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이 서거하셨다. 그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뇌리에 성공한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그는 특히 임기 말년에 아들의 문제가 컸었고, 결국 IMF 사태를 맞으므로 말미암아 일찍 다음 대통령에게 권한을 물려주고 말았다. 더군다나 평생 야당인사로, 민주인사로 살다가 3김이 아니라 김대중씨를 밀어내고 김종필, 노태우라는 희대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자신은 결국 그 호랑이굴에서 대통령이 되었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그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러나 그가 돌아가시고 나니 그의 업적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나회를 정리한 것이나 금융실명제, 지방자치제, 역사바로세우기 등을 이룬 것에 대해 이 사회는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 뿐이 아니라 그가 민주화의 과정에서 했던 목숨을 건 행동들이나 명언들이 그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공과 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문득 사람에 대한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는 그가 한 모든 일들을 돌아보며 그의 공과 과를 다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의 과를 허물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공에 대해서도 찬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시절 비정상적인 역사를 거쳤다. 일제강점기가 그러했고, 민주화가 되기까지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서 폭력정치가 이어졌다. 그러한 때에 사람들은 그의 태도에 비정상적인 환경을 맞이했다. 그래서 우리가 존경해야 마땅한 사람들이 일제에 협조하였거나 앞잡이를 했고, 또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인물들이 폭력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였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존경할 인물을 얻지 못했다. 아니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물을 잃어버린 것은 가치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위인들을 통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를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서 이순신 장군에게서는 나라를 위하는 마음을 배운다. 세종대왕에게서는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의 품성이다. 또는 나이팅게일에게서는 인류를 위한 희생 등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인물을 잃어버리므로 이러한 가치들도 잃고 만다.

우리는 사람들을 품평할 때면 소위 삐딱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 영웅을 만들기 보다는 대개 그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그간의 삶의 경험을 가지고 그의 문제들을 추측한다. 사이버 문화는 여러 긍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익명성과 접근성을 도구로 이러한 ‘카더라’ 통신을 많이 양산해 놓았다. 그러므로 인해 우리는 이 시대의 인물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다.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는 내게 사람을 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언론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그가 많은 일을 감당했고, 화끈한 성격과 명쾌한 사고 덕분에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이루어냈던 것 같다. 이를 통해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을 꽤 수정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함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본다. 우리가 보기에 거울을 보듯 보게 되지만 그날에는 얼굴을 마주하듯 보게 될 것이라는 성경구절처럼, 이 희미한 봄을 주님의 마음으로 명확히 보게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