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굿판이 벌어졌다. 지난 1월 29일,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벌어진 굿판은 재수굿이었다.이는 본래 집안의 안녕과 재물복,가족의  건강과 자손의 번성, 생업의 번창 등을 기원하는 굿이다. 국회 굿판은 국가를 큰 집안으로 보고 벌인 굿이다. 그날 굿판만 벌어지지 않았다. 굿에 이어 '제 2회 병신년 합동 국운 발표회'도 있었다. 굿을 포함한 이 발표회는 새누리당 종교위원회와 손잡고 한국역술인협회가 주최한 행사라고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교계의 반응이 즉각 나왔다. 한국교회언론회와 한국교회연합은 대표적이다. 두 단체는 집권 여당이 무속단체와 함께 국회에서 굿판을 벌인 일에 대해 통탄하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회(제헌국회)는 본래  기독교식으로 기도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국회 굿판에 대한 논란을 보며 나는 국가조찬기도회를 떠올렸다.국회 굿판과  국가조찬기도회는 무엇이 다른가? 둘이 닮은 점은 없는가.국가조찬기도회가 국회 굿판보다 더 나은 점은 무엇인가.   물론 둘은 형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내용은 어떤가?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샤머니즘에 깊이 빠져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다. 많은 교인들과 목회자들은 가정의 안녕과 축복, 가족의 건강과 번성, 사업의 번창과 성공에 몰두한다. 예수 이름을 이용하여 남보다 부자되고, 높아지기 위해 뜨거운 열심으로 기도하고 찬양하고 예배한다. 대형교회의 설교 대부분은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 안에서 부자되고 성공하기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부귀영화를 얻는데 집중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교회는 형식은 샤머니즘과 다르지만 내용은 매우 닮아 있다.  재수굿과 대다수 한국교회 예배는 서로 다른 내용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밖에 붙인  간판만 서로 다를 뿐이다. 한국에서 불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천주교 포함)의 밑바탕엔 샤머니즘이 좌정해 있다. 한국 기독교는  불교처럼  샤머니즘에 포섭된 지 오래다.

샤머니즘적 기복신앙에 물든 주류 한국교회가 여는 국가조찬기도회는  어떤가.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그 기도회가 보여준 두드러진 특징은 '정교유착'이다. 정치권력과 손잡고 이권을 챙기며 단지 교세를 확장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불의한 권력에 대한 예언자적인 목소리는 커녕 불의한 권력을 정당화시키거나 그에 아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구토증을 느낄 정도다. 정교유착이라기 보다 '정교야합'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조찬기도회는 일본장교 출신인 그가 총을 들고 불법적으로 일으킨 5.16 군사쿠테타를 가리켜 '하나님이 이룬 혁명'이라고 치켜세웠다.  3.15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그에 항의하는 학생,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쏜 이승만을 내내 칭송하던 주류 한국교회의 민낯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1980년 8월엔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어느 목사는 '일찌기 군부에 헌신한 지도자', '여호수아 장군 같이 되라'며 전두환을 칭송했다.  광주에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자 앞에서 '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서, 사회 구석구석에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 아닌 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이명박정권 시기에 열린 조찬기도회는 멀쩡한 4대강을 파헤치고 댐을 건설하는 시대착오적인 사람을 가리켜 '하나님이 기름 부으신 대통령'이라는 낯간지러운 소리도 했다.

이런 조찬기도회는 나라를 위한 순전한 기도회가 아니라 어느 특정 정권이나 개인을 위한 종교집회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교회가 정교유착을 넘어 스스로 권력의 시녀가 되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런 기도회는 큰 규모에다가 조직적으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굿판보다 더 큰 해악을 사회에 끼친다고 본다. 역사를 심히 왜곡하고 하나님 나라를 훼방하는 행위다.

 '갈멜산 위에서의 대결'(왕상 18:20-40)은 유명한 사건이다. 거기서 선지자 엘리야는 바알 선지자들과 영적 대결을 벌여 승리했다.  가나안에 정착한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바알종교에 깊이 빠진 시대에 벌어진 그 대결 사건이 들려주는 메세지는 무엇인가? 엘리야가 목숨을 걸고 지킨 야훼신앙이 바알종교와 첨예하게 부딪친 까닭은 무엇인가. 겉으로는 야훼를 부르면서 속으로는 바알을 숭배했던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엘리야가 선포하고 행동으로 보인 야훼신앙의 진수는 무엇인가.   바알종교를 통치이데올로기로 적극 이용한 아합왕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한 엘리야가 증거한 진리는 무엇인가.

바알종교는 일종의 맘몬(Mammon)종교요 '돈교'라 할 수 있다. 돈과 탐욕적 소원성취를 위해 신을 이용하는 종교 말이다.  기복종교인 바알종교의 본질은 샤머니즘이다. 바알은 본래 농경사회에서 비와 우뢰의 신으로서 다산多産의 신이기도 했다.오늘날 바알종교는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을 도모하고 , 그 세상 안에서 그저 부자되기와 성공하기를 주술적으로 추구한다. 그러나 야훼신앙의 본질은 출애굽정신이다.이는 구약성경을 관통하는 정신으로서 흑암의 권세로부터 탈출하는  정신이다. 이는 돈과 이기심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죄된 인간과 사회를  극복하는 능력이다.  옛 애굽의 바로왕 체제같이 불의하고 비인간적인 체제나 구조로부터의 자유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등을 지향한다. 자유와 평등은 또한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이웃을 내몸처럼 사랑하는 새 사회를 향해 나아간다.바알신앙은 소수 지배계층이 주도하는 불의한 체제를 옹호하는 가운데 이기적인 부귀영화를 노리지만, 야훼신앙은 불의한 체제와 구조를 변혁하고, 새사회를 이땅에 건설한다.  이를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새인간이 여기서 반드시 필요한 건 물론이다. 주님이 빚은 새마음을 가진 새인간.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바알종교, 맘몬종교로 전락되어 있다고 본다. 심히 변질되어 이제 사회적 신뢰도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교회는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기보다 먼저 자신의 구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예수를 다시 영접할 필요가 있다. 본래적 기독교에 다시 입문해야 한다. 아합 같은 자들을 찬양하고 돈을 좇는 바알적 속성,기복적인 샤머니즘 기질을 마음에서부터 분쇄하지 않고는 새세상(하나님 나라)은커녕 칭의나 구원의 은혜를 맛보지도 못할 것이다. 믿음으로 얻는 칭의- 구원은 지금 여기서부터 예수를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것이다.(골1:13-14)

예수님은 출애굽정신을 인류 보편적으로 확대하고 완성하기 위해 성육신하신 분이시다. 예수께서 출애굽정신을 오롯이 따르지 않았다면 십자가에서 못박히는 처형을 당할리가 없다. 당대 불의한 권력을 쥔 로마제국은 이스라엘 지배세력(정치-종교 야합 세력)과 연합하여 예수를  처형했다. 맘몬체제 수호자들은 자유,평등,사랑을 구현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예나 지금이나 조직적으로 파괴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예수를 다시 살리셨다. 예수가 '옳았음'을 인정하신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 사람의 마음에 우뚝 세워진 바알을 부수고 ,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진 샤머니즘을 지우는 일을 하신다. 무늬만 기독교인 종교는 더욱 그리 하신다. 그리고 마음의 왕좌에 좌정하신다. 사랑과 생명,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새세상을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 마음의 왕으로 모시자. 성령을 의지하며 모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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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성목사(평안감리교회. '예수 믿지 않는 기독교인'저자)

[국태 민안 기원 대보름 대동굿판 한국의 집(2011,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