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과 한국교회

최근 한국 사회에 파시즘의 검은 연기가 다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이 연기는 유독가스를 지닌 맹독성 연기로서 많은 사람들을 질식시키거나 죽일 수 있다.지난 87년 6월 시민항쟁 이후 이 연기가 좀 가시는가 싶더니,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를 지나면서 다시 피어오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파시즘이란 일반적으로 전체주의적인 독재 체제나 운동을 의미한다.'묶음'이라는 어원을 가진 파시즘은 가느다란 막대기들을 한데 묶은  강한 몽둥이 같은 철권을 휘두르며 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파시즘은 교활하여 어느 단계까지는 자신의 냄새와 색깔을 위장하는 수가 많다. 즉 향기로운 내음과 고운 빛깔로 자신을 치장하거나 포장하는 것이다.

히틀러 표 파시즘인 나치즘은 '민족사회주의'란 깃발을 들었었다. 그걸 보고 헷갈린 독일국민 대다수(물론 대다수 독일교회 포함)는 나치정권을 열렬히 지지하고 성원했다. 그런가하면 서세동점을 막는 정의로운 몸짓이라고 자신을 선전했던 일본제국주의 파시즘은 가미카제 특공대를 동원할 정도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봉건적 파시즘에 지나지 않는 북한 김일성의 수령주의적 왕조체제는 '인민의 낙원 건설'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북한사회는 사회주의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단지 사회주의를 참칭한 사회일 뿐이다. 자본주의의 문턱 정도에 있던, 해방 직후 북한 - 농업사회에서 무슨 사회주의 건설인가. 사회주의는 노회한 자본주의에서 쓴맛단맛을 다 본 노동자들에 의해 올까 말까 한 사회다. 김일성은 파시스트인 스탈린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미군정 하에서 생긴 이승만 독재정권은 '자유민주주의','북진통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국민을 현혹시켰다.  북한과 경쟁이라도 하듯 한 박정희 표 파시즘 - 유신 통치는 '경제 발전','한국적 민주주의'라는 현수막을 높이 내걸었다.  전두환도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간판을 걸며 파시즘 흉내를 냈다.

다 알다시피 파시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괴멜스 같은 여론 조작과 선전선동은 필수적이다.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둔갑시키는 기술은 파시스트들에게 탁월하다. 정보화시대엔 그 기술이 더욱 교묘하고 세련되다. 단일한 사상 주입과 사상 통제 그리고 표현의 자유 억압도 그들에게 필수 요소다. 또한 조직폭력배들처럼 반대파를 악마화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칼로 쑤시며 본때를 보여주는 식의 공포 분위기 조성도 파시즘의 일반적 통치술이다.

그러나 파시즘은 소수 권력자들의 일방적인 강압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여느 일방적인 독재와 달리 강력한 대중적인 지지(자발적인 지지나 참여)에 의해 굴러가는 특징을 갖는다. 헌정 질서를 아예 파괴한 과거의 전통적 파시즘과는 달리 현대 파시즘은 형식적 민주주의(헌정 질서나 법치 형식) 를 유지하면서 제 과업을 수행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그것은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쓴 경찰국가의 모습을 갖기도 하는 데 ,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박근혜 정권은 어떤가?  박정희 유신통치시대에 퍼스트레이디 시절을 보내며 유신 통치를 배운 박근혜의 정권이 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보이는 성격은 무엇인가?

한국은 지난 20년 가까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다. 그 결과 '헬조선'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사회가 되었다. 현재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OECD 국가들 가운데 3위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자산 상위 10%가 소유한 자산(부동산, 금융자산 등)은 나라 전체 자산 중 66%나 된다. 이에 반해 하위 50%의 국민이 가진 자산은 고작 1.7%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소득 상태도 기울기는 마찬가지다. 소득 상위 10%가 가져가는 소득이 나라 전체 소득의 37%가 넘는다. 이는 하위 10%가 받는 소득의 무려 70배이다.(2013년) 그런가하면 전쳬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노동시간은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길다. 또한 100대 대기업의 고용 숫자는 전체 노동자의 4%인데 반해 그들이 가져가는 이익은 나라 전체의 60%이다. 또한  2000-2014년 동안 소수의 재벌기업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한 반면, 자영업자들(전체 노동 인구의 25%)의 이익은 18%나 줄었다. 갈수록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대기업들은 투자는 하지 않고 쌓아두며(사내 유보금이 1000조.2015년) 돈놀이도 한다. 공정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불평등이라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심히 악한 것인데, 아주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니 어떻겠는가.

심히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한국이 살 길은 뚜렷하다. 상식적인 눈으로 보더라도 길은 이미 나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면 된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것은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모두가 평안하고 풍요롭게 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자산과 소득의 공정한 분배나 재분배 정책에 있다. 공정한 세금 정책과 복지 확대정책으로  기운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있다.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분배를 원천적으로 공정하게 바로 잡는 것이다. 그리하면 소비가 늘고 내수도 활성화될 것이다. 경제 성장이 2% 대로 떨어지고, 수출도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1,400조라는 막대한 가계부채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시대에 현 정권이 추진하는 주요 경기 정책은 고작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다. 수출도 급감하고 부동산 수요가 없는 시대에 그 정책은 독약과 같다.

그런데 이보다 더 맹독성 독약은 딴 데 있다. '노동 개혁'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 개악 정책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일반정리해고의 자유와 노조 활동 약화에 있다. 기업 측의 '맘대로 해고'인 일반해고가 도입되면 민주노조의 붕괴는 시간문제다. (한국 노조조직률은10%도 안 된다. 참고로 북유럽 국가들 노조조직률은 50-70% 정도다. 프랑스의 노조조직률은 9%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이 90%나 되어,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이 초헌법적 노동정책은 심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게 할 것이다.기운만큼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사회 불안이 늘어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되면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가게 된다. 마귀가 춤추는 사회가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은 상식이요 순리다. 기운 운동장을 더욱 기울도록 만드는 일은 비상식이요 역리다. 그런데 비상식적이고 역리적인 정책을 피려면 이성적인 토론이나 합리적인 소통 갖고는 안 된다. 일방적인 소통과 권위주의적인 지시가 필요하다. 비상식을 상식, 역리를 순리처럼 꾸미며 밀어붙이려면 상명하복적인 서열문화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서 요긴하게 쓰임 받는 것은 공안통치와 몽둥이문화(군사문화)뿐이다. 이 사회에서는 시간을 두고 의사소통을  하거나  서로 자유로운 토론을 하며 조율하여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을 부르면 안 된다. 오로지 단색조로 우렁찬 제창을 불러야 한다. 소수의 기득권자들을 위한 효율성과 높은 성과를 위해 제창문화가 널리 보급 된다. 이 제창문화에 이의를 달거나 의문을 제기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왕따를 당하거나 비국민이 되기 십상이다. 한국사회에서 비국민에게는 흔히 빨갱이나 종북 딱지를 붙인다.

파시즘 한국사회

지난 대통령선거에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한 한 시민이 구속되어 징역 3년의 구형을 받은 일, 대선 공약을 지키라며 시위하던 시민들에게 최루액이 든 물대포를 직사해 한 농민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일만해도 되살아난 유신시대 망령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기운이 기운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일(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탄생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공약과는 반대 방향으로 노골적으로 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수하거나 더 기울게 만드는 것이다. 소수의 기득권층과 부자들 편에 선 정책을 일방적으로 피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러다가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행정 사무처로 국가가 아주 전락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노동 개악 정책과 더불어  강력히 추진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도 현 정권의 파시즘적 성격을 드러내는 정책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역사 교과서 99%가 좌편향' ,'역사학자 90%가  좌파'라는 억지 논리로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하며 ,독선적으로 강행하는 국정화 작업은 역사나 세상을 보는 눈을 오로지 한 가지로 고정하겠다는 의도만 갖고 있지 않다. 일제 파시즘, 이승만 독재, 박정희 유신 통치까지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그 의도가 관철되면 될수록 많은 시민들은 전체주의 체제에 자발적으로 기꺼이 순응하며 만족하는 신민이 훨씬 늘어날 것이다. 파시즘의 발로 짓밟을수록 희열을 느끼는 대중이 늘어날 것이다. 더 밟아달라고 애원하는 대중적 광기를 일상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 때 대중은 광기로 인한 죄책감을 전가해 섬멸할 공공의 적을 반드시 만들게 된다.

한편 시도 때도 없이 국기를 여기저기 내걸며 국가주의를 곧추 세우고 ,반대자들을 악마화하는 행태도 파시즘의 징조로 보인다. 국가주의를 위한 '멸사봉공'을 드높이며 반대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처벌하는 것도 파시즘의 징표이다. 파시즘적 통치를 통해 기득권자들이 노리는 것은 오로지 더 많은 부와 지위를 확보하는 데 있다. 나아가 그것을 대를 이어 세습하는 데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습자본주의는 더욱 굳건해지고, 대다수 가정과 사회의 손바닥만 한 평화마저 유리처럼 깨어지고 말 것이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한국사회를 우려하며 박근혜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해고를 더욱 쉽게 하는 노동 정책,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을 지적하며 박 정권이 민주적 자유를 후퇴시키려고 골몰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경제가 좋지 않은 한국에 대한 국제적 평판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 큰 위험은 오히려 정치적인 것으로서, 주로 역사를 다시 쓰고 비판자들을 억압하는 박대통령의 탄압 조처들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미국의 유력 주간지 '더 네이션'도 최근 '박근혜, 독재자 아버지를 따라 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고 박 대통령의 강압적 통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늘의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적 파시즘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유신시대는 개발독재시대로서 주로 물리적인 몽둥이를 휘두르며 통치한 시대였지만 ,지금은 법치와 시행령을 내세운  비인간적 인치를 한다. 그 때는 정권이 자본을 요리하며 했지만 지금은 독점자본이 정치나 관료들을 요리하며 파시즘을 펼치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예전에는 노동운동 하는 노동자들을 감옥에 가두고 고문을 했지만 ,요즘은 고액의 벌금을 물린다. 지금은 갈수록 법치의 형식이나 형식적 민주주의 아래 파시즘의 농도가 짙어지는 겨울(물리적 몽둥이도 휘두르는)이 장기적으로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지 않은 수준(40% 대)을 유지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연령대에선 70%의 지지). 우리 사회엔 수구적이며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뒷받침하는 ,고정적이고 강고한 지지층이 있다. 이는 그야말로 콘크리트 같은 세력이다.

파시즘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를 배척한다는 데 있다. 파시즘은 민주주의를 싫어하고 파괴한다. 파시즘은 전체주의나 독재를 먹고 산다.그것은 자유와 평등 모두를 배격한다. 사랑으로 연대하는 공동체는 더 증오하고 분쇄하되 기계적인 집단주의는 양성한다. 마음을 다 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삶을 원천적이고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게 파시즘이다. 심히 기운 운동장 같은  사회를 조장하는 신자유주의(천민자본주의의 첨단)는 필연적으로 파시즘을 부르고 ,파시즘은 자유민주주의의 숨도 죽인다.

파시즘은 권력자들에 의해서만 오는 게 결코 아니다. 그것은 대중들의 지지(침묵도 포함)와 참여를 통해 온다.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 특히 신자유주의에 길들여진 대중, 불안과 고립감과 무력감에 빠질수록 대중은 강하게 보이는 전체주의적 파시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랫동안 지배계층에게 길들여진 권위주의적인 종교(종교인들)도 파시즘을 선호한다. 역사적으로 전체주의 체제를 떠받든 가장 강력한 조직은 종교 조직이다. 얼마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했다.  한국교회는 현 정권의 바탕이 된 이명박 정권을 세우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임기 내내 멀쩡한 4대강을 파헤치고 자원외교라는 헛 발길질을 하느라 혈세 수십조를 허비한 이명박을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포장해 선전하는 데 한국교회는 열심을 아끼지 않았었다.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에서 부자되기와 성공하기에 몰두하는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그런 공을 세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시대착오적인 4대강  토건사업에서 보듯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공무를 부지런히 수행한 정권을 세우는 데 힘쓴 한국교회의 체질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그 체질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형성된 것이다.  한국교회는 수십 년 동안 몸에 문신처럼 새긴 성격을 갖고 있다.

파시즘과 친근한 한국교회

한국교회는 파시즘과 친근하다. 낯설지 않고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파시즘과 친화적인 한국교회 체질의 뿌리는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교회는 1919년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빛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 후 일제 파시즘 통치 시간이 흘러갈수록  친일, 반민족 행동에 나섰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교회는 일본제국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적극적으로 친일 행동을 했다.  3.1운동에 부정적이었던 선교사들만이 아니라 대다수 목회자들과 교회의 리더들이 일본의 전시 총동원 정책과 군국주의 침략전쟁을 지지했다. 그들은 교회의 보호와 성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내선일체와 황국신민을 기르기 위한 정신 교육에 힘썼다. 청년들의 징용과 처녀들의 위안부 지원을 적극 독려하기도 했다. 평생 영어로 일기를 쓴 윤치호의 친일 행적은 두드러지다. 그는 조선이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두 세기는 걸릴 것이라며 천황의 신하가 되고자 했다.1930년대 말에 더욱 친일에 나선 그는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과 '조선지원병후원회' 등 친일단체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기독교의 일본화에 앞장섰다. 그러던 그는 총독자문기관이자 식민지배를 합리화하는 기구였던 중추원 고문직을 맡았다. 1945년에는  일본 제국의회 칙선 귀족원 의원직까지 얻었다.(김동춘,'대한민국은 왜?'사계절 )

해방 뒤 한국교회가 자신의 친일 -반민족 행위를 진정으로 회개했더라면 영생을 맛보며 하나님 나라를 위한 도구로 쓰임 받았을 것이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형제애가 충만한 하나님 나라 건설을 위해 회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회개는 없었다. 오히려 한국교회는, 미국을 등에 업고 친일파들을 앞세우며 분단정권을 세우는 데 몰두한 이승만과 손을 잡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처벌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국민적 열망을 짓밟고 독선적 통치로 나간 이승만은 친일세력과 월남한 기독교인들을 양팔로 끌어안았다.(3.15부정선거까지 저지른 이승만 정권 마지막 내각의 대부분은 기독교인이었다.) 이승만이 정상적인 의식을 가진 지도자라면 당시 모든 사회, 정치운동 세력들과 연대하여 반외세투쟁을 했어야 했다. 일본이 물러간 자리를 다시 차지하려는 모든 외세들을 물리치는 싸움 말이다.(이 점에서 김일성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우리는 당시 민족의 역량을 한데 모아 전범국 일본을 독일처럼 분단-무력화하도록 국제사회에 압력을 행사했어야 했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각각 분단 정권을 세우고 출발한 것은 우리 현대사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으로서 원죄와 같은 것이다.

한편 한반도 서북지역에서 월남한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서북청년회'(1946년 서울에서 결성)는 특히 이승만 정권의 온갖 특혜와 비호를 받으며 권위주의적 통치에 기여했다. 그 서청의 초기 두드러진 활약은 대구10월 봉기(1946)와 제주 4.3항쟁(1948-54년)의 진압이다. 서청은 이 두 사건에 개입해 무분별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4.3사태로 희생된 민간인만 해도 수만 명에 이른다. 좌익척결이라는 미명 아래 그들이 저지른 만행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 여기서 악명을 떨치며 폭력적 살인기술을 익힌 서청은 반공이라는 명분으로 한국전쟁 시기에도 맹활약을 했다. 소위 보도연맹사건은 대표적이다. 남한 전역에서 10만-20만 정도의 무고한 민간인을 죽인 그 사건에도 서청은 깊이 개입했다.  서북청년회는 '반공'을 위해 싸우다 괴물이 되고 말았다. 한국전쟁까지 일으킨 북한 공산당이라는 괴물과 맞서 싸우다 자신도 괴물이 된 세력이 서북청년회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 한반도 거의 전체 지역에서 좌와 우 사이의 상호 학살이 있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잔혹한 학살이 전국적으로 발생했는데 , 그 중 북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끔찍한 학살이 벌어진 곳이 바로 황해도 신천 일대였다. 2차례에 걸쳐 일어난 '신천 학살 사건'과 황해도 지역 학살 사건의 특이점은 많은 기독교인(천주교도들도 포함)들의 참여와 희생이다. 기독교인들과 공산주의자들 사이에 서로 죽이고 죽는 집단 학살극이 벌어진 것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악에 대해서 악으로 싸우다 괴물이 되었다.

월남한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세운 영락교회는 서북청년회의 중심에 있었다. 한경직 목사는 지난 80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술회한 적이 있다.

"그 때 서북청년회라고, 우리 영락교회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을 했시오. 그 청년들이 제주도 반란사건을 평정하기도 하고 그랬시오."

서북기독교인들은 한국전쟁 후 미국에서 들어온 막대한 전쟁  구호물자와 선교자금도 독점했다. 그리고 서청 회원들은 국군의 전신인 조선경비대와 육사의 전신인 조선경비사관학교에 많이 들어갔다. 육사 5기생(1947년도) 중 서북 출신이 3의 2가 되었고 ,육사 8기 (1948년)에도 서북 출신이 많았다. 그런데 1961년에 일어난 5.16군사 구테타의 주역은 그 육사 5기와 8기 서북 출신 장교들이었다. 일본군 장교에다가 남로당원이라는 전력을 가진 박정희가 주도한 구테타에 그들은 적극 가담했다.(윤정란, '한국전쟁과 기독교' 한울 .2015 )

해방 후 한국사회의 주류는 친일세력과 월남한 기독교인들이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월남한 기독교인들 특히 서북지역 출신들은 한국교회의 주류를 형성했다. 케임브리지대 한국전쟁연구사업단 연구원인 윤정란(역사학)은 그의 방대한 연구를 통해 '전투적 반공주의'로 무장한 서북기독청년들이 어떻게 남한 사회와 한국교회의 주류로 성장했는지를 밝혔다. 서북기독청년들은 한국전쟁과 5.16군사구테타를 발판 삼아 남한과 한국교회의 주류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의 상당수 대형 교회들의 뿌리는 서북지역 출신 기독교인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골수 깊이 갖고 있는 종교 노선은 전투적 반공주의로 무장한 기독교근본주의다.  오늘 한국교회의 주류는 광기 어린 '전투적 반공주의'로 무장한 기독교근본주의에 뿌리를 둔채 돈 우상을 뜨겁게 섬기고 있다. 미국의 군사식민지인 한국사회(한국은 지난 50년대부터 전시작전권이 없다.)에서 주류 한국교회는 지금도 끊임없이 남북 형제 사이의 증오심과 대결의식을 조장하며 분단의 고착화를 꾀한다. 그러면서 심히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사회구조를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대다수 한국교회는 오로지 부자되기와 성공하기에 몰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랑, 영성, 거룩, 화목, 정교분리 등 온갖 좋은 용어들을 입이 닳도록 구사하지만 속으로는 증오, 분열, 세속적 성공, 부자 되기, 정교유착에 몰두하는 게 많은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많은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돈을 신으로 보고 돈을 섬긴다. 돈이 주인인 사회에서 오로지 부자 되기와 높아지기 위해 예수라는 이름을 이용하는 종교가 한국 개신교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신은 배(appetite)이다(빌립보서 3:19). 천민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의 그늘 아래서 주류 한국교회가 친일세력과 손잡고 그동안 이룬 사회는 돈이 주인 노릇하는 사회이자 신자유주의적 파시즘이다. 한국교회가 가장 선호하는 정치가는 히틀러 같은 인물일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목회자도 히틀러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교회에서 가장 흔하게 만드는 신도 히틀러를 닮은 신이다. 예수라는 명찰을 단, 히틀러를 닮은 신…. 그런데 그 신은 얼굴은 히틀러 형상이지만 몸은 송아지 모양이다. 황금송아지. 한편 소련을 등에 업고 출발한 북한 공산주의가 이룬 사회는 유일신 같은 수령이 인민과 더불어 만든 세습적 왕조체제요 봉건적 파시즘이다.

공산주의와 기독교는 우리 근대화시기에 이 땅에 손님처럼 들어왔다. 그런데 피나게 싸운 둘은 모두 왜곡되었다. 아주 왜곡된 공산주의요 ,심히 왜곡된 기독교다. 본래적 의미의 공산주의도, 본래적 의미의 기독교도 아니다. 그런데 그 둘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으면서 매우 닮았다. 모두 파시즘의 생리를 갖고 있다.

파시즘의 심층심리엔 병적인 나르시시즘(Narcissism)이 왕처럼 좌정해 있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 그리고 북한 사회는 이 유아적인  나르시시즘을 넘어서지 않는 한 진정한  평안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병적인 자기애는 남을 지배하거나, 남에게 지배를 당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자가 되어 남을 억압하거나 강자에게 빌붙어 안정감을 얻으려는 사람에게 진정한 평안은 없다.

▲ 파시즘의 상징인 파스케스

예수를 믿는다는 건 무엇인가?

바울은 그것은 예수의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빌립보서 2:5-11)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서 죽으심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유아적  나르시시즘은 예수의 마음과 거리가 멀다. 북한 공산주의는 물론  광기 어린 전투적 반공주의도 예수의 마음과는 상극이다. 우리가 예수의 마음을 품고 사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이 모두를 마음에서부터  밀어내야 한다. 말할 나위도 없이 금송아지숭배도 성령의 도움을 받으며 십자가의 도道로 파쇄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구원(칭의의 은총)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예수를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칭의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골1:13-14) 칭의는 내세 천국에 가는 티켓을 얻는 수단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서부터 사랑(자기비허)이신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삶이다. 이제까지 저지른 과오와 죄의 사면을 받아 의인이라는 신분을 얻을 뿐 아니라 이제 그리스도의 주권에 순종하며 살아야 한다. 한반도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꾼이 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주권성을 마음에서부터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주권성 확보를 위해서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사회구조적 변혁에도 참여해야 한다. 왜냐하면 돈이 왕 노릇하는 전체주의적 체제는 예수를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삶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

김달성목사 ( 평안감리교회.  '옆구리 뚫린 아담의 기쁨'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