 사순절을 지나면서 겨울은 새봄을 향하고, 온 세상은 부활의 기지개를 활짝 켤 것이다. 사순절은 전통적인 경건절기이다. 그런 까닭에 너나없이 무엇무엇 ‘하지 않기’를 강조한다. 물론 ‘하지 않기’보다 ‘더 잘하기’를 선택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예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 순례를 통해 절제와 경건생활로 육신과 영혼을 맑고 참되게 하였다. 이러한 생활은 참회와 금욕, 기도와 구제 등 신앙훈련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면서 부활을 준비하려는 모습이다.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경건은 은인자중하지 않는다. ‘경건한 자’(시 4:3)는 이익 앞에서 하나님의 공의를 생각하는 사람이며, 올바른 일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이다.

  예수님은 산상설교에서 전통적인 율법의 의무인 ‘구제, 기도, 금식’(마 6:1-18)을 가르치시면서, 다만 ‘사람에게 보이려는 형식적 태도’를 주의하도록 경계하신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이라면 사순절을 맞아 평소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경건생활을 다짐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현대인이 즐겨 선택하는 경건방식에는 ‘침묵, 절제, 금식’이 있다.

  ‘침묵’은 단순히 말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옛 부터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바로 침묵이었다. 침묵은 자신의 몸을 오로지 하나님의 마음으로 채우는 그릇이 되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침묵이 실종되었다. 대표적인 주범이 스마트 폰이다. 저마다 손 안의 컴퓨터를 움켜쥐면서부터, 고요한 평화를 놓쳐버렸다.

  ‘절제’는 평소 습관을 바꾸어 남 다른 선택을 하는 일이다. 매번 실패하면서도 자주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일과 비교할 수 있다. 사순절에는 작심하듯 ‘과욕’, ‘과식’, ‘과용’(소비), ‘과오락’ 등 모든 ‘지나침’(過)을 끊는 훈련을 한다. 환경운동 차원에서도 사순절에는 ‘리모콘 금식’, ‘종이 금식’, ‘소비금식’, ‘탄소 금식’ 등을 권장하고 있다.

  ‘금식’은 모든 절제 중의 절제에 속한다. 금식행위는 우리의 몸과 영혼이 연결되어있음을 깨닫고, 주님께 몸과 영을 의탁함으로써 우리의 영성 안에서 몸의 자리를 회복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비록 온전한 금식은 못하지만 간단히 하는 사순절 저녁식사를 ‘콜레이션’(collation)이라고 부르는 전통이 있다. 서양에서는 평소에도 금요일 저녁만큼은 육식을 피하고, 소박한 저녁식사 전통을 지킨다.

  경건훈련은 마음먹는다고 저절로 되지 않는다. 늘 유혹이 뒤 따르고, 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유혹은 시작된다. 시인 문태준은 이렇게 말한다.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마음의 유혹은 가장 간절하다. 이런 흔들림 속에서 사순절은 ‘고난주간’을 거쳐 부활을 향한다. 사순절을 경건하게 지키려고 한 사람에게 부활의 감격은 훨씬 클 것이 자명하다.

  그런 사람은 마치 예수님을 등에 태우고 종려나무 행진에 참여한 나귀가 누린 자부심과 같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이 시작하는 종려주일의 주인공은 나귀였다. 나귀에게는 건장한 어깨 사이 가슴 부분에 독특한 검은 무늬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예수님을 겸손하게 섬겼던 나귀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겼다. 나귀에게 부여된 명예로운 십자가 표식인 것이다.

  초대교회 교부 암브로시우스는 나귀를 겸손한 인간으로 비유하였다. “하나님의 가축에게서 그리스도를 태우는 기술을 배우라. 나가서 배우라. 그리스도에게 네 영혼의 등을 내민 사실을, 그리스도 밑에 있고 세상 위에 서는 것을 배우라.” 무엇보다 보잘 것 없는 나귀를 선택한 것은 하나님의 방법이었다.

  이렇듯 사순절은 주님과 동행하면서 그런 경건행진을 하는 ‘아픔과 희망’의 절기이다. 40일 동안 하루하루 대속의 은총에 감사하고, 의로운 삶을 결단하는 사람, 그것은 믿음의 순례자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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