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의 첫 여성 세례식과 한국인 첫 성찬식(1887년10월)

-아펜젤러, 일기(1887년10월31일)를 중심으로-

노 종 해 선교사(말레이시아)

한국기독교(개신교) 선교가 시작된 때인 1885년은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 젖어 있던 시대이며, 남녀유별(男女有別)은 남녀차별(男女差別)로 여성의 인격적 권리마저도 박탈당하였고 사회적인 지지나 법적보장도 없이 남성의 부수적인 지위 속에 이름도 없이 순종과 인내만을 미덕으로 참고 살아야 했다. 여성은 칠거지악(七去之惡)과 삼종지도(三從之道) 등의 제도속에 사회적인 활동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던 시대였다.

이러한 한국사회 속에서 한국기독교의 여성세례는 그 신앙교리 차원을 넘어서서 여성의 권리와 지위를 끌어 올려 남성과 평등케 하는 사회 혁명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한국 첫 여성 세례는(女性洗禮) 한국 사회에서 여성해방의 출발점으로 삼아야할 만큼 중요한 사건이다.

아펜젤러(Rev, H.G. Appenzeller) 선교사의 일기(1887년10월31일)에는 한국기독교의 “첫 여성세례”와 한국인 사역자들만의 “첫 성찬예식”이 기록되어 있다.

1. 한국기독교의 첫 여성세례

첫 여성 세례는 언제이며, 그 여성은 누구인가? 이 사실에 대해 아펜젤러(Rev, H.G. Appenzeller)의 1887년 10월 31일자 일기가 밝혀 주고 있다.

▲ Appenzeller' Diaries, Mon Oct 31, 1887, Seoul.(영문,원문)

 “10월16일(일), 나는 29살 된 젊은 여성인 최씨 부인에게 세례를 주었다. 그녀는 물음에 명확하고 또렷하게 말하였다. 아마 그녀는 이 땅에서 개신교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은 최초의 여성일 것이다. 우리 감리교회가 안방까지 진출한 것이 기쁘다. 말씀을 받은 여성들이 또 있다. 이 첫 열매들을 축복하소서!”(필자 주-아펜젤러는 이 일기 좌측 여백에 “첫 한국 여성 세례 받은 이들”, 1st  Women baptized"이라 표기 하였다. 아펜젤러(노종해 역): 자유와 빛을 주소서-아펜젤러 일기(1886-1902), CLSK 1988. p81)

이 사실은 1887년 선교사 보고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다음 주일날(10월16일), 나는 권서인의 아내에게 세례를 주었는데 28세의 젊은 여성이다. 이분은 개신교 선교사에의해 한국에서 세례받은 최초 여의 여성이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우리의 찬양받으실 주님을 믿는 신자이며 다른 사람들의 가슴 속에 하나님의 나라를 진전시키기 위해 일하는 분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첫 여성세례 받은 이의 이름은 알 수 없으나 그녀는 아펜젤러의 권서인(勸書人, the Colporteur) 최씨의 아내임을 알 수 있다. 권서인 최씨는 누구인가?

아펜젤러는 권서인 최씨에 대해서 같은 선교사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지난(1887년) 5월에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하는 한 사람을 기쁘게 만났다. 그의 말이 올바르고 진지했기 때문에 나는 번역거리를 주었고 그는 몇 년 전에 존.로쓰 목사와 맥킨타이어 목사 밑에서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매우 기꺼이 받아들였다.”

권서인 최씨는 아펜젤러의 권서인으로 있으면서 성서번역을 도왔을 뿐아니라 한글로된 마가복음과 감리교교리서를 보급하며 전도하는 일을 박해 속에서도 즐겁게 감당한 분이다.전도인 최씨는 의주사람으로 “최성균”씨이다.

한국 첫 여성세례 받은 분은 전도인 최씨 부인으로 남편에게서 이미 전도 받아 복음에 접한 분이었고, 교리(敎理) 공부한 분이었다. 이들 부부는 1887년 10월 9일 성경공부를 위해 별도로 마련한 “벧엘”의 첫 공중예배 때 참석한 4명의 한국인 중 첫 부부였다.(아펜젤러, 일기 1887년10월11일자)

2. “벧엘“의 첫 한국인 성찬예식

아펜젤러는 같은 일기(10월31일)에서, “첫 여성세례식“에 이어, 한국인 평신도 전도인이요 권서인들(Bible Workers)을 위한 ”첫 성만찬”을 실행을 감격 속에 기록하고 있다.

▲ Appenzeller' Diaries, Monday, OCT 31, 1887, Seoul. 좌측여백에, “1st Communion Service in Bethel"이라 표기).-벧엘에서의 첫 성찬식

“일주일 후 10월 23일 주일에 한국 감리교 최초 성찬식을 가졌다. 이것도 역시 감리교의 요람인 벧엘의 같은 방에서 열렸다. 최씨, 강씨, 한씨, 최씨의 부인이 참석했다. 박씨는 어디가고 없었다. 스크랜튼 의사도 참석했다. 기도문을 사용하고 모두 진지하게 기도를 나누었다. 이 백성에게 생명의 떡을 떼어 주나니 얼마나 큰 특원인가! 우리 마음이 감사함으로 넘치게 하소서.”(아펜젤러 역 일기 1887년10월31일. 노종해 역)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아펜젤러는 일기 좌측여백에 친필로 “1st Communion Service in Bethel"(벧엘에서 첫 성찬식)이라 썼다는 점이다. 분명히 최초 성찬식(1885.10.11.)과 한국인들만의 벧엘에서의 첫 성찬식(1887.10.23.)을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펜젤러는 일기에서 이분들이 평신도 전도인(Lay-Preacher)으로 권서인(Bible Worker)들이며, ”벧엘“은 ”감리교의 요람“(at Bethel the Cradle of Methodism)이라 지적하고 있다.

감리교회에는 “장로” 제도가 없었다. 오늘날 한국 감리교의 “장로”는 일제말기 기독교통폐합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 “전도사”도 없었다. 장로교의 전도사와 감리교의 권사를 통합하여 “권도사”라 하였다. 감리교회에는 “집사”도 없었다. 속장, 유사, 탁사, 교사 등이 있었다.

평신도 전도인(Lay-Preacher)들은 “장로사 목사”(Elder)의 임명으로, 사역자 역할을 한 것이다. 당회는 입교인 전체로 모이지, 장로교처럼 당회원 몇 명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감리교의 “권사”는 평신도 전도인으로, 권사과정을 마치고, 장로사인 목사(정회원)의 임명으로 오늘날 전도사 이며, 목회사역자의 길을 갈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세계감리교회의 형성과 부흥은 평신도 전도인(Lay-Preacher)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기 정동의 세례인 및 성찬식 일지>

“1888년 선교보고서”(Report of M.E. Church)의 통계를 보면 1887년 감리교회 교세를 알 수 있다. 1887년 교세는 교회 2개 처이며, 성도는 203명에 이른다. 이를 감리교회의 교인구분으로 보면, 회원(입교인) 11, 준회원(세례인) 27명, 원입인 165명, 주일예배 참석자는 평균 55명이며, 회심자 34명, 장년 세례인 34명이라 보고하고 있다.(이상, Annual Report of M.E. Church, 1888. p344.)

또한 신학교 1개 처와 교사3 명, 고등학교(배재, 이화학당) 2개와 교사 7명, 학생 87명이며, 주일학교 2개와 교사 7 명으로, 교회(Church & Chapel)와 학교, 주일학교 등 각각 2개 처는 남.녀가 구분되어 별도의 집회처를 설립하고 있을 가리켜 주고 있으며, ‘신학교“(Theological School)는 전도인 양성사역인 권서인(Bible Workers)들을 위한 “벧엘”을 가리킨다. 이는 아펜젤러가 "1887년10월11일, 일기"에서 “벧엘”에 대해 “at Bethel the house we purchased for Bible work”라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Appenzeller, Diaries. Tuesday October 11, 1887, Seoul)

3. 맺는말

초기 한국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의 세례 요청을 직접선교로 법에 어긋남을 주저하였고 조심하였다. 당시 정치, 사회 상황에서 선교사들은 조심스럽게 전도활동을 펼쳐 나갔으며, 세례와 성만찬도 외국인 중심으로 극히 제한되고 조심스럽게 밝혔고, 한국인 세례는 은밀히 실행하였던 것이다. “벧엘”에서의 첫 한국인 여성세례와 “성만찬”은 전도인, 지도자들의 예식이었고, 이는 전국을 다니며 전도활동하고 있던 ‘권서인“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감리교회는 1887년에 교회(Church)와 신학교(Theological School), 학교(High School), 병원(Hospital), 기숙사, 보호소 홈(Home) 등으로 착실히 부흥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1888년도 보고서에, 한국인 교인만으로도 199명으로, 장년 세례인 34명, 원입인 165명임을 보고하고 있음을 보아 분명히 알 수 있으며, 이는 한국감리교회의 본처교회도 이미 설립되어져 부흥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또한 1887년 10월, “벧엘”에서의 “여성세례”와 ”한국인 첫 성찬식“은 전도인 들의 성례였으며, 여기서 “감리교회의 요람”(Cradle of Meteodisim)인 “신학교”가 구체화 되고, 이미 한국 감리교회의 토착, 지역교회가 설립되어 부흥 성장해 나가고 있음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세례와 전도인 양성은 당시 한국 사회의 신분통제를 생각할 때, 기독교 신앙의 평등과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며, 지도자를 양성해 나간 사회혁명적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는 민족구원의 지도자를 양성하며, 여성지위의 향상과 사명을 새롭게 자각하며, 세계선교의 사명 감당을 결단해 나가야 할 것이다.(rch: 2016.1.2.)

▲ 첫 여성세례-아펜젤러, 필사체 일기(1887.10.31.)-첫 여성세례와 첫 한국인 성만찬 기록

---------------------------

(글을 마치며)

-필자는 30년 전, 한국교회사에 대한 붓을 꺽고, 강단과 교단을 뒤로하고 홀연히 복음전도의 선교사로 떠났습니다. 최근(12일 전), 옥성득 박사께서 시간을 돌이켜 “30년 전의 일을 회상”토록 하여 감사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사 학계에도 많은 연구와 업적, 저술과 출판활동을 감사드립니다. 옥 박사의 충언대로 원초사료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사료의 수집, 활용, 보관치만 말고, 번역 출판으로 공개함이 필요함을 공감합니다.

필자의 글은 30년 전 발표했던 글들을 중심으로 옥 박사의 칼 날 같은 공세에 응답하며, 정리했습니다. 이러한 일로 한국교회사가 더욱 풍성하고 진전하는 역사가 있길 기대합니다. 옥 박사님 감사합니다.(인테넷 매체 댓글로써의 논쟁은 사양합니다. 우리의 기대는 학자의 양심으로 선 연구자를 존경하며 겸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