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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새로운 미래
김진양  |  pastorji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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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2월 09일 (수) 23:11:54
최종편집 : 2015년 12월 09일 (수) 23:32:35 [조회수 :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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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파리 테러 희생자의 도전적인 발언: 당신들은 결코 나의 미움을 사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을 읽었다. 지난 2015년 11월 13일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희생자 유족 중 한 사람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을 다룬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갑자기 잃어버린 한 남자가 테러 용의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내 아내를 죽인 당신들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당신들은 그저 죽은 영혼일 뿐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자신의 형상대로 만드셨다면 내 아내의 몸에 난 총탄은 하나님의 상처일 것이다. 당신들은 내가 당신들을 증오하고 두려워하기를 원하겠지만, 나는 결코 당신들을 증오하지 않을 것이다.” 글을 읽은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감동을 받았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미움과 복수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기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미워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어떻게 보면 분노와 미움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15년 6월 한 젊은 백인 청년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임마누엘 흑인 감리교회의 수요 성경공부를 하던 9명의 목사와 성도들을 무참히 총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놀랍게도 이틀 뒤 살해 용의자를 대면한 유가족들은 눈물로 그를 용서했다.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도 전에 용서한 것이다. 용서하기엔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가톨릭 영성가 헨리 나우웬은 용서는 우리가 과거의 절망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미래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이와 비슷하게 스티븐 체리라는 성공회 신부도 자신의 책 『용서라는 고통』(원제: Healing Agony)에서 용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긴 고통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용서는 상처, 분노, 복수, 비통, 원한을 넘어서 치유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고통이기에 용서는 과거의 상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출입문과도 같은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하는 것처럼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쳤고(마 6:9-13; 눅 11:2-3), 죄지은 자를 일흔 번씩 일곱 번을 용서하라고도 가르쳤다(마태 18:22). 예수께서 용서를 위해 기도하라는 것은 용서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용서란 말의 헬라어 뜻이 “선물”로서 용서는 사람의 힘으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참조, 고후 2:7). 기독교 사상가 C.S. 루이스도 자신의 책, 『영광의 무게』(원제: The Weight of Glory)에서 “용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삶은 용서의 삶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일흔 번씩 일곱 번을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한없이 용서하라는 말씀이라기보다는 용서는 단 한번 관용을 베푸는 선한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영성여정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예언자 예레미야가 선포하는 “새 언약”(렘 31:31-34)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을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시고 용서하신다는 것이다. 과거와 단절한다는 것은 과거를 망각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과거의 상처를 치료하는 용서의 고통을 맞이하는 기도의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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