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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로 남과 북의 막힌 담을 헐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 방문기교류협력은 북한만이 아닌 남한 자신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방현섭  |  racer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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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1월 25일 (월) 00:53:41
최종편집 : 2016년 01월 27일 (수) 13:32:18 [조회수 : 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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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22일) 점심나절, 대북인도지원단체 중 하나인 경남통일농업협력회(이하 경통협)에 방문하기 위하여 대북지원단체 실무자들과 경부선 KTX에 몸을 실었다. 두 시간 남짓 달린 열차가 밀양에 머물렀다. 역전에는 경통협 권문수 사무국장과 실무자가 마중을 나왔다. 권 사무총장은 경통협이 했던 사업들을 설명하며 딸기밭과 육묘장 등으로 안내하였다.

경통협은 대북인도지원단체라고는 하지만 조금 독특한 사업과 위상을 갖고 있다. 농업단체이니 당연히 북의 농업을 활성화하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교육을 펼쳐 왔다. 또한 소위 농업근대화사업이라 하는, 농업 자체뿐만 아니라 소학교를 개축하는 등 농촌의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사업도 상당부분 담당했다. 그런데 사업 중 통일딸기사업이 있는데 이는 인도지원사업이기는 하지만 경협에 가까운 사업이다.

통일딸기사업은 딸기를 재배하기 위한 모종, 그리고 그 모종을 만드는 모주에 비밀이 담겨있다. 조직배양을 통해 만들어진 모주(어미모)를 북으로 보낸다. 그러면 북의 농민들의 손에 의해 키워진 딸기 모종이 남쪽으로 다시 오게 된다. 경통협은 3~4월 경에 모주를 북에 보내 6개월 가량 모종을 증식한 후 9~10월에 남쪽에 보내준다. 즉 6개월 가량 증식된(키워진) 모종을 다시 남쪽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면 경통협과 협력하는 딸기생산자들은 이 모종으로 딸기 농사를 지어 수확을 거두고 ‘통일딸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한다. 남쪽에서 모주-모종을 배양하면 주당 20개 정도의 모종을 만들지만 북에서는 기술이나 기후 등의 원인으로 10개 정도의 모종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비록 생산량은 절반밖에 안 되지만 일손이 바쁜 남한의 농가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게다가 남과 북이 협력해서 만들어 보낸 모종이라는 의미는 그 무엇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남한에서 요구되는 딸기모종은 총 1억개 정도로 추산한다. 그러나 경통협이 북과 협력하여 받는 모종은 많을 때도 10% 정도에 지나지 않아 많은 농가들이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나마도 5,24조치가 내려진 2010년부터는 북으로 오가는 길이 막히고 정부당국의 통제로 중단되었다. 이런 아픔은 2016년을 맞은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통일딸기는 그렇게 사라졌지만 이름만 남아 남과 북이 함께 협력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다시 그런 날이 오기를 갈망하고 있다.

   
 

회원이 운영하는 딸기밭으로 가는 길, 저 멀리 산중턱에 우뚝 서 있는 송전탑이 보인다. 저 송전탑이 바로 그 유명한 밀양송전탑이라고 한다. 밀양은 부산 등 대도시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조용히 살고 싶어서 찾는 지역이란다. 그런데 그렇게 노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곳에 송전탑이 들어선 것이다. 날벼락이 따로 없다. 이 땅 어디에도 아픔이 배이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

   
   
   
 

첫 번째 방문한 딸기밭이다. 특이한 것은 딸기를 땅에 심은 것이 아니라 허공에 매달아 놓았다. 흔히 수경재배라고 알려진 농법인데 농민들은 양액재배시설이라고 한다. 보통은 베드를 만들어 그 베드에서 모종을 액상비료로 재배하는데 이 농민은 좀 더 나아가 허공에서 재배를 하는데 거의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특히 이 농장의 시설은 현수용양액재배시설로 공간활용도가 높아 집약적으로 재배할 수 있고 수확하는 것도 쭈구려 앉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한다.

딸기는 보통 9월부터 재배를 시작하여 4~5월까지 계속한다고 한다. 딸기를 재배한 비닐하우스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서 논농사를 한 후 다시 비닐하우스를 설치한다고 하니 농민들이 한가할 틈이 없다고 한다.

   
   
 

경통협에서 임대한 폐교에 방문하였다. 한창 통일딸기 사업을 할 때는 많은 단체에서 통일딸기 체험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방문하였는데 교육장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한 폐교를 임대해 체험행사 및 교육장으로 잘 사용하였는데 이 폐교가 매매됨에 따라 다른 페교를 물색하였다. 사진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페교이다. 이 학교 한쪽에는 창고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가 있는데 그 안에는 회한의 장비가 기약 없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에 10억 원 상당을 들여 콩우유 공장을 만들었는데 여깃 생산된 콩우유를 포장하는 기계가 며칠 차이로 5.24조치에 걸려 북으로 반출되지 못하여 5년 넘게 먼지만 쌓여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약 7천만 원을 들여 구입한 설비인데 이제는 고철값도 제대로 못 받는 신세가 되었다. 지금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보내고 싶지만 북을 향해 닫힌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학교 내부에는 경통협이 그동안 해왔던 사업 사진들이 잘 전시돼 있다. 진보와 보수를 두루 아우르는 인사들이 대북지원사업에 함께 했던 것을 잘 보여준다.

   
   
   
   
 

경통협 전 회장이었던 전강석씨가 운영하는 육묘장에 방문하였다. 경상남북도 지역에 육묘를 공급한다는 이 육묘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전씨는 경통협과 함께 북에 방문하여 농업협력사업에 깊이 관여하기도 하였다. 이 육묘장에 방문하여 종자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한에서 재배되는 모종들은 거의 대부분 종자회사에 로얄티를 지급한단다. 파프리카 같은 경우는 100% 수입종자로 종자의 무게로 따지면 금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종자회사가 종자를 007가방에 담아오면 육묘사업자는 1톤 트럭에 돈을 싣고 오고 농민은 5톤 트럭에 돈을 준비해야 한다는 비유를 듣고 아연실색했다. 종자전쟁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이에 대한 대안이 북의 종자라고 한다. 북은 종자시장에 편입돼 있지 않아서 종자라고 해야 변변한 것이 없다. 그래서 종종 종자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북의 종자는 소위 토종 종자이다. 그런데 여기에 강점이 있다. 토종이라는 말은 그 풍토에 최적화되었다는 의미이다. 비록 수확량이 떨어지고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기는 하지만 토양에 적응하였고 병충해에 저항력을 가진 종자이다. 딸기 모종의 경우 북쪽에서 생산한 것은 여름기온이 남쪽보다 낮아 시원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없고 저온성 작물인 딸기의 특성에도 부합하며 당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인건비는 남쪽에 비해 당연히 저렴하기에 장기적으로 볼 때 북쪽에서 모종생산을 하고 딸기 생산은 남쪽이 하게 될 때 남북이 서로 윈윈하는 남북교류협력의 모델사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시도를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는 못하였다.

모종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작은 모종이 일정한 크기로 흙이 담겨 있는 포트에 심겨진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 포트에 담긴 흙은 보통 흙이 아니라 상토라고 한단다. 이 상토는 보통 흙이 아니라 규질이라고 하는 건데 규질을 뻥튀기 하듯 불려놓은 흙에 각종 영양소들을 섞어 만든다. 이 규질은 국내 생산이 안 돼서 전부 외국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그런데 북의 천동이라는 곳에서 규질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들여올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캐나다 등에서 수입해 온다니 이것 역시 아쉽기만 하다. 만약 남과 북이 충분히 교류협력한다면 종자의 문제나 상토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되고 서로에게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한 군데 더 육묘장에 방문하였다. 이 육묘장은 최첨단 베드식 현대시설로 설비돼 있었다. 시설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재배하는 육묘가 많지는 않았지만 많은 인력이 요구되지 않는, 그야말로 농촌인구가 줄어든 미래를 대비한 육묘장이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재래식 농법으로 딸기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였다. 땅에 골을 파고 딸기 모종을 심어 재배하고 수확하는 하우스였는데 딸기 맛이 매우 달고 좋았다.

   
 

통일딸기 모종이 오간지도 벌써 6년 전 이야기이다. 통일딸기 모종은 이제 없다. 모종이 자라 새끼를 친 것이 있겠지만 엄밀한 의미로는 통일딸기는 아니다. 한때 통일딸기 사업이 잘 될 때는 맛좋은 딸기를 왜 자기들에게는 주지 않느냐며 판매자들이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남과 북을 오간 딸기 모종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체험학습을 하러 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통일딸기라고 쓰인 포장상자에서만 그 취지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저 꿈같은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권문수 사무총장은 ‘남북교류와 지원이 더 이상 북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농촌이라는 상황에서 느끼는 절실함이 도시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생소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은 모두 농촌으로부터 온다. 아무리 자동차를 만들고 번도체를 만들어도 그것을 씹어먹고는 사람이 살 수 없다. 그리고 식량은 이제 자동차나 반도체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하고 막강한 무기가 돼버렸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의 절실함은 그만큼 진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딸기로 남과 북의 막힌 담을 헐고 닫힌 문을 열었던 경남통일농업협력회, 그리고 통일 딸기가 어서 속히 남과 북의 땀방울로 재배되어 우리의 혀를 즐겁게하고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날이 다시 오기를 빌어본다.

* 이 글은 방문하여 들은 이야기들을 소재로 작성하였기에 명칭 등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며 몇몇 전문적인 내용은 경통협 권문수 사무총장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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