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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죽(病竹)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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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1월 21일 (토) 03:44:41 [조회수 :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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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게 된다. 어렸을 때는 주로 가정에서 상처를 받기 십상이다. 부모로부터, 형제와 자매로부터, 친척으로부터 전 인생을 짓누를만한 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우리는 적지 않게 본다. 그리고 다 자라고 나서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친구로부터, 배우자로부터 다시금 큰 상처를 겪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받는 상처만을 생각했을 때의 일이고 실상 나 또한 받은 만큼 똑같이, 아니 때로는 더 얹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많다.

그와 나 모두가 아직은 한참 젊었을 때, 많은 상처를 받고 자란 친구가 한번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상처는 대물림이 된다.” 자신의 상처를 늘 안고 살았던 그는 자신이 읽은 책의 이 구절에 너무나 깊이 공감했다. 상처는 대물림이 된다. 무서운 말이지만 사실이다. 상처 받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타인에게, 그것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아내나 남편이나 자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다시 넘겨주게 되기 때문이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 죄 많은 세상에서 많은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피할 수 없는 상처를 겪는 데 있어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상처에 지배당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상처를 넘어서는 사람. 꿈을 꿀 수 없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사람은 바로 이 상처에 지배당하며 사는 사람이다. 명심해야 한다. ‘상처 받은 삶’과 ‘상처가 지배하는 삶’은 다르다. 그러니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 아니라 상처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상처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만 않는다면, 우리를 짓누르던 고통과 상처는 우리 삶 속에서 종종 새로운 축복의 의미를 갖게 되기도 하니 말이다. 마치 대금이라는 악기처럼.

대금(大笒)은 그 깊은 소리로 우리의 영혼을 울리는 악기다. 이 대금은 쌍골죽으로 만드는데 쌍골죽이란 모두 병든 대나무, 즉 병으로 자라지 않은 대나무라고 한다. 이른바 병죽(病竹), 다른 대나무들이 모두 위로 곧게 자랄 때, 구부러지고 속으로 병들며 자라는, 아픔을 안고 자라는 대나무가 바로 쌍골죽이다. 속살이 얇은 다른 보통 대나무들과 달리 속살이 두터운 병죽은 악기에 가장 적합한 대나무가 된다. 이 병죽은 고작 만 개 중 한 개 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마니들이 산삼을 찾듯이 이 병죽을 찾아다닌다. 가까이서는 잘 보이지도 않아 사람들은 멀리서 대죽 옆에 있는 우그러진 대나무를 찾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병죽을 불로 편다. 그렇게 병죽은 가장 단단한 대나무가 된다.

대금이 내는 아름다운 떨림의 소리를 요성(搖聲)이라고 한다. 가야금의 농현(弄絃)과 같은 의미다. 한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라 한을 가지고 노는 소리, 대금은 바로 자신의 상처로부터 그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를 낸다. 신앙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열등감, 교만, 상처, 고통으로 어그러진 병죽 같은 우리의 삶을 가지고 하나님은 놀랍게도 자신의 노래를 위한 악기를 만드시니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아름다운 눈꽃은 바람 받는 쪽에서만 핀다고.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을 자랑합니다. 우리가 알기로 환난은 인내력을 낳고, 인내력은 단련된 인격을 낳고, 단련된 인격은 희망을 낳는 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롬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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