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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교회 ‘슬로처치’
이광섭  |  h-stai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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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1월 24일 (일) 23:29:01 [조회수 :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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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초 경향신문에 <청년 미래 인식조사>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에서 청년들은 <정부 정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꼽았습니다. ‘➀인간의 존엄성 ➁신뢰 ➂공정성 ➃책임성 ➄대화 ⑥소통 ⑦자비 ⑧친밀감......⑨경쟁.’ 이걸 보면 청년들이 상상하는 사회와 현실 사회는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청년들이 “ㅂㄷㅂㄷ”이란 이모티 글자를 그렇게 즐겨 사용하는 것이. 이 말은 ‘떨면서 분노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 속에서는 청년 세대의 깊은 절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청년들에게 교회는 속수무책입니다. 교회 안에 몸담고 있는 내게 이 사실은 더 큰 절망입니다.

교회가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포기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책이 있습니다. <슬로처치>란 책입니다. 크리스토퍼 스미스와 존 패티슨이 함께 쓴 책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목회자나 신학자가 아닙니다. 평신도 사역자들입니다. 저자들은 이 책이 패스트푸드에 대응하는 슬로푸드 운동에서 착안되었음을 밝힙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는 아마도 맥도날드 햄버거일 것입니다. 맥도날드는 규격화와 단일화, 신속화를 바탕으로 엄격한 통제성을 발휘하여 거대한 물량주의를 추구합니다. 이에 반해 슬로푸드는 지역에서 난 식재료를 천천히, 충분히, 다양하게, 먹을 만큼만 받아들임으로 충분한 풍미와 영양을 맛보자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소통과 생명의 연대까지 추구하면서 말입니다.

<슬로처치>는 교회에도 패스트처치가 있고, 슬로처치가 있다고 합니다. 패스트교회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➀사역이 정형화되었다. ➁마케팅 기법을 사용한다. ➂성직자는 주님과의 관계보다 대중들에게 유명인사가 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➃예배는 철저하게 대본화되었다. ➄교회는 브랜드화를 추구한다. ⑥결정적인 특징! 지역적인 상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미국교회를 설명하는 이와 같은 패스트처치의 특징이 사실은 한국교회를 더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이런 정황에서 보는 ‘슬로처치’야말로 성서에서 말하는 오래된 미래입니다. 성서적 교회는 본질적으로 슬로처치입니다. 기존의 교회들은 지금껏 효율과 속도를 통해 성장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슬로처치는 지역사회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이웃과 친구가 되어주자고 제시합니다. 주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신앙의 본질이듯, 이웃과 세상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교회의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이지요. 이는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와 이웃을 하나님의 구원과 화해의 장으로 여길 때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길이 흥미롭습니다. 느리기 때문입니다. 그 길은 아주 구체적이고 섬세하고, 친절하고 따뜻한 길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고, 서로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물론 자기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본이지요. 그것을 통하여 예수님을 따라 일하는 신실한 인격적인 교회가 세워지고 지역과 소통하며 지역 속에서 복음의 역사를 일으키는 교회의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건축가 승효상은 인간은 땅에 새겨진 고유한 터 무늬를 바탕으로 삶을 영위해야 하는데, 이를 싹 밀어버린 터무니없는 근대도시에서 살게 된 것이 현대인의 터무니없는 삶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청년들이 바로 이 터무니없는 사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지요. 승효상의 말대로 터무니없는 사회에서 두려움과 절망으로 터무니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과연 영원하고 안전한 터무니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슬로처치’는 그 답을 찾아가는 첫걸음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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