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좋은 대학에 다니는 십대 같아 보이는 24살의 청년이 있다.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예의가 바르고 겸손하고 절제되고 매사에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행동한다. 공부도 잘 하고 아르바이트도 잘 해서 돈을 모아 전 세계를 혼자서 돌아다닐 정도로 적응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도무지 흠 잡을 것이 없는 것 같은 바로 그 것이 그에게는 흠인 것이다. 자기 혼자 하는 일에는 완벽하지만 남들과 소통하는 일에는 약간의 장애가 있다. 소위 말하는 융통성이 없는 것이다.

사회생활에게 타인과의 소통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비록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통만 잘되면 해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제 인간들끼리의 소통을 넘어서 사물과 소통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왜냐하면 시대가 사물인터넷 시대로 급속하게 진행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네트워크, 센서를 장착한 디지털 기기들이 인간은 물론 다른 사물기기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사물인터넷(IoT)’이 최근 디지털 융합산업과 문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이다. 인간과 사물기기,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사물인터넷의 생태계는 인간이 중심이고 사물은 수동적 객체가 될 뿐이라고 생각했던 비대칭적 관계로는 제대로 이해될 수 없다. 게다가 사물기기들 끼리의 연결은 자동화 시스템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그러나 자동화와 편리함을 증대시킨 사물인터넷의 네트워크가 초래할 인간 배제, 인간과 기계의 동일화, 사생활의 노출과 같은 폐해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키아즘(chiasme, 교직교차)’이라는 것이 있다. 철학적으로 어렵게 설명할 것 없이 섹스를 나누는 남녀가 서로 간에 부둥켜안고 있는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이것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애무할 때 손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서 상대방의 살이 느낌을 얻게 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인간의 몸과 디지털 기기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의 연결망이 상호세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현상학자 메를로 퐁티는 키아즘을 이용해서 몸과 환경과의 ‘감각적, 순환적 상호작용’, ‘살의 상호세계’에 입각해 모색했다.

인간의 몸은 환경의 요구 사항에 맞추어 움직인다. 갑자기 눈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듯이 어떤 때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행동 한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없이’라고 말하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몸이 생각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몸의 기능을 메를로 퐁티는 몸의 원초적 기능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메를로 퐁티는 원초적인 몸의 기능을 제대로 철학의 대상으로 삼은 첫 번째 철학자인 셈이다. 메를로 퐁티가 철학 공부를 하고 있을 당시 유럽은 현상학의 거센 흐름 속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몸 현상학’이라 부른다. 현상학의 특징 중 하나는 인과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대로 ‘기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로는 "애무는 몸을 살로 만든다."고 했지만 그것은 오직 인간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메를로 퐁티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살로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나의 육체가 모든 환경에서 지각하는 주체로서 살이 느끼듯이 우리는 세계를 살로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세계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고 세계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예수가 보여주었던 길이다.

우리들 평범한 인간들이 자기 몸으로 주변 세계를 느끼듯이 예수나 부처는 자기의 살로 세계를 느낀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