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은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고 잇속만 챙기려고 할 때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절에 그런 사람들이 흔히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 교회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21세기 찬송가의 노랫말을 바꾸어서 새로운 찬송가를 내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을 하면서 전 장로는 이 속담을 언급했다.

찬송가를 바꾸려는 속셈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 전 장로의 주장이다.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울 테지만, 그 이유는 허울뿐이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2007년에 21세기 찬송가가 나왔는데, 그때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다면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찬송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다.

교회가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전 장로의 말은 표현이 좀 심한 것 같다. 전 장로는 이렇게 말한다. 성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다. 그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성경을 사는 모든 사람이 찬송가를 사기 때문에 찬송가 역시 아주 많이 팔린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성경과 찬송가 합본을 좋아하기 때문에 찬송가가 바뀌면 찬송가를 사면서 성경까지 사게 마련이다. 그래서 찬송가를 바꾸면 성경까지 팔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듣고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그렇게까지 계산할까? 잿밥에만 마음이 있을 정도로 그렇게 불성실하단 말인가?

전 장로의 불평

   일전에 노회를 다녀온 전 장로를 만났더니 노회에서 찬송가를 새로 내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왜 또 새로운 찬송가를 내려고 하는지 묻자 교리에 맞지 않는 노랫말이 많아서 바로 잡기 위해서라고 하더란다. 찬송가는 곡조가 있는 기도이기 때문에 교리에 맞지 않는 기도를 한다면 문제가 되니까 교리에 맞지 않는 노랫말이 많다면 고쳐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전 장로의 생각은 달랐다. 교리를 내세우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실상 찬송가 장사를 하려는 것이란다. 실상 2007년에 21세기 찬송가를 낼 때 새로운 곡들을 첨가하기도 하고 기존에 있던 찬송의 노랫말을 대폭 바꾸었는데, 지금 다시 바꾸려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기네 교단에서는 21세기 찬송가가 나온 2년 후인 2009년부터 노랫말이 교리에 맞지 않으니 찬송가를 새로 내야 한다고 총회 신학부에서 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글쎄 21세기 찬송가의 머리말에서 보면 10년 동안 각계의 권위자들이 합심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때 그 교단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인가? 혹시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뒷북치는 것은 아닌가?

전 장로는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교단에서 별도로 찬송가를 낸다면 교인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인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그 교단을 떠날 수도 없는 일이니 찬송가를 다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사 속에 말려드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전 장로는 그동안 찬송가를 교파나 교단별로 내고, 통일하고, 다시 각자 내고, 또 통일하고, 노랫말을 고치고 한 것은 무엇보다 찬송가 판매 수익금을 챙기려는 속셈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돈 때문만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면서 정말 새로운 찬송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자기들의 마음에 드는 찬송가를 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07년에 찬송가를 냈는데 찬송가를 다시 내려 한다는 데에는 전 장로의 말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2007년에 찬송가를 내고 어떻게 10년도 채 되기 전에, 강산이 변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찬송가를 새로 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교인들의 부담이나 불만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각 교단에서는 21세기 찬송가가 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좀 더 참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을 대표하는 목사들이나 신학자들이 10년 동안이나 함께 일해서 21세기 찬송가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찬송가가 나온 지 2년도 지나지 않아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면, 21세기 찬송가가 그렇게 허점투성이란 말인가? 정말 찬송가에 문제가 많다면, 그때 일한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찬송가의 개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정말 염불에는 마음이 없었던 것 아닌가?

나는 전 장로의 말을 들으면서 돈 문제보다는 개정에 관여한 사람들이나 새로 내야 한다고 말하는 지도자들이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에 그렇게 불성실하고 무책임하고 안일하다면, 그리고 교인들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면 그런 교계의 지도자들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바로 지도자들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한국교회가 오늘의 파국을 맞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번역에 대한 유감

곽 장로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성경번역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니까 한 가지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마태복음 21장 28-31절을 보면 두 아들을 포도원에 보내는 아버지에 관한 비유가 나오는데, 개역개정 성경과 NIV를 대조해 보니 우리말 성경에서는 둘째 아들이 포도원에 가지 않겠다고 대답하고서는 마음을 바꾸어서 갔는데, 영어 성경에서는 맏아들이 그렇게 했다고 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 할머니가 읽던 1908년에 나온 우리말 성경과 표준새번역 성경에서는 모두 영어 성경처럼 맏아들이 포도원에 가서 일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개역개정판만 다르게 되어 있으니 이 번역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끊고 두 성경을 대조해 보았다. 정말 두 성경의 기록이 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헬라어 성경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헬라어 성경 역시 개역개정판 성경과는 다르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곽 장로에게 전화했더니 그는 격앙된 어조로 이렇게 엉터리 성경을 만들어서 팔았으니 반품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불량품을 만들어 팔았으면 반품해주는 것이 요즘 관례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서 알만한 목사들에게 묻기도 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결국 개역개정 성경은 바티칸 사본을 기준으로 했고 다른 성경들은 사해사본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사본의 차이로 인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곽 장로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서 그 사람들도 할 말이 있을 테니 제발 반품운동일랑 벌이지 말라고 농담반 진담반 말을 건넸다.

개역개정 성경이 헬라어 성경과도 다른 것이 이상해서 NIV가 아닌 다른 영어 성경에서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blueletterbible.org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았다. 그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는 KJV를 비롯한 14개의 영어 성경에서는 모두 개역개정 성경과 달리 맏아들이 포도원에 간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한성서공회의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우리말 성경 가운데서도 개역개정과 개역한글을 제외하고 공동번역, 표준새번역, 새번역 성경에서는 영어성경처럼 번역되어 있었다.

대한성서공회에서는 개역개정판 성경에서 두 아들의 행동이 다른 성경들과 다른 것은 사본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외면하는 사본을 택한 데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만하다. 대부분의 번역 성경이 택하고 있는 사본을 우리도 택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 개역 성경에 이어서 개역개정판에서 1908년에 나온 우리말 성경과 다른 사본을 따르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성서공회에서는 왜 두 가지 다른 사본에 근거한 서로 다른 성경을 냈단 말인가?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성서공회가 불성실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상 개역개정 성경에는 이보다 훨씬 더 큰 문제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맏아들과 둘째 아들의 이야기는 성경의 한 부분에 한정된 것이지만, 성경 전체에서 우리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말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약에서 선지자들이 대중에게 말할 때, 신약에서 예수님이 청중에게 설교하실 때, 그리고 사도들이 교인들에게 편지할 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너희’ 혹은 ‘너희들’이라고 부르고 ‘...하라’고 명령하거나 ‘...원하노라’라고 말한다.

그런 낮춤말은 양반, 상민, 천민의 계층적 구별이 분명하던 시대에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던 어투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도 같은 계층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그런 낮춤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분별없이 아무에게나 상대를 ‘너’라고 부르고 ‘...하라’라고 말을 놓는 것은 우리 언어습관과 맞지 않는다.

우리 고전소설에서 보면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서는 흔히 높임말과 낮춤말을 사용했지만, 같은 신분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낮춤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홍길동전』에서 한 군사가 길동이 쓴 글을 읽고서 여러 사람에게 “그 아이 거동이 비범할 뿐 아니라 더욱이 흥 승상의 자제라 하니, 청하여 그 재주를 시험한 후에 처치함이 이롭지 아니하겠소?”라고 말한다. 때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말을 놓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사씨남정기』에서 관원이 주막주인에게 “저 여자는 누구요?”라고 묻자, 주막주인이 “명창 조칠랑이오.”라고 답한다. 그리고 『홍길동전』에서는 포도대장이 한 소년에게 “내 비록 변변치 못하나 죽음을 무릅쓰고 그대의 뒤를 받쳐줄 것이니 나와 함께 이 도적을 잡음이 어떠하오?”라고 말한다.

특히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할 때는 나이나 지위를 불문하고 반말을 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기 일쑤였다. 『사씨남정기』에서 사 씨가 낯선 하녀에게 “저것은 무엇을 하는 의식이오?”라고 묻는다. 『전우치전』에서는 운치가 낯선 소녀에게 “낭자는 어디에 살며, 무슨 일로 아침부터 울고 있소?”라고 묻는다. 『사씨남정기』에서 한림이 낯선 소년을 만나 이야기할 때는 “내가 본래 형에게 기이한 만남이 있었음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소, 그런데 그 만났던 분은 어떤 사람이었소?”라고 묻는다. 그러자 상대는 “그것만은 제발 묻지 마십시오. 물어도 소제는 대답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여기서 한림은 소년을 ‘형’이라고 부르고 소년은 자신을 ‘소제’라고 말하면서 상대를 높이고 자기를 낮추어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반말을 한다.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을 만났을 때 그 낯선 여인을 대뜸 ‘너’라고 부른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요 4:10) 사도행전에서는 장로들과 서기관들이 사도들에게 “너희가 무슨 권세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일을 행하였느냐”고 묻자, 베드로가 나서서 “...너희와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은 알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고....”(4:7)라고 하면서 서로 ‘너희’라고 부르고 반말을 한다. 그리고 바울은 자기가 개척하지도 않았고 한 번도 방문한 일도 없는, 전혀 안면이 없는 로마교회의 교인들에게 편지하면서 “어떻게 하든지 이제 하나님의 뜻 안에서 너희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 얻기를 구하노라”(1:10)라고 편지한다. 조선시대에 나온 고전소설의 인물들은 성경에 나오는 상황에서 이러한 호칭과 어투를 사용하지 않았다.

고전소설에서의 대화를 따른다면,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님의 대화에서 예수님은 “부인이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부인에게 물 좀 달라한 사람이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장로들과 서기관들은 사도들에게 “그대들은 무슨 권세와 누구의 이름으로 이런 권세를 행하였소?”라고 물었을 것이고, 베드로는 “...그대들과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은 알아야 하오. 그대들이 십자가에 못 박고....”라고 응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고전소설 가운데 나오는 편지라면, 바울은 로마의 교인들에게 “어떻게 하든지 이제 하나님의 뜻 안에서 그대들에게로 나아갈 좋은 길 얻기를 구하오.”라고 썼을 것이다.

높임말과 낮춤말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의 예법에 관련된 어투다. 성경의 문체를 고어체라고 말하면서 성경에는 그런 문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낮춤말이 사용된 문장은 고어체 문장이 아니고, 우리의 전통적인 언어 습관을 무시한 무례한 표현에 불과하다. 선지자들, 예수님, 사도들이 무례한 어투를 사용하는 성경번역은 예의지국에서 용납될 수 없다. 번역이란 번역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어법이나 문화에 맞게 글을 바꾸어 놓는 일이다. 그런데 상황을 구별하지 않고 낮춤말을 사용하는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이런 번역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

옛날에도 무례한 어투는 문제가 되었지만, 특히 양반, 상민의 계층의식이 없는 현대의 민주사회에서 청중 앞에서 연설할 때나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쓰는 편지에서 낮춤말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래서 현대인이 읽는 성경에서 무례한 어투로 번역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교회에서 어느 목사가 교인들에게 ‘너희가 이웃을 사랑하기를 원하노라.’라고 말한다거나, 장로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너 지난주에 교회에 나오지 않았던데, 웬 일이냐?“라고 써 보낸다면, 그 설교를 듣는 교인들이나 그 메시지를 받는 장로가 어찌 이런 예의도 없는 목사가 있느냐고 노발대발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 목사는 제 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그런데 개역개정판 성경에서 선지자들이나 사도들이 무조건 교인들에게 낮춤말로 말하는 것으로 번역한 것은 성경을 옛날 문체로 번역한 것이 아니고 그들을 제 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만든 일이다. 따라서 그런 번역은 틀린 번역이다. 이러한 엉뚱한 번역은 불성실과 무책임의 결과다.

이러한 무례한 어투 외에도 개역개정 성경의 용어에 일관성이 없는 것을 보면 개정작업에 관여한 사람들이 정말 불성실하고 책임감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개역개정판에는 한 문장 안에 높임말과 낮춤말이 섞여 있는 부분이 나온다. 사도행전 20장에서 바울이 장로들을 모아놓고 고별설교를 할 때, 그들을 “여러분”이라고 부르고 나서는 “못하노라”(18-22)라고 말을 맺는다. 그리고 사도행전 22장 1절에서는 바울이 “부형들아 내가 지금 여러분 앞에서 변명하는 말을 들으라”고 말한다. “부형들아”라고 불러놓고 “여러분”이라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고, “여러분”은 “들으라”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일관성이 없는 용어의 사용에서 성경개역에 관여한 사람들의 불성실과 무책임이 드러난다.

이러한 어휘 사용 외에 구두점에서도 일관성이 없는 것을 발견한다. 개역판에서 성경 전체에 쉼표, 물음표, 혹은 마침표가 없는데, 유독 몇 군데에만 쉼표가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이사야 43장 16절, 47장 12절 등 구약의 몇 군데와 고린도전서 12장 8-10절, 13장 13절 등 신약의 몇 군데에는 쉼표가 나와 있다. 이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면에서 교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개역개정판에서도 이러한 쉼표가 교정되지 않았다. 여기서 개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성실하게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단어로 바꾸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어려운 한자어들이 많이 남아있고 부적절하게 번역한 경우도 있다. 한 가지 예만 든다면, 빵을 떡으로 표기한 것은 마땅치 않다. 유대인들이 유월절에 먹는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무교병’이라고 부른다. 무교병의 병(餅)이 떡 병자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최후만찬에서 먹은 빵을 떡이라고 번역했다. 100여 년 전에는 빵이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에는 그렇게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빵이 널리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먹었던 빵을 빵이라고 해서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없다. 우리가 성만찬 때 빵을 나누어 주면서 떡을 나눈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인데도 잘못된 성경번역 때문에 계속 그렇게 말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렇게 불성실하게 성경을 개정해놓고 새 성경을 사라고 했으니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찬송가를 새로 내는 것은 장사하려는 것이라는 전 장로의 주장과 불량품인 성경을 반품해야 한다는 곽 장로의 격앙된 말을 들으면서 교회에 대한 그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 개신교의 사회적 신인도가 통계수치에 나타나는 대로 바닥에 떨어졌는데, 교회 내의 신인도 역시 바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다. 특별히 교회 내의 신인도를 높이지 않으면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없다.

여기서 우리말 성경에 대해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그리고 젊은이들이 즐겨 읽는, 그뿐 아니라 성경 번역계가 중시하는 사본을 따라 번역되었고, 예의 바른 어투로 번역된 새번역 성경을 예배용으로 채택할 때가 되었다. 새번역 성경을 사용하면 당분간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이 성경은 그런 불편을 참을 만한 그리고 낸 돈이 아깝지 않을 만한 가치가 있다.

마치면서

2,000년 전에 세례 요한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고 외칠 때, 유대교 지도자들은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를 외면했다. 지금도 여기저기 광야에서 회개하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타성에 젖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교회지도자들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에게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귀가 있어도 들으려 하지 않고 눈이 있어도 보려 하지 않는다고 바꾸는 것이 좋겠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교 지도자들은 회개를 촉구하는 요한의 외침뿐 아니라, 그들의 위선적이고 율법주의적인 신앙행태를 비판하신 예수님의 음성을 외면했다.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이 시장판이 된 것을 보시고 예수님이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분노하시면서 장사꾼들의 자판을 뒤엎으시자 유대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미워하고 그를 붙잡아 들이기로 결의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에는 지도자들이 찬송가와 성경을 가지고 책장사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 역시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정죄하려고 하지 않을까?

유대교 지도자들은 성전 안에서 이루어지는 장사를 단지 묵인했었지만, 지금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직접 나서서 성경이나 찬송가를 가지고 장사하고 있다. 성경 판매대금을 분배하는 일을 놓고 싸우고 판권을 놓고 드잡이를 한다. 거룩한 성경을 무성의하게, 무책임하게 번역하고 개정해서 불량품을 만들어 놓았으니 어쩌자는 말인가?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장사를 하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성경을 불량품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성경과 찬송가를 가지고 장사한다는 것은 성전에서 장사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불경스러운 일이다.

찬송가를 새로 만든다고 하니까 전 장로가 나서서 찬송가를 팔아먹으려는 계책이라고 흥분한다. 교회가 책장사를 한다고 석 목사도, 곽 장로도, 유 집사도 한탄한다. 예루살렘 성전을 장마당으로 만들었다고 분노하셨던 예수님이 찬송가를 새로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시고 그리고 문제투성이인 개역개정판 성경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보시고 크게 분노하실 것이 분명하다. 그런 오류를 범하는 교회지도자들은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꿰뚫어 보신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그들의 말대로 하나님의 종인가? 그들이 예수님의 제자인가? 그리스도인인가?

여기서 우리는 한국교회의 총체적 부실을 본다. 칼빈의 용어를 빌린다면, 한국교회의 전적 타락을 목격한다. 우리가 각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좀 더 성실하고 좀 더 책임감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수님은 당신의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목숨까지 버렸는데,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자원하여 나선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토록 무책임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원산과 평양에서 일어났던 대대적인 회개운동이다.

지도자의 영향력은 아주 막대하다. 대통령에 따라서 국운이 좌우될 수 있다. 가톨릭에서는 교황이 누군가에 따라서 교세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대형교회의 목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한국교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지도자들이 잿밥에만 마음을 두면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없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다윗처럼 기름부음 받은 종에 관한 일은 하나님의 뜻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서 역사하신다. 물론 앞장서서 일하는 교계의 지도자들에게 먼저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묵인한 원로 목사들도, 젊은 목사들도, 장로들도, 권사들도, 집사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의 행위를 묵인함으로써 동조해 왔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순종이나 침묵이 능사가 아니다. 교회의 비행과 비리를 보고 침묵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는 일이다.

우리가 한국교회를 사랑한다면 지도자들이 엉뚱한 길로 가는 것을 보면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 나단 선지자가 다윗의 비행을 지적한 것처럼 우리도 지도자들의 잘못을 지적해서 그들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야 한다. 예수님이 유대교 지도자들의 신앙 행태를 비판하신 것처럼, 종교개혁자들이 가톨릭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개혁을 단행한 것처럼, 우리도 한국교회의 비리와 우행을 드러내고 비판하면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비판하고 지적하면 지도자들이 우리를 싫어할 것이고 미움을 받으면 교회 안에서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교회는 지도자들만의 교회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교회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성스러운 교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이대로 침몰한다면 그때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