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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의 축복
조성돈  |  huios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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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1월 13일 (수) 23:17:41 [조회수 :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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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나이로 50살이 되었습니다. 내 나이가 오십이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사람이 나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앞의 숫자가 바뀌며 이제 오십대라고 하니 기분이 다릅니다.

언제부터인가 나이가 드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신체적으로 느려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몸이 안 따라 주는 것이죠. 그리고 어쩜 그렇게 신기하게도 오십이 되어가니 바로 오십견이 옵니다. 물론 벌써 1년 넘게 고생하고 있지만, 어깨가 아파서 팔을 움직이다 자지러지게 고통을 맛보기도 합니다. 당장 오늘도 아침에 돌아눕다가 어깨를 눌러서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무엇보다 몸이 ‘당신 나이가 이제 오십이야!’하고 호통을 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군데군데 망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지나간 일을 세어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내가 이 교회에 온지가 얼마나 됐지, 그 때 그 일은 언제 적 일이지, 연구소는 시작한지 얼마나 됐을까 등등이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분명 작년 일인 것 같은데 벌써 몇 년 전 일이고, 몇 달 전 일인데 1년도 훨씬 넘은 것입니다.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NGO가 있는데 이 단체를 소개할 때 마다 2년 만에 이런 큰 일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어느 날 스태프가 와서 조용히 말하기를 3년 됐다고 합니다. 그 때 스스로에게 얼마나 놀랐던지. 어르신들이 이제 나이 들면 시간이 빠르게 지난다고 하시더니 정말 그걸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어릴 적 1년은 커다란 의미였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몇 학년 때 일인지 너무도 명확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는 1년, 2년이 가물가물했습니다. 이제는 10년 전, 20년 전을 더듬어야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그게 10년 전 일인지, 20년 전 일인지를 더듬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 정말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정말 나이가 든 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입니다. 198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전에도 같은 컨셉트로 비슷한 드라마를 진행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이미 1997과 1994가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들은 그 시대에 유행했던 것들과 그 당시 대학생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 냈던 것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1988은, 내가 살아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실적 대비는 아닙니다. 앞의 시리즈가 소위 ‘고증’이 정확한 것으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면 현재 1988은 고증을 뛰어 넘은 사극 수준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일부 고증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죠. 즉 이것은 현대극이라기보다는 사극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은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1988년, 그들이 생각하는 먼 옛날의 1988년이 존재할 뿐이죠. 그런데 나는 그 시절 대학을 다녔고, 내 딸은 1988년의 나 보다 나이가 더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그 옛날의 사람일 뿐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대학 다닐 때 만났던 스타급 목사님들입니다. 지금은 모두 목회에서 은퇴를 하셨거나 벌써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 목사님들은 40대였습니다. 저보다 어렸던 것이죠. 근데 나는 그들을 보며 먼 그늘의 어른으로 보았습니다. 지금 청년들도 나를 보며 그렇게 볼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잇값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행여 젊은 척 하다가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도 듭니다.

오십세가 되니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우리 딸애는 저보고 반백년이라고 놀립니다. 그런데 저는 오십대에 들어선 것이 좋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이제 저도 할아버지 소리 들을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흰머리 많다고 주변 소리 들을 일도 적어질 것입니다. 그냥 이 나이가 되면 그래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이래 볼까, 저래 볼까하면서 발버둥 치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된 것 같아서 더욱 좋습니다.

오늘은 저보다 더 나이 드신 분들께 실례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 드는 것이 감격스러워서 한 마디 했습니다. 이 오십의 축복을 여러분들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이제 10년 더 지나면 더 멋진 고백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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