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서울노회 삼일교회 대책위원회, 삼일교회 성도 등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시재개발 사업으로 파괴당하는 신앙공동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 차원의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의하면 삼일교회는 지난해 11월 18일  녹번1-2지역재개발조합에 의해 예배당이 침탈당했다. 교인들은 지금도 차가운 겨울 날씨 속에서 노상예배를 드리고 있다.

서울노회 삼일교회 대책위원회 위워장 박승렬 목사(서울노회 노회장)는 “재개발과정에서 교회를 비롯한 종교 시설은 땅을 소유한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이익 증대를 위해 교회의 땅을 빼앗아 가려고만 하고, 지자체와 공무원들도 세수가 확보되는 조합에 편향되어 종교 시설을 보호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도시 재개발 지역 종교시설에 대한 처리 지침에 따르면 △기존 부지와 이전 예정부지는 ‘대토’를 원칙으로 하고 △현 종교시설의 실제 건물 연면적에 상당하는 건축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며(성물 등 가치가 큰 종교물품에 대한 제작 설치비 고려) △사업기간 동안 종교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 장소 마련, 이전 비용 등을 조합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종교시설처리지침이 ‘조례’가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시를 비롯해 관련 지자체와 공무원들조차 관리감독을 회피하고 있으며, 더욱이 사법부에서도 조합이 제기하는 명도소송 과정에서 종교시설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호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은 “종교의 자유와 교권을 침탈하고, 성소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규탄해 나갈 것”이라며 “재개발 관련해서 종교시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뿌리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태진 총회 총무도 “엄동설한에 길거리에서 2개월여 동안 눈물 흘리며 예배를 드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서울시 등 관계부처의 책임을 법적으로 물을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한국교회 전체 문제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총무는 “성소침탈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시공사 앞에서 교회협, 기장 등이 모두 참여하는 전국단위의 시국기도회도 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리기 하루 전인 7일 조합에서는 다급하게 임시 예배처소를 가계약했음을 알려왔으나, 기자회견이 열린 순간까지도 계약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일교회 오종원 장로는 “성소를 새롭게 구성하고, 하나님 앞에 예배드릴 수 있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노상에서 예배를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